[시사뉴스 강영환 칼럼니스트] 2017년 5월 10일 대통령선거는 장미대선이라 불렸다. 장미꽃이 마치 약속이나 하듯 각양각색으로 피어나고 사람들의 눈을 유혹할 때 우리는 투표를 했다. 장미의 향연에서 이긴 덕분인지 대통령은 크고 작음을 가리지 않고 장미빛 정책과 이미지를 국민에게 선보였다. 직원들과 커피를 곁들인 청와대 산책, 사람들과 셀카 찍는 대통령이 국민들에겐 달라져 보였다.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수석 등 새로운 색깔의 젊은 인사,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제, 그리고 공정경제에 포용성장 등 그럴싸한 언어로 포장된 정책보따리가 펼쳐졌다. 점차 문제점들이 하나둘씩 나타났을 때도 국민은 ‘대통령이 뭐 좀 해보겠다는데 웬 발목?’ 하며 반대하는 야당을 도리어 비판했다. ‘이문덕’과 ‘이야때’가 장안의 유행어가 되었다. 이 모든 것이 문재인 대통령 덕분이고 이 모든 것이 야당때문인 시절을 우리는 몇 년 보냈다. 그런데 장미나무가 그러하듯, 꽃과 꽃 사이엔 가시가 놓여 있게 마련이다. 꽃에 가려 눈으론 안보였지만 손에 닿은 가시는 제법 아프다. 때론 상처날 수도 있다. 이제 추락하는 지지율과 함께 꽃은 시들고 국민의 눈엔 온통 가시투성이다. 장미꽃 속 사이사이 숨
[시사뉴스 강영환 칼럼니스트] 4.7 재 ·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은 대략 2가지가 예견되었다. 하나는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서울선거의 향배에 따라 정국이 급격히 변화하며 특히 패한 진영은 혹독한 시련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었고, 또 하나는 조직이 강한 여당이지만 결국은 여론조사처럼 많은 표 차이로 야권이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후자는 당일 출구조사발표와 함께 적중되었고, 전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예상대로 갈등 양상으로 정국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패배로 처음엔 넋 나간 여권은 패인을 둘러싼 갈등 때문에 그렇다 치고, 승리한 야권도 분열의 싹이 커간다. 우선 선거결과를 보면, 이구동성으로 말하듯 이번 선거는 집권세력의 부동산정책, LH투기의혹, 그리고 조국 전 장관 사태 이후 윤미향의원을 거쳐, 김상조 정책실장과 박주민의원에 이르기까지 누적된 내로남불에 대한 분노의 선거였다. 그리고 마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사임과 함께 공정과 상식의 아젠다가 유권자의 분노와 결합, 반(反)정부여당 전선으로 펼쳐진 결과였다. 야권은 다소의 삐걱거림은 있었지만, 단일화를 통한 연대로 선거의 주도권을 시종일관 끌어갔다. 결국은 야권이 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의 성격이
[시사뉴스 강영환 칼럼니스트] '샤이 보수'에 이어 '샤이 진보'라는 조어가 나왔다. 샤이보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자신은 보수주의자이지만 선거 때 보수정당 지지 의사를 적극 표명하지 않고 숨기는 ‘숨은 보수’ 지지층을 칭하는 말이었다. 이 말은 사실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간의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던 '샤이 트럼프‘가 원조 격이다. 이는 당시 트럼프 지지라고 하면 저학력자에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좋지 않은 이미지가 섞여 있기 때문에 트럼프에 대한 공개적 지지를 밝히기 어려운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다. 게다가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말 지지율도 나쁘지 않았고, 여론조사 역시 민주당의 힐러리가 대세를 장악했기 때문에 8년 집권의 민주당 재집권을 꺼림직하게 생각했던 침묵하는 보수층으로 확대되었고, 이는 트럼프 당선과 공화당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2017년의 우리나라 대선에선 혹시나 샤이 보수의 힘으로 당시의 대세를 완전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에게 보수정당이 막판 역전을 기대하는 희망에서 보수정치인들과 보수언론이 샤이 보수라는 말을 즐겨 사용했다. 그러나 샤이 보수의 힘은 대세의 벽을 넘기엔 너무도 무력했다. 그런데 최근엔 반대로 '샤
[시사뉴스 강영환 칼럼니스트] 나는 최근 우리나라 대선을 2007년은 이명박 후보 대 박근혜 후보, 2012년은 박근혜 후보 대 문재인 후보, 2017년은 문재인 후보 대 탄핵당한 박근혜 전대통령의 대결로 본다. 2007년의 정동영 후보, 2017년의 홍준표 후보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말이다. 그만큼 오랫동안 박 전대통령이 선거의 중심에 있었다. 2017년 상대적으로 손쉽게 정권을 획득한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집권 후에도 박 전대통령 이슈를 잘 써먹었다. 우리사회 많은 문제는 이전 정권에서 발생되었다 말하고 최근의 LH투기까지도 이전 정권 탓을 말하기도 한다. 나는 이러한 시각과 행태가 2022년 대선을 앞둔 민주당의 가장 큰 덫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승리를 위해서라면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라 생각한다.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공언하면서도 민주당은 박 전대통령을 계속 우려먹음으로써, 도리어 문 대통령을 박 전대통령의 정치적 라이벌로 묶어놔 버렸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사라지고 과거의 잔상이 늘 오버랩되는 대통령으로 협소하게 만들어버렸다. 이 모습이 ‘대깨문’이라 칭해지는 핵심지지층의 지지를 이어갔을지는 몰라도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중도층은 지쳐
[시사뉴스 강영환 칼럼니스트] 어느 날 한 선배가 뜬금없이 점을 보러 가고 싶다고 말한다. 딱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한다. 도대체 본인이 몇 살까지 살 것 같은지 궁금하단다. 청년시절부터 사회는 60~65세 은퇴를 기정사실화했고 그렇기에 본인 또한 이 나잇대 되면 편히 쉬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어느덧 그 시기가 코앞에 다가오니 아직도 기운은 넘쳐나는 상황에 도대체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혼돈스럽다 말한다. 주변에서 말하는 100세 시대가 본인에게도 해당되는지 궁금하고, 만약 해당된다면 인생설계를 다시 해야겠다고 말한다. 60~65세부터 휴식기 돌입은 그 이후 살아야 할 2,30년 이상이 너무나 길고, 돈을 더 벌 구상을 하던지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 말한다. 선배랑 헤어지고 길을 걷다가 곰곰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예전 같으면 자연스레 할아버지 소리도 들을 수 있는 나이겠지만 박사과정 논문을 준비하는 아직도 학생인 50대 중반이기에 선배의 이야기가 남 이야기로 들리진 않는다. 지금의 사회특징을 말하고 세대를 말할 때, 5·60대는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느낌이다. 거시적으로 60대는 대략 70대와 묶어 산업화세대로, 50대는 40대
[시사뉴스 강영환 칼럼니스트]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 기반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2021년까지 총사업비 5조7471억원이 투입계획이었던 초대형 국책 사업인 국제과학비스니스벨트(과학벨트)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핵심 사업인 중이온가속기 ‘라온 사업’이 완공 목표시한이었던 작년 말 완공 실패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부 핵심 부품 장치가 설치되지 못했다는 점과 시제품 성능검증이 완료되지 못했다는 점 등이 주된 이유다. 대전에 중이온가속기를 구축함으로써 기초과학의 허브역할을 수행하고 이를 중심으로 주변 지역에 걸쳐 글로벌 연구기관과 기업 등을 유치한다는 큰 그림 하에, 2018년엔 거점지구인 대전에 기초과학연구원과 기능지구인 천안, 청주, 세종에 과학비즈니스역할을 담당할 SB플라자는 설립되었지만, 정작 그 중심인 중이온가속기가 실패함으로써 ‘앙꼬 없는 찐방’ 신세가 되어 버린 것이다. 중이온가속기는 자연계에서 가장 무거운 원자핵을 지닌 우라늄 입자를 무거운 이온 상태로 가속시켜 다른 표적에 충돌시키고 이때 2차로 생성되는 입자를 이용해 희귀 동위원소를 발굴하여, 단백질 구조분석이나 암 치료와 같은 의생명공학이나 신소재 개발 등 기초
[시사뉴스 강영환 칼럼니스트] 정세균 국무총리는 “포퓰리즘 정치는 성공할 수 없다”면서 “잠시는 좋을지는 몰라도 지나고 보면 포퓰리즘 정치와 함께 한 국민들은 후회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특히나 정 총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제 도입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익공유제 추진을 포퓰리즘으로 연결시키며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하여 눈길을 모았다. 실제로 두 제도에 대한 취지는 이해한다 하더라도, 기본소득제의 경우 지구상에서 이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나라가 없고, 기존의 복지혜택을 모두 없애며 기본소득을 주는 것 자체가 실행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익공유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히 ‘투자자·국가간 분쟁(ISD)해결 절차’, 즉 국가의 행위로 손해를 본 외국인 투자자가 그 국가를 상대로 제기하는 분쟁해결절차에 의해 우리 정부가 거액의 배상책임에 내몰릴 수 있음을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통상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정치인 출신이 관료의 최고 수장인 국무총리로서 관료들의 편을 들어, 정치권 게다가 같은 당 출신의 대권후보들과 의견을 달리하며, 이를 포퓰리즘이라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정통관료출신이 정치인들과 주
[시사뉴스 강영환 칼럼니스트] 이제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두 달여 남았다. 이 정도 되면 어느 정도 여·야간 대결 윤곽이 결정되어야 하지만 아직 길이 멀다. 그나마 여권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출마로 우상호 의원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내 양강 구도 양상으로 모아지는 듯하다. 당 대표의 성추행 여파로 정의당이 혼돈의 상황이고, 군소정당에서 후보를 내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집권여당 후보들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이에 비해 야권은 상황이 다소 복잡하게 얽혀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무조건적 단일화보다는 공당으로서 자당 독자의 길에 한 치 양보의 뜻을 보이지 않는다. 현재는 자체 경선을 통해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8명의 주자들이 예비경선자로 선출된 상태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일찍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원샷 경선 등의 주장을 일축하며 양측간 신경전은 더욱 가열됨으로써 결국 분열되지 않는가 하는 우려가 커진 것도 사실이다. 이런 흐름 때문인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최근 여론조사(1월 26일발표)에 따르면 국민들 61.2%가 야권후보단일화가 이루어지 않을 것이라 응답, 성사될 것이라는 응답 29.9%보다
[시사뉴스 강영환 칼럼니스트] 5년 단임 대통령제의 권력구조를 골격으로 한 1987년 헌법을 바꾸자는 개헌론은 역대 정권에서 늘상 제기되어 온 핵심의제였다. 특히 개헌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주요 공약이나 집권 정파의 정국돌파 카드로 많이 활용되었으나 정파간 이해관계에 얽혀 시들어지곤 했다. 김대중 대통령을 당선시킨 핵심동력인 DJP연합의 연결고리는 김종필씨의 내각제 개헌이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후반 소연정, 대연정 등 권력구조개편을 위한 원포인트개헌을 제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중반 권력분산형 개헌 필요성을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표했으나 금새 사그러들었다. 개헌은 모든 이슈의 블랙홀이라고 논의에 부정적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탄핵 목전에 개헌을 정국반전 카드로 제안했으나 탄핵의 급물살에 좌초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초반부터 지방분권개헌을 기치로 내걸었다. 그러나 이후 특별한 진전은 없는 상태다. 2017년 대통령 선거에 임한 후보들 모두는 개헌을 공약했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 중임제, 홍준표 지방분권형 개헌, 안철수 분권형 대통령제, 심상정 의원내각제를 공약하는 등 핵심사인인 권력구조에 대한 후보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러나 이 정도로 여야의
[시사뉴스 강영환 칼럼니스트]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1981~2008)이었던 토머스 핀토 랜토스(톰 랜토스)는 2차 대전 나치수용소에 끌려가 탈출한 헝가리 출신 유대인이다. 그는 홀로코스트를 실제 체험한 사람으로서 인권문제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 그는 우리나라와도 매우 친숙한 정치인이다. 북한을 두 차례 방문하여 핵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고, 북한 인권법을 발의하였다. 2007년엔 하원 외교위원장에 올라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이 하원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는 “어떤 나라도 과거를 무시할 수 없다. 역사를 왜곡, 부인하고 희생자들을 탓하는 장난을 일삼는 일본 내 일부의 기도는 역겨운(nauseating) 부정이다”라는 혹독한 메시지로 일본을 비판했다. 이러한 공적을 인정하여 우리정부는 2008년 암 투병끝에 사망한 그에게 수교훈장 광화장을 추서했다. 그를 기리는 미국 의회 내 의원그룹(코커스)이 있다. 이 코커스는 여야를 망라한 초당적 기구다. 미국 의회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법안 발의로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TLHRC)’를 제도화했다. 여기엔 양당 하원의원들이 참여하여, 현재 57명의 의원들이 참여했다. 그 톰 랜토스 인권
[시사뉴스 강영환 칼럼니스트] 연초부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기한 전직 두 대통령의 사면론이 정국이슈가 되었다. 최고회의에서 '두 대통령의 반성', '국민과 당의 의견을 충분히 듣자'고 결정함으로써 일단은 확산을 제어시켰지만, 사면론은 언제든지 여야간 정치쟁점화가 가능한 휘발성 강한 의제다. 당장 한동안 들끓었던 검찰개혁과 윤석열 총장 징계, 코로나 3차 대유행과 백신문제가 잠잠해졌다. 그만큼 파괴력이 있는 의제다. 저마다 주장은 있겠지만, 사면을 발의한 여권엔 대략 3개의 시각이 존재하는 듯하다. 첫째는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은 말도 안된다는 주장이다. 소위 '적폐청산'이 완결되지 않고 게다가 사법개혁은 시작도 안됐는데 사죄조차 않는 두 대통령 사면은 절대 안된다는 절대불가론이다. 둘째는 이제는 임기말 통합의 정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금 국민은 코로나에, 개혁에, 경제문제에 피곤하며, 이젠 대승적으로 화합의 긍정모드로 정국 전환해야 한다는 통합불가피론이다. 셋째는 이를 떠나, 사면은 근본적으로 대통령 아젠다라는 주장이다. 개혁이건, 통합이건 대통령이 통치차원에서 여러 의견을 듣고 그 여부를 결정하고, 하게 되더라도 대통령이 방법과 시기를 생각
[ 시사뉴스 강영환 칼럼니스트 ] 인간의 욕망은 계속 진화한다. 좋고 편한 옷(衣)을 더 오래 입고 싶어 그 옷을 소유하고, 맛있고 싱싱한 고기와 채소(食)를 더 오래 먹고 싶어 그 음식물을 소유하고, 편하고 좋은 집(住)에 더 오래 살고 싶어 그 집을 소유하고, 이처럼 욕망은 이를 갖고 싶어하는 소유로 이어진다. 어렸을 때부터 배웠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의식주(衣食住)의 진화는 인간의 다양한 욕망의 진화를 더욱 부채질했다. 그리고 그 욕망은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함과 동시에 인간이 이루고 사는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의식주의 진화는 두 갈래로 나뉘어 전개되었다. 하나는 의식주 자체에 대한 욕망의 진화다. 더 좋고 편한 옷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더 오래 간직하고 싶어, 과거의 일반 세탁기가 아니라 격이 다른 드럼세탁기에 건조기, 스타일러를 갖고 싶은 것처럼. 더 맛있고 싱싱한 고기와 채소를 더 오래 쟁여두고 먹고 싶은 욕망에, 과거 일반냉장고가 아니라 격이 다른 양문형 냉장고에 냉동고, 김치냉장고, 각종 조리기를 갖고 싶은 것처럼. 더 편하고 좋은 집에 살고 싶은 욕망에, 단칸방에서 시작한 우리들이, 18평형 주공아파트의 오랜 전세를 넘어 겨우
[ 시사뉴스 강영환 칼럼니스트 ] 1994년 미국의 전설적인 미식축구선수 OJ 심슨이 살인죄로 기소된다. 그는 영화배우, 방송인으로 떼돈을 벌고 백인 금발 미녀와 결혼해 흑인 사회의 우상이 되었다. 그런 심슨이 자기 부인과 그녀의 남자 친구를 무자비하게 죽였다. 세기의 주목을 받으며 진행된 형사 소송의 결과, 배심원단은 무죄를 평결했다. 범행 도구로 여겨질만한 장갑, 혈흔 등 증거들이 많았음에도 말이다. 초호화급 변호인단이 일군 유전무죄(有錢無罪)의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그런데 이 살인 사건을 대상으로 한 1997년의 민사 소송에서 심슨은 유죄 평결을 받는다. 33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 배상 책임을 물게 된다. 피해자의 죽음에 이르는 과정 중 지속적이고 극심한 학대와 괴롭힘이 있어 억울하게 죽었다는 혐의다. 동일한 사건에 대해 형사와 민사가 이렇게 정반대가 나왔다. 이렇게 OJ 심슨사건은 전대미문의 유전무죄 판결로 역사의 한페이지에 장식되었다. 헌정사상 최초로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절차에 들어갔다. 역시 헌정사상 최초로 정직 2개월의 중징계가 실제 내려졌다. 워낙 오랜시간을 끌어온 데다 이젠 돌아설 곳이 없는 클라이막스이기에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사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