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 법원이 300억~400억원 상당의 재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숨겨놓고 사기 파산·회생을 통해 250억원의 빚을 탕감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성철(75) 신원그룹 회장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심규홍)는 27일 채무자회생법상 사기 파산·회생 등 혐의로 기소된 박 회장에게 징역 6년과 벌금 5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파산·회생 제도는 법원이라는 공적기관이 개입해 경제활동에서 채무자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고자 마련된 제도"라며 "선의의 관계자의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기에 반드시 공정·공평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이어 "박 회장은 숨겨놓은 재산을 차명으로 바꿔 계속 유지했다"며 "이같은 행위는 적극적으로 재산을 숨기려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박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재산이 월급에 불과하다는 등 허위 내용의 서류를 제출하고, 법원에 직접 출석해 허위로 진술했다"며 "법원을 속인 행위로 인해 회생계획안에 대한 인가 결정이 내려졌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박 회장의 범행은 선의의 채무자로 가장해 파산·회생제도를 악용한 것으로 범행 수법이나 규모 등에 비춰보면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며 "범행으로 인한 피해는 채권자들에게 국한될 뿐만 아니라 파산·회생제도의 도움을 받으려는 경제주체에게도 파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맥락에서 "파산·회생제도를 악용해 개인의 재산상 이득을 얻고자 하는 범행은 책임을 엄중히 물을 수밖에 없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박 회장이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범행을 자백하고 있는 점, 고령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점, 각계각층에서 박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날 수십억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박 회장과 함께 기소된 박 회장의 차남 박모(42) 신원그룹 부회장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박 부회장에 대해 "개인적 목적으로 75억원에 달하는 회삿돈을 횡령했다"며 "박씨의 범행은 신원그룹 후계자라는 지위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박 회장은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차명으로 재산을 숨기고 개인파산·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급여 외에 재산이 전혀 없는 것처럼 법원과 채권단을 속여 250억원 상당의 채무를 면책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조사결과 박 회장은 파산·회생 재판 과정에서 300억~400억원 상당의 차명 주식과 부동산 등을 숨겨뒀지만, "급여 외에 재산이 전혀 없다"며 재판부와 채권단을 속여 예금보험공사 등으로부터 250억원 상당의 채무를 면책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에는 신원그룹의 차명주주 이름으로 면책요청서를 위조해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 회장의 차남 박 부회장은 2010~2012년 신원그룹 부회장으로 재직하며 회삿돈 78억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대여금 명목으로 회삿돈을 빼돌린 뒤 주식투자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국세청은 박 회장이 차명재산과 관련한 소득세와 증여세 등 25억원의 세금을 포탈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 1일 신원그룹 계열사와 박 회장의 자택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하고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기파산·회생을 포함한 나머지 범행을 적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