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러시아가 자국 전투기를 격추한 터키에 경제협력 중단, 주요 투자 철회 등 경제보복을 선언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이날 각료회의에서 경제와 인적 교류 분야에서 터키의 전투기 격추에 대한 대응 조치를 앞으로 이틀 안에 마련하라고 관계 부처에 주문하면서 터키 식료품을 비롯한 터키산 제품 수입, 러시아 내 터키기업 활동, 터키와 공동사업에 대한 제재와 금수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4일 시리아와 터키 접경지역에서 벌어진 터키의 러시아전투기 격추 이후 러시아는 이미 터키 관광과 터키의 화물 운송을 제한하고 터키산 식료품 수입 압수하는 등 터키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에 들어갔다.
러시아의 터키에 대한 경제보복에 시리아 사태가 복잡하게 전개되겠지만, 수십 억 달러에 달하는 양국교역 역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러시아는 터키의 가장 큰 수출국이며 양 국은 식료품 무역, 관광을 통한 인적 교류, 가스관 건설 계획 등 여러 분야에서 경제협력을 맺고 있다.
▶ 에너지 산업
러시아가 터키에 제안한 주력 에너지 사업은 터키스트림으로 우크라이나를 통한 가스공급의 의존도를 줄이고 유럽에 가스를 수출할 수 있는 가스관 건설 사업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유럽연합(EU)의 반대에 부딪혀 불가리아의 사우스스트림 건설 계획을 중단하고 터키에 가스관 건설사업을 제안했으나 아직 착공에 들어가지 않았다.
독일마살기금 터키 지부의 오즈구르 운루시사르시클리 지부장은 “터키는 대부분 에너지를 러시아로부터 공급받으나 러시아가 에너지 공급을 중단하면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임시방편으로 터키스트림 건설계획을 폐기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러시아는 가스공급 등 에너지 공급 약속을 외면하지 않겠지만, 이를 외면하면 이 가스관 건설 계획은 전면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국영 원자력기업 로스아톰도 지난 2010년 터키에 200억 달러 규모의 최초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알렉세이 울류카예프 경제개발부 장관은 이날 터키스트림 건설사업과 터키 최초 원전인 '아쿠유 원전' 건설 사업도 중단될 수 있다고 밝혔다.
▶ 관광업
러시아관광객 급감으로 터키 경제에서 관광업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았다.
러시아 관광객이 터키 해변 휴양지를 많이 찾지만, 러시아 외교부는 터키여행 경보를 내려 러시아 여행사들이 터키여행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울류카예프 장관은 터키로 향하는 항공편에 대한 제한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경제전문가 톰 아드쉐드는 독일 관광객 다음으로 러시아 관광객이 터키를 많이 찾지만, 독일 관광객의 방문 목적이 투르크족 친척 방문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러시아 관광객이 터키 관광업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터키 여행 상품 판매 중단으로 터키는 매년 수십 억 달러를 손해볼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가 양국 무비자 여행도 중단하면 터키 관광업은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농수산물과 식료품 유통업
러시아 소비자보호당국은 이날 올해 품질 및 안전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터키산 식료품 800㎏을 압수했다며 의류, 가구, 청소 관련 상품도 규정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24일부터 안전하지 않은 터키산 식료품 수입을 제한하고 애국심이 강한 수입업체들에 터키산 제품 수입을 하지 말라고 독려하고 있다.
칼리닌그라드주(州) 칼리닌그라드 현지 당국은 전날 인근 국경지역에서 162t에 달하는 터키산 닭고기가 선적서류 문제로 통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게나디 오니셴코 전 러시아 국가위생담당관은 이날 현지 뉴스통신 리아노보스티에 “터키 산 농수산물과 식료품을 사는 것은 애국심이 결여된 행위”라며 “슈퍼마켓에 유통되는 터키산 토마토는 러시아 국민을 향하는 로켓 공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지난해 서방의 경제제재에 맞서 유럽산 농수산물과 식료품에 대한 금수조치를 내리면서 터키산 농수산물과 식료품이 대부분 매장에서 유통되고 있다. 과거 농수산물과 식료품 금수조치는 러시아 내 식료품 가격 급등으로 이어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