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삼성전자가 3분기에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렸지만 현재 진행 중인 인력 재배치 및 사업구조 재편 기조는 그대로 이어갈 전망이다.
이는 3분기 실적이 환율 효과에 따른 일시적인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데다 현재 인적구조가 스마트폰 사업의 정점을 찍은 2012~2013년에 짜여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일 때 적합했던 인적 구조가 영업이익이 7조원 내외 수준으로 떨어졌을 때도 유효하지는 않다는 진단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7일 3분기에 매출 51조원, 영업이익 7조3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매출 47조4500억원, 영업이익 4조600억원)봐 비교하면 매출은 7.48%, 영업이익은 79.8% 증가했다.
증권가에서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6조원 중후반대로 제시한 것과 비교했을 때 11% 정도 늘어난 것이다.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을 발표하자 일각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인력 재배치, 사업 재편, 긴축 경영 등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 내부에서는 이런 낙관론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올 3분기에 원·달러 환율이 7∼8% 올라 달러로 거래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와 같은 부품 부문의 실적이 일시적으로 올라가자 착시현상이 벌어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히려 4분기와 내년 1분기에는 반도체 D램 가격 하락, 휴대전화 시장의 경쟁심화, 가전 시장의 정체 등으로 3분기보다 실적이 떨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매출과 영업이익의 앞자리 수가 4에서 5, 6에서 7로 바뀌어서 실적이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보이지만, 전분기와 비교하면 5.8% 증가한 것"이라면서 "이번 3분기 실적과 관련해 삼성의 기존 전략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 인사와 사업구조 재편, 구조조정도 대규모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삼성전자는 서울 서초동 사옥에 있는 재무와 인사, 기획, 법무 등 지원부문 인력을 10% 정도 줄이고, 마케팅 등 현장으로 인력을 재배치하고 있다. 내년 사업의 일반 경비도 50% 줄이는 등 긴축 경영 노력도 이어진다.
과거 이건희 회장 시절 삼성은 인사와 사업구조의 변화가 실적 베이스로 진행됐으나 올해 처음 맞는 이재용 부회장 체제에서는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기존 실적 이외에도 실용, 수익, 집중을 중시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에 따라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제대로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임원 승진도 예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승진 숫자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감원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501명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한 후 ▲2013년 485명 ▲ 2014년 475명 등으로 매년 승진자를 줄여나가고 있다.
삼성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도 "현재 삼성전자의 인적 구조는 2013년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찍었을 때에 맞춰 설계됐다"면서 "현재 7조원 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조직의 다운사이징과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단순히 인력 감축과 사업 재편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익성 강화를 위해 무리하게 구조조정 등을 추진하기보다는 위기일수록 투자를 늘리고 공격적인 대규모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9월까지 미국의 구글의 M&A(인수합병) 건수는 154건으로 삼성전자 37건보다 4.1배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긴축경영이 단기적으로 수익을 개선하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이런 방식이 본질적인 위기 극복책은 되지 않는다"면서 "반도체-스마트폰-가전 등으로 유지해 온 사업 포트폴리오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