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쿠웨이트 원정에 나선 슈틸리케호가 손흥민(23·토트넘), 이청용(27·크리스털 팰리스) 등의 공백에도 구자철(26·아우크스부르크)의 결승골에 힘입어 소중한 승점 3점을 챙겼다.
구자철은 8일 오후 11시55분 쿠웨이트 시티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4차전 경기에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결승골을 기록하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는 사실상 G조 1위 결정전으로 주목 받았다. 한국과 쿠웨이트는 앞선 예선 3경기에서 나란히 3연승을 달렸다. 한국이 골득실(한국 +13, 쿠웨이트 +12)에서 간신히 한 발 앞선 상태였다.
경기 전망이 밝지 만은 않았다. 변수가 많은 중동 원정에서 치러지는 경기였고 무엇보다 기존 슈틸리케호에서 주축 역할을 하던 손흥민과 이청용이 부상으로 빠졌다.
주전 좌우 날개가 빠지면서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도 고민에 빠졌다. 4-2-3-1 전술을 선호하는 슈틸리케호에서 좌우 날개는 득점을 올리는 주포역할을 톡톡히 해왔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결정은 구자철과 남태희(24·레퀴야)였다. 그리고 구자철이 기대에 완벽 부응했다.
구자철은 전반 13분 박주호(28·도르트문트)의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 넣으며 경기 선제골이자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다. 크로스도 좋았지만 뒤로 물러서며 낙하지점을 정확히 포착한 구자철의 위치선정이 빛났다.
경기 후반 보여준 공격 본능도 슈틸리케 감독을 미소짓게 했다. 구자철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석현준(24·비토리아)에게 감각적인 스루패스를 넣어주며 공격 기회를 만들었다.
후반 22분에는 왼쪽 측면에서 개인 돌파로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파고 든 뒤 오른발 터닝슛을 시도했으나 수비를 맞고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5분 뒤에도 아크서클 부근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키퍼 선방으로 추가골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이번 득점으로 구자철은 자신감과 감독의 신뢰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게 됐다.
지난 3월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 이후 7개월여 만에 대표팀에서 골맛을 봤다. A매치 49경기에서 15골을 기록, 거의 3경기에 1골씩 넣고 있는 셈이다. 자신감이 오를만 하다.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구자철은 주로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하지만 최근 슈틸리케호에서 측면 공격수로 나서고 있다. 측면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이면서 멀티플레이어를 좋아하는 슈틸리케 감독의 눈에 쏙 들었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구자철은 "나나 태희나 전형적인 윙어가 아니다. 경기전에 (권)창훈이랑 셋이서 자리를 돌아가면서 플레이해야한다고 대화를 했었다. 그래야 찬스를 잡을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런 상황에서 내가 침투할 타이밍이었다. 앞에 아무도 없었고 (박)주호형의 크로스가 너무 좋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구자철은 "중동 원정을 많이 경험 했는데 90분 동안 체력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했다. 체력이 있을 때 볼을 끌어주고, 더 체력이 있을 때는 과감히 돌파해 슈팅까지 마무리 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랜 만에 골을 기록한 것에 대해서는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