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일본 우익 매체로 수시로 ‘한국 때리기’를 일삼는 산케이 신문이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사대주의’라고 비판했다. 특히 박 대통령의 행보를 구한말 일본 낭인들에 의해 잔혹하게 시해당한 명성황후에 빗대는 칼럼까지 실어 논란을 부르고 있다.
산케이 신문 노구치 히로유키(野口裕之) 정치부 전문위원 겸 군사전문 편집위원은 31일자 자신의 고정 칼럼난(野口裕之の軍事情勢)에 “미중(美中) 양다리 한국이 끊지 못하는 '민족의 나쁜 유산'”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노구치 편집위원은 이 글에서 박 대통령의 전승절 열병식 참관이 내외정세 변화에 따라 사대주의 상대를 바꿔온 조선 말기를 연상시킨다며 한국이 그 때의 사대주의 DNA를 계승해 발휘하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아울러 조선이 사대주의 상대를 교체할 때마다 일본이 존망의 위기를 맞았다고 망발하면서 조선을 독립시키려는 일본을 오히려 청나라,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도록 유인했다고 왜곡했다.
또 노구치는 명성황후를 비하하는 '민비'와 비정상적인 행위를 의미하는 '도착(倒錯)'이라는 일본식 표현을 동원해 조선 말기에 박 대통령 같은 여성 권력자로서 '민비'가 있었다며 명성황후가 겪은 비운을 자세히 서술하면서 박 대통령의 불운을 암시하기도 했다.
노구치는 일본이 청일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조선이 청의 책봉체제에서 겨우 벗어났으며 대원군파가 세력을 잡자 청이라는 뒷배를 잃은 명성황후파는 쇠퇴했다가 러시아 지원으로 3개월간 권력에 복귀했지만 결국 암살당했다고 지적, 박 대통령의 대중 관계 확대가 좋지 않은 결말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넌지시 내비쳤다.
그는 박 대통령의 선친인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당하기 전 '민족의 나쁜 유산'으로 제일 먼저 사대주의를 거론하며 개혁을 모색했다고 적어 박 대통령이 아버지와는 다른 길을 간다는 투로 박 대통령을 비아냥댔다.
이와 함께 북한도 '나쁜 유산'인 사대주의를 혐오해 자주와 자립을 뜻하는 '주체사상'을 내세워 미국과 대립하고 중국에도 반발을 시작했다며 박 대통령이 사대주의를 한다고 간접적으로 질타했다.
노구치는 산케이 신문 내에서도 대표적인 강경 우익 보수로 꼽히는 기자로 알려졌으며 주로 한국과 중국 등 과거사 문제로 대립하는 국가에 대해 뒤틀린 논조의 칼럼을 자주 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