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 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28일 오전 9시께 긴급 이사회를 열고 신격호 총괄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을 결정하고 명예회장으로 추대했다. 명예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얻는 직함이다. 직접적으로 경영에 관여를 하지 않지만 간접적으로는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칠 수도 있다.
현대그룹의 경우 고(故)정주영 회장이 1987년 회장직에서 물러났으며 이후 1993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됐다. 이후 정 명예회장은 2000년 5월 명예회장직을 사퇴하기 전까지 그룹 경영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의 경우는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94세의 고령으로 거동과 말이 불편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그룹 부회장과 친인척들이 쿠데타를 도모하며 신격호 총괄회장을 끌어들인 것도 신 총괄회장이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신 총괄회장은 일본에 이어 한국 롯데 경영에서도 손을 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날 롯데 그룹이 발표한 입장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명예회장 자격으로 앞으로도 한국과 일본의 주요 사안에 대해 보고를 받게 된다.
‘보고를 받게 된다'는 뜻은 '보고를 받은 뒤 주요 사안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과 동일하게 풀이할 수도 있지만 신 총괄회장이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 할 경우 당분간 국내외 사안에 대해 '보고'만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관련업계 측에서는 롯데그룹이 사실상 신격호 총괄회장 체제에서 차남 신동빈 회장 체제로 경영권 승계가 일단락됐다고 분석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신 총괄회장의 상태가 현재보다 호전될 경우에는 롯데 그룹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롯데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을 일본롯데홀딩스의 명예회장으로 추대하기로 결정한 것은 경영권과 무관한 분들이 대표이사라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법적 지위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신 총괄회장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신동빈 회장의 한일 롯데 통합경영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며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한국롯데에서의 지위는 변화가 없으며 신 총괄회장은 계속해서 한국과 일본롯데의 경영현안을 챙겨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48년 롯데를 설립한 신 총괄회장이 대표권을 내려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