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경제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하반기 추가경정예산 편성 카드를 꺼내자 이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필요하다면 하반기 추가 부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주무부처인 기재부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견해와, "재정에 비해 의사결정이 빠르고 신속한 추가 금리인하 카드를 써야 한다"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추경'과 '금리인하' 카드를 동시에 구사, 경기를 확실히 회복세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의견도 고개를 들고 있다.
우선 추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송두한 농협금융연구센터장의 경우 추경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금리를 계속적으로 인하하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국내에 있던 외국자본이 급속히 해외로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며 "복원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금리인하는 가급적 안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반면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 추경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겠지만 경제성장의 저하가 단기적 측면이 아니라 구조적이라는 점에서 재정 정책은 신중히 하고 물가 등을 고려한 통화정책이 적절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두 방안 모두 효과 만큼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데 당국의 고민이 있다.
추경의 경우 경기부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의 일환이지만, 세수부족과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부담이 커진다. 일부에서 10조~15조원 가량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소정의 효과를 내지 못하면 나라 빚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2월말 현재 중앙정부의 순수 채무만 519조9000억원으로 국채발행 등으로 인해 이자만 한 달에 2조원 가량이 날아가는 것을 보면 결정하기가 쉽지 많은 않다.
기재부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지만 지금 상태에서 할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비해 금리의 추가 인하도 경기부양효과를 기대하는 통화 정책카드이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이라는 복병과 맞서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이 금리인상시기를 저울질 하는 입장에서 자칫하다가는 국내에 들어와 있는 해외자금의 엑소더스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고 우리도 인상할 필요가 있느냐"는 말로 자신감을 표했지만, 한국은행과 시장의 우려감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18일 G20 참석차 미국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성장 잠재력을 높이려면 구조개혁을 해야 하는데, 굳이 따진다면 통화정책 보다는 재정정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다.
이런 가운데 두 카드를 모두 써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할 수 있으면 둘 다 해야 한다. 어떤 의도건 간에 한은 총재는 재정역할, 최부총리는 할 수 있으면 다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재정 만하고 통화만 하는 것보다 공존하는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향후에 나타날 것까지 고려한다면 재정건전성이 취약하지만 공식적으로 나쁜 편은 아니다"며 "GDP대비 1%정도인 10조~15조원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인하에 대해서도 "우리 경제의 펀더멘타를 감안할 때 해외자본 유출을 우려하는 것은 기우"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