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속에서 가격 최하위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꼼꼼히 가격비교를 해가며 저가 제품을 찾고 그마저도 마음에 맞지 않으며 지갑을 닫아버린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일각에선 고가의 명품들도 활황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나를 위한 선물은 포기하지 않는 ‘가치소비’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작은 소비로 큰 만족감 얻겠다
월세 원룸에 살면서 명품 가방을 수집하는 김씨. 허세에 빠진 개념 없는 여자라는 비난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과감히 투자하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법”이라고 김씨는 말한다.
프리랜서 이씨는 한 달 수익이 100여만원이지만 디저트는 식사 값의 10배 이상의 고가 제품으로 소비하곤 한다. “남들 고기 먹을 때 컵라면 먹고, 남들 자판기 커피 마실 때 고급 디저트 먹는다”며, “소비의 규모는 마찬가지만 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게 소비하는 것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피규어 마니아 김씨는 “부모님 세대가 집을 사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면 나는 피규어를 사기 위해 돈을 번다. 어차피 나는 집을 살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런 천편일률적인 목표가 행복을 주는지도 의문이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이 같은 가치소비 트렌드는 불황에 의해 큰 소비를 자제하는 대신 작은 소비로 큰 만족감을 얻겠다는 소비심리와 관련 있다. 또한 X세대들은 자신의 개성을 중요시하고 자기표현에 대해 적극적인 특성을 지닌다. 이들이 소비 세력으로 부상하면서 이 같은 소비 트렌드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다. 1인가구의 시대를 살아가는 20대들은 당연히 가족이 아닌 ‘나’를 중심으로 소비한다. 이른바 3포 세대로 불리는 20~30들은 집이나 자동차, 결혼 등 인생의 굵직한 소비를 하지 않는 대신 자신을 위한 선물로 인생의 즐거움을 찾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소득 평균 이하 그룹이 나를 위한 투자 더 많이 해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20대의 가치소비행태와 이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전국 20대 남녀 399명을 대상으로 가치소비 트렌드 조사를 실시했다.
20대가 나를 위한 소비경험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본 결과, 20대 대부분(90.5%)이 최근 6개월 내 생활에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나 본인의 만족과 기분전환을 위해 제품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대 3명중 1명(32.3%)은 나를 위한 소비를 5회 이상 경험했다고 응답해 가치소비가 20대의 전반적인 소비행태로 자리잡았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20대들은 한달 평균 생활비의 37.4%를 나를 위해 투자하고 있었으며, 소득이 평균 이상인 그룹의 나를 위한 소비 비율(35.6%)보다 평균 이하 그룹의 소비 비율(38.7%)이 더 높게 나타나 소득이 적더라도 나를 위한 소비는 줄이지 않는 20대의 소비 경향이 드러났다.
그렇다면 20대는 가치소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20대 절반 이상이 가치소비를 ‘저렴한 가격 대비 효용이 큰 소비’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처럼 20대들은 나를 위한 소비를 과시적이고 사치스러운 소비가 아닌 합리적인 소비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소비 시 ‘현재 필요한지 아닌지 판단하는 단계(40.9%)’와 ‘가격을 충분히 비교하는 단계(23.8%)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응답 또한, 20대가 가치소비를 합리적으로 즐기고 있음을 뒷받침했다.
“여가 시간 위해 연봉 339만원 포기”
20대들이 자신의 만족을 위해 주로 소비하는 제품은 의류(33.0%)였으며, 화장품(24.7%)>패션잡화(18.0%)>전자제품(17.5%)>네일 헤어(11.4%)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카테고리 별로 가장 많이 언급된 브랜드를 살펴보면, 의류에서는 유니클로와 같은 SPA 브랜드, 화장품에서는 이니스프리와 같은 로드숍 브랜드와 같은 저가 브랜드가 주로 언급됐다. 이를 통해 저가 브랜드 제품을 구입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합리적인 20대의 가치소비 행태를 엿볼 수 있었다.
한편, 과제 프로젝트 등이 끝나고 기분전환을 위해 나에게 주로 선물하는 제품 서비스는 외식 맛집(25.1%)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의류(24.8%)>패션잡화(14.2%)>화장품(13.6%)>전자제품(10.3%)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20대는 기분 전환을 위해서는 물건을 소유하기 보다는 가벼운 1회성 소비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20대는 자신을 위해 최대 얼마까지 투자할 수 있을까? 20대는 자신을 위한 선물로 1회 최대 33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20대 10명중 9명(89.2%)이 ‘여가시간 보장을 위해서라면 연봉의 일부를 포기할 수 있다’고 응답했으며 포기할 수 있는 연봉 액수도 339만원에 달했다.
작은 사치 계속 될 듯
이처럼 2015년 20대의 소비실태를 살펴본 결과, 20대의 가치 소비 특성에 따라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Better Cheap형’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저가 브랜드 제품을 주로 구입하는 등 가격 등을 꼼꼼히 따져 합리적으로 가치를 실현하는 유형이다. 두 번째 ‘Self Bourgeois형’은 자신을 위한 소비에 1회 최대 33만원까지 지불 가능할 정도로 자신을 꾸미고 가꾸는 것에 큰 가치를 두고 아낌없이 투자하는 소비 유형이다. 마지막으로 ‘Empty Hands형’은 소유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며 가벼운 1회성 소비를 선호하는 유형이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이재흔 연구원은 “20대 대부분이 나를 위한 소비를 하고 즐기고 있었으며, 나를 위한 선물로 최대 33만원까지 지불 할 수 있고, 여가 시간을 위해 연봉도 339만원까지 포기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나를 위한 소비에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특히, 소득이 적어도 본인을 위한 소비는 줄이지 않는 경향이 나타나, 경기 불황의 장기화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SPA 브랜드나 로드숍 화장품과 같은 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20대의 나를 위한 소비는 꾸준히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