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1주년을 맞아 한은 임직원들을 향해 “사고가 더 유연해져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 총재는 1일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배포문을 통해 “바깥 세상이 끊임없이 달라지고 있는 데도 (임직원들이) 기존의 논리와 주장을 고수하려는 경향을 본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하고 싶은 얘기만 반복해서는 생각이 다른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다”며 “인식과 현실 사이의 갭이 점점 벌어져 의사결정의 현실적합성이 크게 떨어질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한은 간부들을 겨냥해서도 “하던 대로만 하는 사람은 직급이 올라가 간부가 되도 시야를 넓히지 못하고 그저 부하 직원과 경쟁하는 상사가 되기 쉽다”며 현실에 안주하는 일부 간부들의 태도를 꼬집었다.
그는 정체된 한은 조직 쇄신의 해법으로 ‘이종(異種)간 결합 ’을 제시했다. 순혈주의 전통이 강한 조직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유연한 사고와 능동적 자세를 확산시키는 데 구성원의 다원성을 높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조직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외부전문성을 더 넓게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 연구에서 밝혀진 사실은 같은 종이 아닌 다른 종 사이의 만남이 생물의 다양성과 생태계의 생존력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것인데 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덧붙였다.
지난 1년간의 소회에 대해서는 “취임 이후 중앙은행에 거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최선을 다해 왔지만 그 바람의 무게가 힘겹게 느껴질 때도 적지 않았다”며 고충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