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서울의 특급호텔에서 식당이 사라지고 있다.
일반 식당들이 고급화되면서 호텔 레스토랑들이 경쟁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이날부터 47년간 운영해온 중식당 '산수'의 문을 닫는다. 영업을 중단하는 일은 재개편 등을 제외하고 그랜드 하얏트 서울이 식당가를 운영해온 이래 처음이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 관계자는 "해당 위치에 서비스 편의시설을 운영하기 위해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업계는 특급 호텔들이 식당을 줄이는 것은 맛, 가격, 서비스 면에서 뒤처지지 않는 맛집이 늘어나면서 호텔 레스토랑만의 경쟁력이 감소한 탓으로 해석하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호텔 레스토랑은 매출을 노리기보다는 내국인들에게 호텔의 좋은 인상을 전하는 창구로 활용돼왔다"며 "하지만 이전에 호텔에서만 먹을 수 있었던 고급 음식들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호텔 밖 식당들이 제공해 경쟁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그랜드 하얏트 이외에도 지난해 7월 밀레니엄 서울힐튼은 뷔페와 일품요리를 함께 선보이던 레스토랑 1개를 줄였다.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도 지난해 7개 업장을 4개로 통·폐합했다.
신생 특급호텔들은 애초에 오픈할 때부터 최소한의 레스토랑만 운영한다. 식당의 서비스 질을 높이거나 뷔페를 강화해 차별화하는 추세다.
2012년 11월 문을 연 콘래드 서울은 현재 음료를 파는 바 2곳과 이탈리안 레스토랑, 그릴 레스토랑, 뷔페 등 식당 3곳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오픈한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도 뷔페, 라운지 바 등 5곳을 운영한다.
JW 메리어트 동대문의 객실수는 170여개지만 콘래드 서울의 객실수는 400여개로 레스토랑 10여개를 넘게 운영하는 특급호텔들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콘래드 서울 관계자는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레스토랑 위주로 구성한 대신 뷔페에서 다양한 음식을 제공해 경쟁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호텔 손님이 줄어들면서 구색맞추기식으로 많은 종류의 레스토랑을 운영해온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기존 특급호텔들은 프랑스식, 이탈리아식, 중식 등 많은 종류의 레스토랑을 가지고 있는 경향이 강하고 음료를 파는 바를 포함해 10여개가 넘는 레스토랑을 운영하기도 한다"며 "호텔 손님이 줄어든 상황에서 운영비용이 부담일 수밖에 없기에 개수를 줄이고 뷔페 형태로 운영하면 인건비를 확연히 줄일 수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