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신임 비서실장에 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을 임명하는 등 청와대 개편작업을 완료했다. 자신이 신뢰하고 있는 최측근 인사들을 다시 발탁, 전면에 포진시켜 위기정국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지난 두 달여간 계속된 인적쇄신 요구에 고민을 거듭해온 박 대통령은 정부 출범 3년차를 맞아 새 진용을 갖추고 국정활력을 복원키 위한 태세에 본격 돌입하게 됐다. 다만 이번에도 최측근 인사들 중심의 발탁으로 인해 그동안 지적돼온 소통문제가 제대로 해소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측근 ‘전면배치’로 국정 활력 키울 기반 갖춰
박 대통령은 이날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후임으로 이병기 신임 실장을 임명하고 지난 1개월여간 논란이 돼온 청와대 비서실장 인선을 마무리했다.
그동안 여러 후보군들을 놓고 갖가지 관측이 잇따랐지만 결국 이 실장을 임명함으로써 측근 인사들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뢰를 재확인했다. 한 번 신뢰를 확인한 이들을 재차 기용하는 인사스타일도 또 다시 드러났다.
더욱이 지난달 임명한 이완구 국무총리에 이어 비서실장에 박 대통령의 원로자문 그룹에 속하는 인사로서 정무적 조언까지 해온 것으로 알려진 이병기 원장을 발탁함으로써 '친정체제'를 굳건히 했다.
정무특보단에 친박의 대표인사인 김재원, 윤상현 의원을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친이계인 주호영 의원을, 홍보특보에 김경재 전 의원을 발탁한 것은 나름 '다른 목소리'도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판단된다.
그간 인적쇄신 요구 등의 압박에 밀려 국정운영에 어려움에 직면해온 박 대통령으로서는 친박계 인사들을 총동원해 위기를 적극적으로 돌파하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박 대통령은 이처럼 측근인사들을 대거 발탁, 전면에 배치해 그동안 위축돼온 국정을 되살리고 나아가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실현키 위한 기반을 확보할 수 있게됐다.
특히 이완구 국무총리를 비롯 경제와 사회 부총리 역시 당 출신의 측근이라는 점에서 청와대와 정부는 유기적 협력관계를 구축, 국정을 원할하고 능동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국정 3년차에 걸맞게 공무원연금 개혁 등 공공 노동 금융 교육 4대부문의 개혁작업은 물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구체화 등 가시적 성과를 얻는데 전력을 쏟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인사와 관련 야당은 물론 여당 지도부에서도 '인적쇄신에 대한 의지가 있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점은 박 대통령에게 적지않은 부담이다.
특히 야당에서는 이 실장 임명을 두고 '공안정치 부활' 등의 비판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실장은 국정원장 검증과정에서도 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비교되면서 상대적으로 야당에서는 긍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던 점을 감안하면 '비판'강도가 점차 줄어들지 않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시각이다. 이 실장은 과거 박 대통령에게 고언하지 못하던 청와대 보좌진들의 역할에 대해 비판적인 인식을 내비쳤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인선이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으나 그동안 비난을 받았던 '불통(不通)' 논란 등을 고려해 야권과의 관계 등도 함께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3명의 정무특보단을 새로 두고 홍보특보를 추가로 한 명 더 둔 데다 새 홍보특보에 과거 민주당에 몸담았던 김경재 전 의원을 위촉한 점 등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李실장, “국정동력 회복 및 당·정·청 관계 강화 나서야”
집권 3년차를 맞이한 박근혜 정부에 이 실장의 역할도 주목되고 있다.
지난해 정국을 뒤덮었던 세월호 참사 이후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까지 겹치면서 각종 의혹과 인적쇄신 요구가 청와대로 집중된 탓에 집권 2년차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3년차를 맞게 된 상황이다.
이완구 국무총리 지명 이후 지난 17일 새 내각 발표 때까지도 비서실장 인선을 마치지 못했던 박 대통령은 열흘이 지나 다음달 1일 중동 순방을 코앞에 둔 이날에야 겨우 신임 비서실장을 발표했다.
더욱이 인적쇄신의 신호탄으로 꺼내들었던 이 총리 지명은 검증과정에서 빛이 바랜 상황에서 비서실장 인선마저 쇄신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받을 경우 집권 3년차를 시작하는 단계에서도 국정에 활력을 되찾지 못할 우려가 있었다.
이처럼 인선이 미뤄지는 과정에서 비서실장 인선을 순방 이후로 미루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지만 결국 순방 이전에 인선작업을 마무리하고 외교일정을 필두로 집권 3년차 국정 정상화의 의지를 다잡겠다는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이 실장에게 주어진 가장 큰 역할은 무엇보다도 소통 회복인 것으로 보인다.
전임인 김 실장 체제에서 계속 불거졌던 문제가 불통 논란이었던 만큼 새 실장 체제를 통해 이 같은 약점을 보완해나가겠다는 게 박 대통령의 뜻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비서실장 인선 과정에서 민심을 획기적으로 되돌리기엔 늦은 측면도 있었던 데다 본질적으로 새로운 쇄신카드라고 하기도 어렵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는 만큼 향후 적극적으로 쇄신 노력을 증명해야 할 필요도 있다.
새로 임명된 이완구 총리와 함께 당·정·청 관계에서도 호흡을 맞춰 가교 역할을 해야 할 의무도 짊어지게 됐다. 특히 새로 신설된 당·정·청 협의체 등을 통해 정책조율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도록 청와대 참모진을 지휘해나가야 한다.
외교관 출신인 만큼 외교안보분야에 대한 참모 역할도 어느 정도 기대된다. 경제활성화와 함께 핵심 과제로 추진 중인 한반도 통일기반 구축과 관련해 외교안보라인으로서 박 대통령의 최측근에서 참모 역할도 병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비서실장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만큼 과거 강경파가 주도하고 있던 안보정책에 다소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함께 주일대사 경험을 통해 2년이 넘도록 진척이 없는 대일관계에 기여할 수 있을지도 주목되고 있다.
◆朴대통령 ‘고심’ 거듭끝 이병기 발탁 의미는?
박대통령이 이병기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을 발탁하면서 국무총리 내정과 소폭 개각에 이은 3단계 인적쇄신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달 12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교체를 시사한 뒤 46일 만인 동시에 지난 17일 김 실장의 사의를 수용한지 열흘 만이다.
그만큼 박 대통령의 고심이 깊었다는 방증이다. 박 대통령은 오랜 기간 침체국면을 보이고 있는 국정을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이완구 카드'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언론관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각종 의혹으로 쇄신책으로서의 의미는 색이 바랜 터였다.
이런 상황에서 비서실장 인선마저 미흡한 것으로 평가될 경우 그만큼 향후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정작 적절한 인사를 고르는데 여러가지 문제점이 겹쳐 인선이 진통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문제에 상당한 약점을 가져온 박 대통령의 스타일도 한 요인이었을 뿐더러 일부 인사들은 고사를 해 후임자 발표가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실장은 어려움에 처한 국정을 되살리고자 박 대통령이 장고끝에 '구원투수' 낙점한 카드로 여겨진다.
박 대통령은 정부 출범 직후이자 일본이 거침없는 우경화 행보를 보이던 2013년 3월 꽉 막힌 한·일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할 주일대사에 이 실장을 임명했다. 2014년 6월에는 국장원장으로 투입해 당시 서울시 공무원에 대한 간첩증거 조작사건으로 위기에 빠진 국가정보원을 수습하는 임무를 맡겼다.
과거 위기상황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비선실세 의혹과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 지지율 급락 등 청와대의 위기를 진화할 소방수로 이 실장만한 인물이 없다는 판단을 박 대통령이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실장이 중요한 선거 때마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 역할을 해 온 친박계(親박근혜) 원로 그룹이라는 점에서 가장 믿을 만한 측근이었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관 출신으로 국제관계와 남북관계 등 외교·안보분야에 정통하고 정무감각도 갖추고 있어 참모로서 보다 폭넓은 역할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고려됐다.
박 대통령이 이완구 총리와 최경환·황우여 부총리 등 이른바 '친박계 트로이카'로 내각 장악력을 높인 만큼 김 전 실장 같은 '왕(王)실장' 스타일보다 정책 조정자로서의 역할이 더 중요해 이 실장을 발탁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 실장은 그동안 숱하게 거론됐던 비서실장 후보군에서 상대적으로 언론계 주목을 덜 받던 인사이고 정보총괄책임자인 국정원장이라는 점에서 '깜짝카드'로 여기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이 김 전 실장의 교체 가능성을 시사했을 당시만 해도 청와대 안팎에서는 '측근 원로형' 인사들이 거론됐다. 김 전 실장의 고교 후배인 김병호 언론재단 이사장, 박 대통령의 원로 지지그룹 '7인회' 멤버인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안병훈 도서출판 기파랑 대표 등이 그들이다.
그러나 인선이 지연되면서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이나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 등 호남 출신 인사들이 '화합협' 콘셉트로 하마평에 올랐고 통일부 장관 후보군으로 거론돼다 개각에서 빠진 권영세 전 주중대사와 공안 검사 출신으로 최근 통합진보당 해산을 이끌어낸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실무형' 비서실장으로 거론됐다.
그러다가 막판에는 박 대통령이 '경제통'을 고려 중이라는 얘기가 돌면서 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경제교사였던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와 삼성물산 회장을 지낸 현명관 한국마사회장 등의 이름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현 회장의 경우 발표 당일인 이날 오전에 내정설이 대두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사검증 과정에서 현 회장이 배제돼 내정이 취소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하는 등 온갖 설이 난무했다.
이밖에 권 전 대사는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며 다른 인사들 중에서도 일부는 이런저런 이유로 비서실장직을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