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1~9일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카타르 등 중동 4개국을 방문하며 집권 3년차 세일즈외교에 다시 시동을 건다.
해외건설 진출 50년을 맞는 올해 걸프지역 국가들과 업그레이드된 협력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제2의 중동붐을 우리 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활용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또 중동 4개국 모두 '포스트 오일(post-oil)' 시대에 대비하면서 산업 다변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만큼 고부가가치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를 통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연계하면 상생의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순방은 박근혜정부의 외교 지평을 중동까지 본격 확장한다는 의미가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박2일의 일정으로 UAE를 방문한 바 있지만 이는 원전 1호기 원자로 설치 행사 참석을 위한 '원포인트' 순방으로 본격적인 중동 순방은 이번이 처음이라 할 수 있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26일 브리핑에서 “중동은 우리 국민들이 1970년대 '오일쇼크'라는 시대적 위기를 '오일달러' 특수라는 역사적 기회로 바꿨던 성공신화의 현장”이라며 “중동 4개국은 우리의 에너지, 건설, 플랜트 수출 분야의 핵심 동반자이고 우리나라의 최대 에너지 공급원이자 전략적 이해지역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첫 방문국인 쿠웨이트에서 사바 알-아흐메드 알-자베르 알-사바 국왕과 정상회담을 갖고 기존 에너지 및 건설·플랜트 분야 위주의 협력 강화 뿐만 아니라 ICT, 보건의료 등 새로운 고부가가치 분야에서의 협력방안을 논의한다. 쿠웨이트가 추진 중인 다수의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우리 기업의 참여도 당부한다.
한국 대통령의 쿠웨이트 방문은 8년만이다. 박 대통령은 마르주크 알-가님 국회의장과 자베르 알-사바 총리도 접견한다.
우리의 최대 원유 공급국이자 최대 해외건설 수주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지난 1월 즉위한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외교·안보, 에너지·원전, 건설·플랜트, 투자, 보건·의료, ICT 등 실질적인 협력관계 증진 방안이 의제다.
정상회담 외에 차기 왕위 계승자들인 무그린 왕세제와 무함마드 나이프 제2왕위계승자 등 사우디 왕실 최고위 인사들을 접견한다. 중동의 워렌 버핏으로 알려진 킹덤홀딩회사 알-왈리드 회장과 사우디 원전 및 재생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알-야마니 킹 압둘라 원자력·재생에너지원(K.A.CARE) 원장도 만나 대(對)한국 투자 촉진과 원자력 분야 협력에 대한 의견도 교환한다.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의 초청으로 방문하는 UAE에서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심화시키기 위해 원전, 에너지, 건설·인프라 분야 협력 지속 방안과 보건·의료, 식품, 문화 등의 분야로 협력을 다변화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모하메드 왕세제와의 정상회담은 지난해 2월과 5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주 수석은 "박 대통령이 취임 이래 두 번 방문한 나라는 미국, 중국에 이어 UAE 밖에 없다"며 "그만큼 양국 관계가 명실공히 '전략적 동반자'이자 '형제의 나라'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한국 의료의 해외진출을 촉진하고 UAE 국민의 보건향상에 기여하기 위한 협력 강화에도 초점이 맞춰진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지난해 2월 방한 당시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해 우리 의료의 우수성을 직접 확인하는 등 보건·의료 협력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크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번 순방의 마지막 방문국은 2022년 월드컵 개최국인 카타르다. 박 대통령은 쉐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 싸니 국왕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자 간 실질협력, 국제무대 협력, 한반도 정세 및 중동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
주 수석은 “기존의 에너지·건설 분야의 전통적 협력을 공고히 하고 투자, 보건·의료, 원자력, ICT, 교육, 문화 등 새로운 분야를 적극 발굴해 양국 간 동반성장 잠재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카타르가 월드컵 개최 예정국인 만큼 앞으로 있을 대규모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와 관련한 우리 기업의 수주도 지원한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이번 순방을 통해 양자 간 투자 협력의 확대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은 아시아와 유럽에 이어 우리의 제3위 교역지역이지만 지난해 기준 중동의 대한국 투자는 전체 투자규모의 1.2%, 우리나라의 대중동 투자는 전체 해외 투자의 4% 수준에 그칠 정도로 투자 협력은 미미한 상태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 같은 미미한 투자 수준은 바꿔 말하면 이번 순방을 계기로 대폭 확대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중동의 국부펀드 등 풍부한 자금력과 우리의 뛰어난 ICT 기술이 합작해 공동투자 활성화나 제3국 공동진출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수석은 이어“중동 4개국이 포스트 오일 시대에 대비해 수립한 산업 다각화 전략을 보면 이른바 석유·화학, 보건·의료, 교육, 신재생에너지 등 대한민국의 경쟁력이 굉장히 높은 분야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이들 지역과의 경제협력을 확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은 굉장히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걸프 국가 중 유일하게 북한과 미수교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 4개국과 북핵 및 한반도 문제도 논의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 우리 정부의 평화통일 정책에 대한 이해와 지지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지난해 UAE 아부다비의 왕세제, 카타르 국왕, 사우디 국왕 등과 회담한 바 있는 만큼 이번 방문은 중동지역 정상들과의 신뢰가 한층 심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 대통령은 중동 4개국 모두에서 비즈니스 포럼을 가질 예정이며 쿠웨이트, 사우디, UAE에서는 동포 대표들과도 만난다. 카타르에서는 문화교류의 밤을 갖고 사우디와 UAE에서는 문화시찰 일정을 통해 방문국 국민들과 교류하는 일정도 갖는다고 청와대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