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이명박 전 대통령이 29일 회고록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추진 관련 내용을 폭로하면서 남북대화 추진 국면에 일정부분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 강도와 범위를 놓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외교가에선 이번 회고록 내용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임기를 마친지 2년밖에 안 된 전직 대통령이 기밀사항인 남북간 협상 내용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외교관례에 어긋나는 행동이란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북한이 아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조만간 비난공세를 퍼부을 것으로 예상되는 탓에 현재 진행 중인 남북대화를 위한 당국간 협상이나 향후 남북관계 전반에 악재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회고록이 해프닝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실용적인 판단을 하는 북한정권이 전직 대통령의 발언 때문에 대남관계의 기조를 바꾸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명박정부가 임기를 마친지 2년도 안 돼 이런 내용을 공개한 것은 결국 남북관계에 관한 철학도 없고 전략도 없고 북한에 대한 인식도 없었다는 반증”이라며 “자기 자신의 주장만 있지 남북관계 발전이나 우리 민족의 어려움, 평화통일은 결국 안중에도 없다는 반증”이라고 비판했다.
양 교수는“북한은 선대의 일을 왜곡했다면서 격렬한 수사를 동원해 반발할 것이다. 결국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박근혜정부와도 불신의 골이 깊은데 이것까지 겹치면 남북대화와 남북관계 복원에 복잡함과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북한 류경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이 (한국에 왔다가)성과가 없어서 북한 가서 처형됐다는 내용이 과연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에서 나올 수 있는 내용이냐. 이해가 안 된다”라고 꼬집었다.
반면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이번 회고록이 남북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박 위원은 “북쪽이 순간적으로는 불쾌함을 드러내면서 이번 사안을 이명박 전 대통령 개인을 욕하거나 보수정권을 욕하는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단순히 회고록 때문에 역사적 물줄기를 막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전직 대통령이지만 이미 사인으로 돌아간 사람의 기록이고 자기 정권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싶은 그런 의도를 갖고 쓴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이유로 지금 부정적 영향이 있을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시대의 원칙이 있고 박근혜시대의 원칙이 있다”며 “남한이나 북한이나 서로 상대할 때 얼마나 정치적이고 실용적인데 회고록 하나 때문에 얻을 것을 포기한다거나 해야 할 것을 안 한다거나 하는 그런 나이브(순진한)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