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27일 공무원연금 개혁문제와 관련, “국회에서 다뤄지는 문제이기 때문에 슬기롭게 원만히 잘 해결되리라 믿지만 제가 본 바로는 안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 처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공무원연금 개혁을)총대 메고 하라니 마음 같아선 하기 싫지만 직접 와서 보니 누군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공무원들에게 “이해 당사자(공무원)의 고통과 인내 없이 어떻게 다음을 만들어나갈 수 있겠냐”며 “십시일반 고통분담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더 나은 미래한국을 만드는데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이 처장은 또 “공무원 숫자는 늘어나고 평균수명도 늘어난다. 여기 계신 분들은 100살을 살 것이다. 그런데 연금은 후세대가 부담한다”면서 “후세대 인구가 늘고 경제성장이 된다면 달라질 수 있지만 국민 1인당 1명 더 낳기 운동을 하면 모를까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2016년부터 생산인구가 저감해 세금 낼 사람이 줄어든다. 이미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며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옷을 입고 갑자기 더워지면 벗어야한다. 이 상황에서 국민에게 옷을 입으라고 할 것이냐 공무원이 옷을 벗을 것이냐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민 눈높이에 맞고 공무원이 만족하는 접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공무원연금 개혁 대안으로 제시된 공무원 정년연장에 관해선 “평균 수명이 늘어서 퇴직공무원의 세컨드 라이프를 어떻게 하느냐를 검토해봐야 한다. 어떤 부분에서는 경륜이 필요한 직종이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임금피크제와 연장근무를 공무원에게 적용하는 것도 검토해볼 사항이라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 처장은 민관유착 근절, 즉 관피아 척결과 관련, “국민인재 채용을 확대할 것이다. 동시에 공무원도 민관 유착이란 비판을 듣지 않는 범위에서는 민간 진출이 돼야 한다”며 “쌍방향(인재 교환)이 되는 쪽으로 변모해야 한다. 합리적 프로세스가 만들어진다면 국민 눈높이에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국민인재를 공무원으로 초빙할 때 기준이 있듯이 전문성을 먼저 고려한다면 (공무원이 민간기업으로 가도)민관 유착과 관련이 없다”며 “실무적인 업무는 (기업이든 정부부처든)어느 쪽이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인사혁신처 차장이 삼성그룹에 가도 커리어에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공무원도 (민간으로)나갈 수 있는 방향의 교육이나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 시작하는 단계고 그런 틀로 변경할 수 있다”며 “환경이 형성되면 법을 바꿀 수 있다. 그런 방향으로 옮겨 가겠다”고 방침을 밝혔다.
이 처장은 민관유착 근절에 의해 유발되는 공무원 인사적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내놨다.
그는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선 위에서 그만두는 게 맞는데 법상 60세까지 근무하게 돼있다. 그게 법의 정신”이라며 “고위공무원단 공무원들도 1년이라도 더 근무해야한다. 법리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이어“실제로 (민간기업 이동을)막아서 생기는 것은 큰 문제는 아니다. 기업도 성장하고 나이를 먹으면 그런 문제가 일어난다”며 “이 문제를 해소할 제도가 (기업에)이미 도입돼있다. 그런 것을 연구하겠다. 공무원에 적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이 처장은 취임사에서 자신을 공직사회의 '미생'으로 비유한 것과 관련, “(비유하자면)나는 오(상식) 차장 정도”라며 “여러분이 장그래를 추천하면 내가 뽑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잘 하면 반발짝은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반발짝만 나갈 수 있게 도와 달라. 그게 완생하는 길”이라며 “완생이 반드시 넓은 땅을 갖는 것은 아니다. 두집만 내면 된다. 두집이면 작은 공간 귀퉁이라도 완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또 처장 임기 종료 후 삼성그룹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삼성에 갈 일은 없다. 갈 데는 1군데 있다. 무사히 일을 마친다면 다시 학교로 갈 것”이라며 “그 때 관피아라 하지 말라. 민관 유착이 아니다. 자기 경험으로 후진을 양성하는 것은 사회봉사”라고 말했다.
한편 행정부공무원노동조합은 이날 이 처장을 겨냥, “공무원의 생사여탈권을 쥐게 되는 기구를 만들어놓고 그 수장을 대외적인 검증 절차 없이 떡하니 임명하는 것은 어린아이에게 큰 칼을 쥐어준 셈”이라며 “막중한 역할에 동의한다면 자발적으로 공식적인 인사청문회를 해야 한다. 그래야 인사혁신처는 전체 공무원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공정한 리더십을 갖게 될 것”이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