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마왕'이 떠났다. 31일 오전 송파구 풍납동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가수 신해철(46)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검은 옷차림의 일반인 추모객 200여 명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신해철이 생전 좋아하던 보라색으로 만든 리본을 가슴에 달았다.
이미 꽉 들어찬 영결식장에 들어가지 못한 이들은 까치발을 하고 영결식장 안의 신해철을 봤다.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닦았다. 장례식장 밖에는 비가 내렸다.
영결식장을 찾은 한 남성은 "마지막 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신해철을 보내드리기 위해 왔다. 인터넷이 없던 시기 라디오로 마주한 신해철은 아버지 같을 때도, 형 같을 때도 있었다. 내 청소년기 세상을 보는 눈이었다"고 추억했다.
영결식은 발인 미사 형식으로 진행됐다. 신해철의 절친한 친구였던 드럼연주자 남궁연이 진행을 맡았다. 자리를 함께한 신해철이 이끌던 밴드 '넥스트'의 멤버, 밴드 '시나위'의 신대철, 가수 싸이, 이승철, 윤종신, 타블로, 리아, 이현도, 영화배우 김부선은 굳은 표정으로 말이 없었다.
신해철과 육촌지간이자 음악적으로 끈끈한 연을 이어온 가수 서태지도 아내 이은성과 함께 영결식장을 찾았다.
서태지는 추도사에서 "생전 그에게 고마운 점이 많다. 아직까지 고맙단 말을 많이 하지 못했다. 앞으로 많은 분이 그의 아름다운 음악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운구는 고인이 약 20년간 이끈 밴드 '넥스트' 멤버들과 유족들이 맡았다. 가수 윤도현이 앞장서 운구 행렬을 이끌었다. 관이 운구차에 가까워질수록 영결식장에서 나온 이들의 울음소리는 커졌다. 이른 아침 내리던 비는 멎어있었다.
신해철을 실은 검은색 리무진이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으로 향했다. 몇몇 팬들은 맨 바닥에 주저 앉아 눈물을 쏟았다.
한 여성팬은 "신해철의 노래를 들으면 알겠지만, 신해철은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할지 애기해줬던 사람이다. 나에게는 세상 모든 걸 가르쳐 준 영웅"이라며 울먹였다.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 유해는 신해철의 녹음실이 있는 경기 성남 분당구 수내동의 녹음실과 자택을 거쳐 경기도 안성시 유토피아추모관에 안치된다.
앞서 지난 17일 장협착 수술을 받은 신해철은 입·퇴원을 반복하다 22일 심정지로 서울아산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고 입원했다. 합병증 등으로 장절제와 유착박리 수술을 받았으나 5일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다 끝내 저산소 허혈성 뇌 손상으로 안타깝게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