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29일 국회에서 만나 내년도 예산안과 세월호 특별법, 민생법안 등 주요현안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연말정국이 순항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국회에서 2년 연속 시정연설을 진행한 데다 여야 지도부와 회동까지 성사되면서 정치권과 소통의 단초를 마련했다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안은 물론 공무원연금 개혁안, 개헌 등을 놓고 여야 간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박 대통령과 여야 간 '해빙 모드'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이날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1시간 가량 회동을 갖고,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은 지난해 9월16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3자회담을 가진 후 13개월만이다.
이날 박 대통령과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을 법정시한(12월2일) 내에 처리하고, 세월호 특별법과 정부조직법, 유병언법 등 세월호 관련 3법을 10월 말까지 처리키로 합의했다. 각 당이 요청하는 기초생활보장법 등 법안들에 대해서는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키로 했다.
특히 이날 회동에서 15가지 이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새정치연합이 주로 이야기하고,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경청하는 분위기였다고 양당 정책위의장은 전했다. 이 자리에서 김무성 대표는 "야당 지도부와 만나서 대화하는 기회를 자주 가져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반적으로 긍정적 분위기 속에서 회동이 진행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 직후 여야는 15개항을 담은 발표문을 내놓았지만 주목할 만한 합의는 없었다. 박 대통령과 여야가 각각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수준에서 회동을 마친 셈이다.
다만 그동안 야당이 줄곧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팽팽한 긴장 분위기를 연출한 것과 달리 비교적 진지한 분위기에서 현안에 대한 입장을 전달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소통'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비대위원장이 박 대통령에게 “공공기관 개혁과 공무원연금 개혁은 둘 중에서 하나만 성공해도 역사에 남을 대통령이 되실 것”이라며 인간적인 신뢰감을 드러낸 것도 과거와 다른 분위기다.
얼어붙었던 당·청 관계도 다소 화해의 제스처가 엿보인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개헌 시기를 놓고 갈등이 심화됐지만 이날 박 대통령이 국회에 당부한 경제활성화 등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히면서 공조 모드를 거듭 강조했다.
앞서 김 대표는 '개헌=블랙홀'이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개헌 불가피론'을 펴면서 이견을 노출했다. 공무원연금 개혁 시기를 놓고도 연내 처리를 요구하는 박 대통령과 달리 속도조절론을 내세웠다가 당청 갈등이 불거지자 부랴부랴 당이 주도권을 갖고 법안을 발의하는 등 서둘러 진화에 나선 상황이다.
하지만 암초는 산적해 있다. 내년도 예산안의 경우 여야가 법정시한 내에 처리하겠다는 약속했지만 야당이 '서민 증세, 부자 감세'라는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강공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의 최대 현안인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개헌 논의는 최대 뇌관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공무원연금의 연내 처리를 당부했지만 야당은 공무원 사회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한 속도조절론을 내세우고 있어 향후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비공개 회동에서는 언급됐지만 공식 발표문에서 빠진 개헌 문제도 마찰이 불가피하다. 이날 야당은 '개헌이 블랙홀이 될 수 있지만 경제에 골든타임이 있듯이 개헌에도 (골든타임이) 있다'고 박 대통령에게 의견을 전달했지만 박 대통령은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