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 사고가 설계위반과 부실시공 때문에 발생했다는 지적이 24일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신기남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교 환풍구 현장점검과 한국시설안전공단으로부터 입수한 실제도면 1821장 확인, 기술사 자문 등을 종합해 사고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부실시공으로 인한 인재(人災)였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신 의원 측이 LH로부터 제출받은 환기구 그레이팅(철판) 상세도면을 재구성한 결과에 따르면, 판교 환풍구 설계도면은 일반 방식보다는 미흡했지만 이마저도 시공과정에서 무시돼 결국 사고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환풍구는 걸침턱과 30~40㎝ 간격으로 ㄴ자 앵글고정용 철물, 실제 하중을 받쳐주는 H형강을 앙카볼트 2개로 시공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 판교 환풍구의 실제 하중을 받쳐주는 것은 각 파이프 양쪽 하단에 용접된 L형 철물에 박힌 앙카 6개가 전부였고 이마저도 뽑혔다는 것이다.
판교 환풍구의 설계도면은 걸침턱 설계가 없고 H자 형강보다는 약한 ㄷ자 형강을 쓰도록 해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하는 방식보다는 미흡했지만, ㄷ자 형강을 내부 4면 전체에 시공하도록 하고 일정간격을 두고 앙카 2개씩 시공하도록 했다. 이대로만 시공했다면 안전에 큰 지장은 없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판교 환풍구는 이 같은 설계도면과는 달리 하중 지지성능이 전혀 없는 비구조재로 수평을 잡아주는 기능만 하는 ㅁ자 각파이프를 설치하면서 결국 하단의 앙크 하나가 전체 하중을 지탱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L형 철물 중앙에 앙카를 시공해 고정시켜야 하는데 철물 옆에 앙카를 박고 중간에 폐볼트를 용접한 사실도 확인됐다. 결국 L형 철물에 앙카를 시공하지 않아 콘크리트와 고정용 철물에 이격이 발생했다.
신 의원은 “경찰이 하중실험만을 규명하고자 하는데, 실체는 그게 아니다”라며“부실시공에 의한 희생자가 분명하며, 최소한 설계대로 시공만 했어도 이러한 불상사는 발생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고현장의 환기구 그레이팅 시공은 총체적인 부실임. 설계를 위반하고 감리를 잘못한 사실이 확인된 만큼, 발주자와 시행자(건설사업관리), 감리자, 시공자 등 관련자 처벌과 정부의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