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삼성SDI과 LG화학, SK케미칼, 코오롱플라스틱 등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시장을 공략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EP 시장에서 비중이 큰 자동차 부문에 이들 기업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일 삼성 SDI에 따르면 이규철 삼성SDI 케미칼사업부 전무는 "정보기술(IT)용 소재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자동차 소재 사업을 강화해 내년 유럽시장 매출을 4억 달러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SDI 관계자는 "독일에서 열리는 국제 플라스틱 전시회 '파쿠마(FAKUMA) 2014'에 참가하면서 유럽 시장 매출 목표를 밝힌 것"이라며 "유럽과 함께 미국, 중국 등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모바일과 TV, 가전용 소재에서 확보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자동차용 소재를 개발해왔다고 설명했다. 2007년 GM 공급을 시작으로 자동차 업계의 친환경·고효율 추세에 맞춰 EP 제품 라인업을 확대했다는 것.
삼성SDI는 멕시코와 중국에 이어 2011년 헝가리에 EP 생산법인을 설립해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밀집한 동유럽권에 단납기 공급체제도 갖췄다. 올해 5월에는 중국 동관에 생산 공장을 준공하며 글로벌 생산 거점을 확대해 가고 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8월 기술기반 사업(고강도 EP, 고흡수성 수지(SAP), 합성고무) 분야의 매출을 연간 2조원대에서 2018년까지 4조5000억원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박 부회장은 고기능 EP 비중을 늘려 2018년까지 '글로벌 톱3'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30% 수준인 자동차용 EP의 매출 비중을 5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SK케미칼도 EP 시장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김철 SK케미칼 사장은 "세계 최초 '무염소 PPS'라는 차별성을 통해 2020년까지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PPS는 고온에서도 변형 없이 견디는 '슈퍼 EP'의 일종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최근 국제 플라스틱 전시회에서 자동차가 핫 아이템으로 떠올랐다"며 "자동차 부문 등에 적용되는 EP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코오롱플라스틱은 유럽에 위치한 글로벌 자동차 기업에 소재 공급을 확대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코오롱플라스틱을 비롯한 코오롱의 자동차 소재 부품 관련 사업 계열사들은 고강성, 경량화, 친환경 등 고부가가치 신소재를 개발하는데 연구개발(R&D) 역량을 집중해 왔다.
이처럼 업체들이 앞 다퉈 EP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연비와 환경 규제에 따라 관련 시장이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탄소 배출량을 오는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30% 감축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도 자동차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5년 130g/㎞에서 2020년까지 95g/㎞로 강화한다. 이런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차량 경량화가 필요하다. 차체 중량을 10kg 줄이면 1g/km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효과가 있다고 한다.
경량 소재로 꼽히는 EP는 고분자 소재로 일상 용품과 자동차, 전기, 전자, 우주항공 분야 등에서 폭넓게 사용된다. 특히 EP는 내열성, 강도가 우수해 기존 금속의 영역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또 금속과 달리 투명한 성질을 가진 소재도 존재해 유일하게 유리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라고 한다.
이 때문에 소재 분야에서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자동차 소재에서 철강 비중이 2010년 77%에서 2035년 40% 수준으로 급감한다고 전망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2010년 5%였던 플라스틱 비중이 2035년 20%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자동차산업에서도 플라스틱 비중이 1990년 4.5%에서 2010년 6.6%로 늘었다.
유럽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유럽의 경우 2020년 기준으로 자동차의 철강 사용비중은 현재 68%에서 41%로 낮아진다. 반면 비철금속 및 합성수지의 사용비중은 각각 12%p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EP는 합성수지 계열이다.
세계 EP 시장 규모 전망도 밝다. 후지 키메라 리서치(Fuji Kimera Research)에 따르면 EP 시장 규모는 2015년 977만t에서 2020년 1216만t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5%에 달한다.
시장조사기관 IHS는 자동차 생산량을 기준으로 자동차용 플라스틱 시장을 전망한다. 경량화 추세에 따라 자동차 내 사용되는 플라스틱양이 점차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IHS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 생산대수는 올해 8525만6044대에서 2020년 1억386만3171대로 증가한다. 올해 기준으로 미국이 전체 자동차 생산량의 25%, 중국이 25%, 유럽이 23%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