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최근 급속도로 불어난 가계 빚의 이면에는 정부의 기업부채비율 감소 정책이 작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업 부채를 줄이자 은행들이 가계 부채를 경쟁적으로 늘렸다는 것이다.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는 2일 연세대에서 열린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특별강연에서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신장섭 교수는 "정부에서 가장 잘했다고 하는 것이 기업부채비율을 감소시켰다는 것인데 은행들이 기업부채 줄이는 대신 자기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가계쪽으로 빚을 왕창 늘렸다"면서 "그래서 가계부채 1000조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체 부채 자체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기업부채가 가계부채로 이전한 것 뿐이라고 해석했다. 이로 인해 부채비율이 높아도 감당할 수 있는 기업대신 소득구조가 취약한 가계가 막대한 빚을 떠안게 됐다는 것이 신 교수의 주장이다.
신 교수는 "부채는 가계보다 기업이 갖고 있는 것이 100배 낫다. 기업은 부채비율이 높아도 감당하면서 갈 수 있기 때문"이라며 "가계는 소득을 1년에 10% 늘릴 수 없다. 사람들이 성장을 기대해서 빚을 낸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부채이전 효과는 내수침체와 저성장으로도 이어졌다고 그는 진단했다.
그는 "부동산 투자를 생각하고 빚을 냈는네 부동산 시장이 무너졌다. 그러다보니 빚을 갚지 못하고 내수가 죽고 저성장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정부는 가장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했다고 자부하는데, 그 후 경제가 좋아졌느냐"고 자문한 뒤 "아니다. 지금 저성장에 빠졌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