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미국서 활약하는 한국계 배우 존 조(42·조요한)가 아시아 남자 연기자로는 처음 로맨틱 드라마의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고 있다.
존 조는 지난달 30일 미 전역에 첫 방송된 ABC TV 드라마 ‘셀피(Selfie)’에서 마케팅 전문가 헨리 역을 맡았다. 스스로 찍는 ‘셀카’를 의미하는 ‘셀피’는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의 디지털TV 버전이다.
SNS 세상에선 인기녀이지만 현실에선 인간 관계가 엉망인 일라이자(카렌 길런)가 어느날 굴욕적인 동영상으로 추락한 후 사람 사귀는 법을 배우기 위해 마케팅 전문가인 동료 헨리의 도움을 청하게 된다. 독선적이고 칭찬할줄 모르는 차가운 남자와 기본 인사조차 할줄 모르는 무개념 여자가 벌이는 해프닝과 알콩달콩한 러브스토리로 엮어가는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지금까지 미국의 공중파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동양인 남자 배우가 주인공을 맡은 것은 무협물 등 전문 장르에 국한됐고 로맨틱 드라마의 주인공은 존 조가 처음이다. 특히 미국 드라마에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며 금기로 여겨진 동양 남성과 백인 여성의 첫 조합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여주인공 카렌 길런(27)은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닥터 후’의 히로인 에이미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매력적인 배우다. 당초 남자 주인공역은 영국계 배우가 검토됐으나 드라마의 참신함을 위해 다양한 캐릭터로 인지도를 높여온 존 조를 전격 캐스팅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존 조는 한 인터뷰에서 “동양인들은 남자는 경찰관, 여자는 웨이트리스 등 중요하지 않은 단역들이 주어질 뿐이다. 이런 드라마에 주연으로 캐스팅된 것은 혁명적인, 하나의 이정표”라고 감격어린 소감을 남겼다.
셀피는 방송에 앞서 일부 에피소드를 온라인으로 먼저 공개해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뉴욕 맨해튼과 플러싱, LA 다운타운의 정류장이나 버스 광고판에서는 존 조와 카렌 길런을 앞세운 광고 포스터가 쉽게 눈에 띈다.
뉴욕 맨해튼의 문희정씨는 “존 조가 잘 알려진 배우이긴 하지만 이런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나올 줄 몰랐다. 아시안의 이미지를 깨는 신선한 기획같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1972년생인 존 조는 서울에서 태어나 만 6살 때 목사 아버지 등 가족과 함께 미국에 이민했다.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의 고교를 거쳐 UC 버클리 영문과를 졸업한 그는 퍼시픽 힐즈 스쿨에서 잠시 교사로 일하다 배우의 길에 뛰어들었다.
1997년 영화 ‘Wag the Dog’의 단역으로 데뷔한 그는 1999년 코미디 영화 ‘아메리칸 파이’에서 역시 단역을 맡았지만 유행어를 만드는 등 감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이후 영화와 TV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다 2004년 인도계 배우와 호흡을 이룬 버디 코미디 ‘해롤드와 쿠마 화이트 캐슬에 가다’로 주목을 받았고 2008년 개봉된 2탄은 38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등 흥행에도 성공했다.
2009년 ‘스타 트렉’의 히카루 술루 역을 맡으며 입지를 굳힌 존 조는 같은 해 사이파이 드라마 ‘플래시 포워드’에서 주연급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드미트리 노)으로 캐스팅됐고 지난해 ‘스타 트렉 인투 다크니스’로 명성을 이어나갔다.
2006년과 2009년 피플이 선정한 섹시한 50인에 선정되기도 한 그는 2006년 일본계 배우 케리 히구치와 결혼해 아들과 딸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