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매번 국민적 관심사가 큰 스포츠 대회를 앞두고 지상파와 유료방송 사업자간의 재송신 갈등이 벌어지는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가 올해 하반기부터 '보편적시청권보장위원회'를 적극 활용키로 했다.
하지만 3기 방통위가 의무재송신 채널을 KBS 1TV와 EBS에서 KBS 2TV까지 확대하는 '지상파 방송의 의무재송신 제도 개선'을 정책 과제에서 빼면서 근본적인 원인 해결보다는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12일 방통위 등 방송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이달 임기가 끝나는 '제2기 보편적시청권보장위원회'를 정리하고 다음 달 제3기 위원을 새롭게 위촉해 지상파 재송신 갈등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방통위 산하 기구인 보편적시청권보장위원회는 국민관심행사 등의 선정, 중계방송권 공동계약 권고, 중계방송 순차편성 권고 등을 심의한다. 현재 위원장은 야당 추천 상임위원인 고삼석 위원이 맡고 있다.
고 위원은 3기 위원회와 함께 지상파와 유료방송과의 논란의 쟁점이 되고 있는 보편적 시청권의 범위, 재송신료 산정, 모바일 디바이스나 OTT 서비스 등의 적용 여부 등을 두고 이해당사자들과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보편적 시청권은 국민적 관심사가 큰 체육경기나 대회에 대한 중계권을 특정 방송사가 독점함으로써 시청권의 제약을 받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으로 방송법에 명시돼 있다.
방송법은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인 제도적 장치로서 방통위 내에 '보편적시청권보장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또 중복 편성에 의한 전파 낭비를 없애기 위해 중계권의 공동계약이나 매체별 채널별 순차편성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6월 지상파와 유료방송사업자는 2014 브라질 월드컵을 두고 재송신료 협상을 둘러싼 갈등을 벌이면서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지상파는 월드컵처럼 국민적 관심사가 큰 콘텐츠는 별도로 협의할 수 있다는 계약을 근거로 유료방송도 추가로 재송신료를 내야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반면 유료방송 업계는 이미 재송신료 계약을 맺고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데 또 다시 복수 지급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보편적 시청권을 침해한다고 맞서고 있다. 실제 모바일 IPTV의 경우 브라질월드컵 때 방송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어 오는 19일부터 시작되는 인천아시안 게임에서도 이와 같은 지상파와 유료방송사간의 재송신 갈등이 이어지면서 또 다시 '방송 중단' 사태가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재송신료 협상이 월드컵, 아시안게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열리게 될 하계·동계올림픽 등 빅 이벤트가 들어가 있는 스포츠 때마다 이뤄질 것이란 점이다. 결국 지상파와 유료방송사의 분쟁 속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시청자들이다.
이러한 분쟁 속에서도 해당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는 방송법상 재송신료 협상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분쟁당사자에게 합의하도록 권고하는 조정제도만 규정돼 있어 양 측간의 협상에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
이에 방통위는 '보편적시청권보장위원회'를 이용해 시청자들의 시청권 보장하고 지상파와 유료방송사 간의 갈등을 최대한 봉합해보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방통위의 조치가 큰 효과는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보편적시청권보장위원회의 역할이 자문이나 권고 수준에 그쳐 법적 효력이 없고 지상파 역시 올해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법적 구속이 없는 방통위의 말에 쉽게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박사는 "지상파와 유료방송사간의 재송신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법 개정이 수반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다"면서 "다만 보편적시청권보장위원회에서 재송신과 관련 돼 양측이 지켜야할 가이드라인 제정 등을 한다면 다소 의미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