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 도급계약을 맺고 전자제품 수리를 대행했더라도 실질적인 근무형태에 따라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 1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대우전자 가전제품 수리업무를 담당 했던 박모(44)씨 등 19명이 "고용계약과 다름 없는 근무 형태였다"며 도급계약을 맺었던 동부대우전자서비스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이는 법적 쟁점이 비슷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들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도 상당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여부보다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박씨 등은 회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업무에 필요한 차량을 직접 소유했지만 출퇴근 시간과 근무시간, 근무장소와 업무수행방법 등 업무의 실질적 형태를 살펴보면 사측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를 제공했다"며 "이들을 근로자의 지위에 있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박씨 등은 대우전자 가전제품 설치·수리 업무를 맡고 있는 동부대우전자서비스와 도급계약의 일종인 전속지정점 서비스대행계약을 1년 단위로 체결하고 길게는 12년여, 짧게는 4년여 동안 관할 지역에서 발생하는 전자제품 수리업무 등을 처리했다.
이들은 2008년~2010년 사이 도급계약이 종료되자 "실질적으로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하는 만큼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소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동부대우전자서비스는 박시 등이 각자 도급계약을 맺기 위해 개인 사업자등록을 했고, 업무에 필요한 차량과 PDA를 직접 소유하고 주유비나 사용료도 직접 부담한 점, 정해진 기본급이 없이 월별 처리 건수를 기준으로 수수료를 지급받은 점 등을 근거로 도급 계약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나 1·2심은 사측의 주장에 대해 "최근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고 사측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사전에 임의로 정하여 놓은 것에 불과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박씨 등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각 지점으로 반드시 출근해야 했고, 업무를 임의로 변경하거나 배분된 업무를 타인에게 이관할 수 없었을 뿐더러 업무처리결과를 보고해야 했다"며 "상당한 수준의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 원고 승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