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추석(8일) 연휴는 여름방학·설·크리스마스 시즌과 더불어 영화계 대목이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고향을 찾지 못하거나 굳이 지방으로 움직일 필요가 없는 이들에게 영화만큼 좋은 친구는 없다.
올 추석 개봉영화는 과감해졌다. 상업성을 덜어내고 작품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또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보다는 장르별 개성을 살린 것들이 많다.
2006년 허영만 원작 만화를 영화화, 684만 관객을 불러 모은 ‘타짜’의 속편 ‘타짜-신의 손’이 3일 청소년관람불가 딱지를 붙이고 관객을 만난다. ‘과속스캔들’ ‘써니’ 등을 연출한 강형철(40)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그룹 ‘빅뱅’의 최승현(27)이 전편의 주인공인‘고니’(조승우)의 조카 ‘대길’로 등장, 극을 이끈다.
김혜수를 대신해 신세경(24)과 이하늬(31)가 새롭게 합류해 최승현과 멜로라인을 구축한다. 이경영(54) 곽도원(40) 오정세(37) 김인권(36)도 양념으로 재미를 더한다. ‘타짜’에서 ‘고니’를 도운 유해진(44)이 ‘대길’과 함께하며 ‘아귀’ 김윤석(46)이 ‘대길’과 한판승부를 벌인다.
같은 날 송혜교(32)와 강동원(33)은 가족영화 ‘두근두근 내인생’(감독 이재용)으로 관객을 유혹한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작가 김애란 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소설이 바탕이다. 열일곱 어린 나이에 자식을 낳은 부모, 열일곱 살을 앞두고 세상과 이별을 준비하는 아들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렸다.
강동원은 열여섯 살에 아들을 낳은 ‘대수’다. 걸그룹에 열광하고 아들의 게임기를 탐내는 철부지 아빠다. 택시 운전에 온갖 아르바이트로 생계와 아들의 병원비를 책임지는 가장이기도 하다. 송혜교는 한때 아이돌 스타를 꿈꿨지만 열일곱 살에 아이를 낳게 된 서른셋 ‘미라’다.
1000만명이 본 ‘7번방의 선물’처럼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해 감정을 건드리지 않고, 담담하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놔둔다. 추석 연휴를 노린 영화 치고는 상업성을 걷어내고 굉장히 쿨하게 만들어졌다.
홍상수(54) 감독 마니아라면 4일 개봉하는 16번째 장편 ‘자유의 언덕’이 추석 선물세트처럼 느껴질 듯하다. 자신의 삶에서 중요했던 여자를 찾으러 한국에 온 ‘모리’가 서울에서 보낸 며칠을 다룬 작품이다, 일본의 연기파 배우 가세 료(40)가 주연했다. 6일까지 계속되는 제7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 경쟁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지난해 ‘지슬’로 선댄스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오멸(43) 감독의 신작 ‘하늘의 황금마차’도 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재정난에 처한 밴드가 아버지의 유산을 노리고 치매를 앓는 형과 유랑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로드무비다.
‘그랑블루’ ‘니키타’ ‘레옹’ ‘제5원소’ ‘택시’ 시리즈 등 화제작을 만든 프랑스 거장 뤼크 베송(55) 감독의 신작 ‘루시’가 3일 한국 관객을 만난다. ‘루시’는 마약 운반책으로 이용당하던 여자가 초능력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액션물이다. 스칼릿 조핸슨(30), 모건 프리먼(77) 등이 출연했다. 북아메리카에서 개봉하자마자 2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또 개봉 4주 만에 북미수익 1억 달러를 달성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 영화에는 한국 배우 최민식(52)이 악당 ‘미스터 장’으로 출연한다. 영화에서 한국말을 쓰면서 ‘루시’를 따라다니며 끝까지 괴롭히는 인물이다. 뤼크 베송 감독이 그의 출연을 위해 한국으로 와 몇 시간에 걸쳐 설득했다.
하루 앞서 개봉하는 ‘스텝업: 올인’(감독 트리시 시에)은 2년 만에 돌아온 ‘스텝업’ 시리즈의 결정판으로, 무대의 스케일과 댄스 퍼포먼스가 전편을 뛰어넘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쇼와 댄스 배틀이 결합된 신개념 퍼포먼스 ‘쇼 배틀’도 등장한다.
라스베이거스를 배경으로 가진 것은 꿈과 열정뿐인 스트리트 댄서들이 지상 최고의 무대를 차지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10, 20대게 짜릿하고 화려한 영상미를 선보인다.
중국 액션 영화들도 재착륙했다. ‘소림사-인자무적’(감독 위안허핑)이 3일 재개봉한다. 홍콩이 자랑하는 액션배우 훙진바오(62) 위안바오(57)가 출연하는 고전작으로 적절한 코미디와 액션을 섞어 사랑받은 작품이다. 이번에는 깔끔한 HD로 찾아온다.
1980년 작품으로 무협 액션의 명작이 된 영화 ‘명검’(감독 담가명)이 3일 34년 만에 재개봉한다. ‘열화청춘’(1982) ‘설아’(1984) ‘최후의 승리’(1987) 등을 만든 담가명 감독의 데뷔작으로 화려한 카메라의 움직임과 뛰어난 편집으로 진일보한 무협 액션을 선보였다.
이맥연(정사오추)은 사랑하는 사람을 뒤로 한 채, 자신이 현존하는 최고의 검객임을 증명하기 위해 속세를 떠나 떠돌던 중 화천수를 찾아 나선다. 우연히 화천수의 딸 화영지를 구하는 과정에서 증오심으로 가득 찬 명검 제물검을 손에 넣은 그는 화천수에게 결투를 신청하게 된다.
2001년 11월 개봉했던 리롄제(51) 주연 ‘키스 오브 드래곤’(감독 크리스 나흔)도 HD로 리마스터링 돼 4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꾸준히 사랑받는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도라에몽도 새로운 시리즈 ‘도라에몽 진구의 아프리카 모험: 베코와 5인의 탐험대’(감독 야쿠와 신노스케)로 4일 개봉한다. 강아지 왕국이 ‘다부랑다’에게 지배당하자, 도라에몽과 친구들이 위험천만한 아프리카에서 거신상의 수수께끼를 풀고 왕국 구출에 나선다.
같은 날 꿀벌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마야’도 어린이 관객들을 찾아온다. ‘마야’는 독일 아동문학의 거장 발데마르 본젤스가 1912년 완성한 ‘꿀벌 마야의 모험’을 3D로 옮긴 것이다. 102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원작은 MBC, EBS 등에서 TV애니메이션으로 방송됐으며 서적, 캐릭터 상품, 뮤지컬 등 관련상품도 300여종에 달한다.
꿀벌왕국을 떠난 사고뭉치 꿀벌 마야가 위기에 처한 왕국을 지키기 위해 초원의 친구들과 함께 펼치는 합동작전을 그렸다.
‘라이온 킹’ ‘잠베지아’ 제작진의 신작 애니메이션 ‘쿰바: 반쪽무늬 얼룩말의 대모험’(감독 앤서니 실버스톤)도 가세한다. 아프리카 초원 한 가운데 평화롭게 살고 있는 얼룩말들의 마을에서 몸에 무늬가 반쪽밖에 없는 ‘쿰바’가 태어나며 시작된다. 다른 얼룩말들과 겉모습이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던 '쿰바'는 나머지 반쪽 무늬를 얻기 위해 ‘마법의 연못’을 찾아 나선다.
제이크 T 오스틴(20), 안나소피아 롭(21), 캐서린 테이트(46), 리암 니슨(62) 등이 내레이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