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반인권적 사고가 발생하여 군에 대한 불안과 분노 확산 ▲최근 일련의 군내 대형 사건·사고로 인해 군 기강 및 전투력 발휘에 대한 불신 증대 ▲군 자체적인 사고 후속조치 및 재발방지 노력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 제기’
국방부가 13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병영문화 혁신방안' 속에 담긴, 군이 파악한 군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인식이다. 국방부는 이를 가리켜 한 마디로 '병영문화의 일대 쇄신에 대한 강력한 요구'라고 집약적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혁신안에 담긴 내용을 보면 집약적 표현과 달리 핵심이 빠져 있다. 또 다시 '셀프 개혁'을 할 생각인지 의심이 된다. 특히 22사단 총기난사, 28사단 집단 구타 사망, 관심병사 3명의 동반 및 잇단 자살 사건으로 여느 때보다 군대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내용은 빈한하다.
군의 잇따른 대형 사고로 인해 최근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부상한 독일식 '국방 옴부즈맨'(국방 감독관)이 역시나 빠져 있기 때문이다. 장병들의 고립감 해소를 위해 핸드폰 사용을 허용하는 문제는 군기 문란이나 보안 때문에 어렵다손 치더라도 옴부즈맨은 최근 일련의 사태를 막기 위한 실효적 장치임에도 10여 년째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국방 옴부즈맨은 국회에 소속된 옴부즈맨이 군대 내부의 인권·안전 현황과 복지 현황을 감독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이런 이유로 폐쇄적인 군의 거대 장막을 걷어내고 장병의 인권과 목숨을 보호할 수 있는 옴부즈맨을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군 인권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인데, 대략 두 가지로 요약된다.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발의한 '군인 지위향상에 관한 기본법안'에는 국회 산하에 국방 옴부즈맨을 두고 군인이 제기한 진정과 국방위가 요청한 사항을 조사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두 번째는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군인복무기본법안'이다. 법안의 골자는 사적 제재와 병 상호간 명령금지 등을 통해 가혹행위를 차단하는 내용이다. 국방부는 국회에 관련 법안들이 계류 중인 만큼 정부입법 대신 의견을 개진해 의원입법안에 반영되도록 추진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군은 보안 등을 이유로 옴부즈맨 제도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군인복무기본법의 쟁점이 옴부즈맨이지만 국방부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며 “옴부즈맨 제도 활동을 보면 권한이 막강하다. 국가인권위와 국민권익위 군사소위 등이 비슷한 역할을 하는 만큼 중복 기능을 정리하고 옴부즈맨의 권한과 범위 등을 제한한 다음에 시행해야 한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국방 옴부즈맨이) 제한 없이 부대를 방문하고 모든 자료를 군사보안과 상관없이 받을 수 있다. 군 업무와 보안 등 때문에 제도 도입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야당 쪽에서는 옴부즈맨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은 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은 이제 군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며 옴부즈맨 도입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청에 인권위원회가 있듯이 국방부에도 장관 직속으로 인권위원회를 둬서 군대가 사건·사고를 은폐하지 않게 하는 동시에 폭력·가혹행위 예방교육과 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직접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 가지 쟁점은 장병들의 고립감 해소를 위한 휴대전화 소지 허용 여부다. 국방부는 당장 허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휴대전화 소지는) 병사들의 고립감 해소에는 상당한 도움이 되지만 군사보안과 병영 부조리 원인이 될 수 있고 비용 부담도 있다. 양면성이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당장 추진하는 것은 제한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휴대전화 사용을 위한 앱의 보안이나 사용 시간 등의 문제도 있다. 2012년에도 검토하다 보안 문제로 백지화한 적이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육군은 지난 6일 서울 용산 육군회관에서 열린 병영문화혁신위원회 출범식 당시 '병영 내에서 병사들에게 스마트폰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적이 있어 향후 국방부가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