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지난 4월 동료 부대원들에게 폭행을 당해 숨진 경기도 연천 육군 22사단 포병연대 의무대 소속 윤모(22)일병과 관련해 가해자들에게 적용된 상해치사죄를 살인죄로 공소장 변경을 할 계획이 없다고 육군 관계자가 밝혔다.
1일 육군본부 법무실 관계자는 윤 일병이 지속적인 폭행과 고문을 당해 사망한 만큼 공소장을 살인죄로 변경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가해자들에게) 살인죄가 적용되는지 직접 수사한 검찰관들이 법률 검토를 했지만 범행 전후 정황을 봤을 때 살인 고의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려워 상해치사죄를 적용한 것”이라며 “살인에 고의가 없기 때문에 살인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해자들이) 피해자가 쓰러지자 심폐소생술을 실시했고 앰뷸런스를 타고 가는 와중에 울기도 했다. 피해자가 의식을 잃자 병원에 후송해 살리기 위한 노력을 했다”며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지 않았고 급소도 가격하지 않았다”고 두둔했다.
그러면서“철저한 수사를 통해 집단 가혹행위로 사망했음 확인했다. 가해자 범행정도에 따라 5~30년의 중형이 선고되도록 최선을 다해서 대처해나갈 계획”이라며 “(가해자들의) 죄명을 어떻게 적용하기 보다는 응분의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최대한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범행을 주도한 이모(27) 병장에게는 법정 최고형인 징역 30년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윤 일병은 말로 형언하기 힘든 고문을 당하면서도 반항은커녕 어디에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대학에서 과대표를 할 만큼 활동적이었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윤 일병임에도 외따로 떨어진 의무대에서 모두가 가하는 폭력 앞에 힘없이 스러지고 만 것이다.
육군 관계자는 “윤 일병이 도움을 요청한 사실이 전혀 없다. 간부들도 전혀 몰랐다. 계급사회인데다 소극적인 성격이었는지 저항도 없었다”며 “폭행을 방조하고 가담까지 한 유 하사가 최고 계급이었는데 직책이 의무대 지원단장이었다. (구체적인 이유를) 윤 일병이 사망했기 때문에 물어볼 수도 없고…. 부대 관리 소홀한 점 때문에 관계자를 처벌했다”고 답했다.
의무대가 관리 사각지대로 방치된 이유에 대해서는“그 점에 대해 육군이나 군검찰도 잘 이해가 안 된다. 그래서 대규모로 지휘부를 문책한 것이다”며“포병대대 의무반인데 본부 중대 소속으로 통제를 받도록 돼있다. 그런데 이 부대는 특이하게 다른 중대에 가 있었다. 대대장이 관리책임을 명확하게 중대장에게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관리 사각지대가 생긴 측면이 있다. 각 부대별로 막사나 격오지에 있다 보니까 이 부대는 부대 위치나 막사구조상 동떨어진 상황이 됐다. 이런 경우가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윤 일병을 폭행한 이유에 대해서는 “말이 느리거나 행동이 굼뜨다는 이유였다. 폭행을 주도한 게 가장 나이가 많은 이 병장이다”며 “병장 주도로 너무 심하게 폭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피해자가 특별히 맞을 짓을 했다거나 밝혀진 것은 없다”고 답했다.
유모(24) 하사가 이 병장에게 형이라고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유 하사가)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그랬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범죄는 아니기 때문에 공소장에 포함되지는 않았다”며 “주범인 이 병장이 고압적이고 나이도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간부인 유 하사가 계급 역할을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일병 사망 직후 증거인멸을 위해 윤 일병의 메모장을 실제로 찢었는지에 대해서는“메모장을 찢었다는 진술만 있다. 무슨 내용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구타 가혹행위에 대해 전군의 실태 전수조사 지시에 대해서는 “사건 직후 전수조사를 했고 지난 5월1일 육군참모총장 지휘관 회의 때 조사하고 실행한 결과를 보고했다”며 “언어폭력이 가장 많았고 이정도로 끔찍한 것은 없었다. 이 부대는 아주 특이한 경우였다”고 답했다.
윤 일병에 대한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성추행 혐의에 대해 군검찰이 가혹행위 한 부분으로 파악했다. 추가로 법률검토를 해서 가능하면 공소장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관계가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는데 윤 일병 전입 전인 12월까지 구타를 당하던 이모 일병이 물고문과 치약을 먹이는 폭행을 당했다”며 “이 일병 역시 이후 윤 일병의 폭행에 가담했다. 윤 일병을 폭행한 시점은 4월이다”고 설명했다.
반면 31일 군인권센터에서 폭로한 내용을 보면 윤 일병은 지난해 12월 입대한 이후 2014년 2월 18일, 28사단 포병연대 본부 포대 의무병으로 배치됐다. 증인들의 진술뿐 아니라 가해자 4명의 진술에 따르면 2주간의 대기기간이 끝난 3월3일 부터 사망 전날인 4월6일 까지 매일 폭행과 욕설, 인격모독과 구타, 가혹행위를 당했다.
한편 22사단 영내에서는 이외에 성매매 사건도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한 인격체를 죽음으로 내몬 것도 모자라 부대 내에서 성매매가 벌어지는, 전무후무한 일이 버젓이 횡행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영내 성매매와 관련해 “의무지원관 등의 공통 자백이 있었던 것 같다. 성매매 부분이 기록에 추가로 나온다”며“성매매 사건 특성상 현장에서 검거되지 않으면 입증이 힘들기 때문에 검찰관이 검토하지 않은 것 같다. 성추행까지 포함해서 추가 기소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육군 고위 관계자는“참모총장 비롯한 전 지휘관들이 깊은 자성과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의 입장에서 민관군 병역혁신위원회가 실효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연말까지 강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