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뉴욕서 불교와 천주교 원불교 개신교 등 4대 종단의 한인 종교인들이 사상 처음 연합수련회를 가져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뉴욕 업스테이트의 클래버랙에 위치한 원달마센터에서 이들 4개 종단 종교인들은 우의를 다지고 서로의 종교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연합수련회엔 맨해튼 조계사의 도암 스님과 성프란치스코한인성당의 조 스테파노 신부, 원불교 뉴욕교당의 형산 교무, 작은자공동체 교회의 김동균 목사 등 교직자들과 청년 신도들 40명이 참여했다.
‘만남’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선 마음공부와 참선 108배 참회 명상 혜두 단련 등 종교를 초월한 공동의 기회는 물론, 보트 타기 등 자연을 즐기는 시간도 함께 했다.
특기할만한 것은 ‘4개 종단 연합로고’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로고는 불교의 연꽃잎, 원불교의 일원상(一圓相,), 기독교(천주교, 개신교)의 십자가가 조화롭게 결합되었고, 특히 네 연꽃잎은 박해가 극심했던 로마 시대 기독교인들 사이에 기독교인임을 비밀리에 표시한 ‘물고기’와 불교의 목탁 혹은 목어(Wooden Fish)를 상징하고 있다. 각 종교가 갖는 진리와 신앙의 고유성을 존중하고 구도와 구원과 구세의 길에 있어서 종교 간의 대화와 배움, 조화와 연대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김동균 목사는 “현대 종교사에서 각각의 상징 로고들을 하나의 틀에 모아 놓은 연대 로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하나로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진 종교연합 로고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소개했다.
뉴욕에서 4개 종단 교직자들과 신도들이 뜻깊은 수련회를 갖게 된 것은 2011년부터 각자의 축일에 열린 마음으로 함께 하며 우의와 신뢰를 쌓아온 덕분이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작은자공동체교회에서 불교와 천주교 원불교를 초청해 ‘이웃종교와 함께 하는 성탄예배’를 열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석가탄신일에는 조계사 법당에서, 원불교 대각개교절에는 뉴욕교당에서 공동행사를 갖는 등 서로를 축하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이어진 것이다.
이들의 교류는 2개월에 한 번씩 모이는 정기모임으로 발전했고 특히 지난해부터는 ‘금강경(Diamond Sutra)’ 공부와 ‘누가(루가)복음서’ 공부 등 서로의 경전을 탐구하는 시간까지 갖게 됐다. 이 같은 교직자들의 모습에 4개 종단 청년들도 부정기 회합을 갖다가 3개월에 한 번씩 돌아가며 서로를 방문했고 마침내 연합수련회라는 큰 결실을 맞게 되었다.
전례없는 종교 간 연합수련회를 앞두고 기대와 함께 우려도 있었단다. 준비하는 내내 “처음 가보는 길이니 실패도 성공이고 성공도 성공이다”라고 격려하며 연합수련회의 준비과정과 개최 자체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막상 행사를 치르고 보니 기대 이상으로 좋았고 값지고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도암 스님은 이번 연합수련회를 두고 “모든 것이 함께 어우러져서 저절로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이 피어난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계사 청년회장인 이정우 법우도 “유익과 재미의 두 마리 토끼를 제대로 잡았다”고 만족해 했다.
김동균 목사는 “이번 연합수련회는 서로의 신앙과 수행에 대한 직·간접적 경험과 배움을 통해 이웃종교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하고 자신의 종교와 신앙을 성찰적으로 볼 수 있게 하자는 것이 기본 목적이었다”면서 “이웃종교와의 만남은 신앙과 구도의 길에 있어서 소중한 ‘도반’을 얻는 길이며 성숙한 구도인, 성숙한 신앙인이 되어 가는 수행 과정의 하나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지난 몇 해 동안, 이웃종교 간의 존중과 대화를 통해 많은 풍요와 즐거움, 성찰과 깨달음을 주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이웃종교인들 사이에 나와 너의 분리가 없고, 진리의 분열이 없고, 벽이 없고 경계가 없는 구도자들, 진리의 도반이 될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더욱 깊게 가질 수 있었다.
이번 연합수련회를 위해 원달마센터는 파격적인 배려로 재정적인 부담을 덜어줬다는 후문이다. 참가자들은 “연합수련회의 의미와 가치를 위해 모든 것을 배려해준 연타원 원장님과 모든 교무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김동균 목사는 “앞으로도 우리 4개 종단 종교인들은, 한 마음이 되어 이 세상에 특히, 아픈 곳, 어두운 곳을 함께 찾아 다니며 함께 위로하고, 치유하고, 자비와 사랑을 나누며 아름다운 세상을 이루는 일에 함께 해 나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