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박용근 기자]변사체를 발견한지 40일이 지나서야 유병언 전 회장의 시신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경위에 대해 의문이 계속되고 있다.
22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의 시신은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 송치재 별장에서 2.3㎞ 떨어진 매실밭에서 지문 채취가 불가능할 정도로 부패된 상태로 발견됐다.
이에 경찰은 신원불상인 변사체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통상적인 절차로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유전자 감정을 의뢰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은 변사체가 유 전 회장일 가능성을 전혀 염두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발견 장소가 유 전 회장의 인신처로 지목된 송치재 별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고, 유 전 회장 일가의 계열사에서 만든 제품과 고가의 명품이 발견된 점을 고려하면 검경의 안일한 태도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당시 경찰이 담당 검사에게 제출한 보고서에는 "신원불상인 변사체가 발견됐고, 사인과 신원을 확인해 유족에게 인계하겠다"며 일반적인 변사 사건과 같은 절차를 밟았다. 담당 검사 역시 같은 취지로 사건 지휘서를 내려보냈다.
통상적인 변사 사건은 부장검사 전결 사안으로 상급자인 차장검사나 지검장, 대검 유관부서 등에 일일이 보고하지 않기 때문에 검찰 수뇌부 조차 유 전 회장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전날까지만 해도 "꼬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검거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유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발부받았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담당 검사는 한달에 200여건 이상 일반 민생 사건을 처리하는 형사부 검사로서 하루에도 여러 건의 변사 사건을 처리하는 상황 등을 고려하면 사건 지휘에 특별히 문제가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결국 경찰이 국과수에 보낸 유전자 검사 의뢰도 중요 사건으로 분류되지 않아 특별히 우선순위에 올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통상적인 변사사건의 유전자 검사에 걸리는 시간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중요 사건의 경우 우선순위에 올려놓고 검사를 빠르게 진행하는데 이번 경우는 그렇게 진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검·경의 정보공유가 원활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됐지만 검찰은 “유 전 회장의 DNA라는 확실한 결과가 나온 직후 국과수에 DNA 정보를 제공했다”며 “검찰과 경찰 사이의 정보공유는 불만이 없을 정도로 100퍼센트 다 이뤄지고 있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