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경찰은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과 구원파 관련 소지품을 확인하고도 유병언과의 연관성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단순 변사자의 신원 찾기로 취급했다가 뒤늦게 유 전 회장과 DNA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상상 못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22일 서울 서대문구 본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시신을 발견하고도 현장에서 바로 유병언과 연관성을 생각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성한 청장은 “시신 발견 당시에는 (유병언과의)연관성을 생각하지 못했고 가방에 스쿠알렌이 적혀있는 것도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을 것”이라며 “현장에서 바로 연관을 못시킨게 아쉽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시신의 소지품 중 스쿠알렌 병에는 제조회사가 구원파 계열사로 표시되어 있었다.
이 청장은 “시신 발견 당시 유병언이라고 추정 연결고리가 잘 발견됐다면 (수사가) 좀더 빨리 진행됐을 것”이라며 “그 당시에는 노숙자로 봤다”고 털어놨다. 이 청장은 “순천에서 발견된 것인데도 유 전 회장과의 연관성을 생각못한 점이 아쉽다”며 “문책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청장은“유 전 회장이 비호세력의 도움을 받아서 도피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며 “사망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21일 오후 7시55분 국과수로부터 결과를 통보받았다”며“경찰이 모두 상상못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찰은 시신이 발견된 6월13일 이후 유병언 회장의 DNA로 통보가 올 때까지 '일반 변사체' 사건으로 인식했으며, 시신을 순천장례식장 영안실에 보관한 채 특별히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DNA 검사 과정에서도 경찰은 단순한 유족찾기의 일환으로 생각했었지만, 검사를 통해 데이터뱅크에 들어간 유병언 전 회장의 DNA와 일치했다는 결과를 받았다.
또 국과수에서도 유병언 전 회장의 시신이라고 인식을 못하고 검사를 진행했다. 단순한 뼛조각 변사체로 취급하다가, 21일 검사가 끝난 뒤 유병언 전 회장의 DNA와 대조에 들어간 뒤 결과를 알았다는 이야기다.
시신이 많이 부패해 유병언 전 회장의 시신으로 단정 할수 없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이 청장은 “상식적으로 시신이 많이 훼손된 것 같아서 물어보니까 여러 질병이 있는 경우 사람에 따라 여러가지 상황을 접목할 수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청장은“유 전 회장의 아들 대균씨 등에 대한 수사를 계속 할 것”이라며 “이제 사망 가능성도 둬야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은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 송치재 인근의 한 매실밭에서 부패된 남성 시신 한 구를 발견해 조사한 결과, 발견된 시신의 DNA와 유 전 회장의 친형인 병일(75·구속 기소)씨의 DNA가 거의 일치한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22일 밝혔다.
이 시신은 지난 5월 말까지 유 전 회장이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된 전남 순천의 송치재 인근 별장에서 2~3㎞ 떨어진 매실밭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시신은 상당히 부패한 상태였으며, 겨울용외투를 입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