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홍명보(45)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본격적인 훈련 이틀째 강도 높은 수위를 이어가며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향한 의지를 강하게 다졌다. 훈련의 초점은 원터치 패스에 맞춰졌다.
윤석영(24·퀸즈파크레인저스)을 제외한 22명의 태극전사들은 22일 경기도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고강도 훈련을 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빠르고 세밀한 원터치 패스를 강조했다.
리그 일정상 일찍 소집에 응한 유럽파와 달리 중국 슈퍼리그와 일본 J리그에서 일정을 마치고 늦게 합류한 선수들은 이날도 회복에 집중했다.
허벅지 타박상에서 회복 중인 하대성(29·베이징 궈안)과 김영권(24·광저우 에버그란데)은 가벼운 러닝만 소화한 뒤 그늘에서 계속 휴식을 취했다. 오른 발목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김진수(22·알비렉스 니가타)는 이날 훈련의 절반만을 소화했다.
훈련을 앞둔 파주의 오후는 찜통 더위를 연상케 했다. 구름 한 점 없는 가운데 뜨거운 햇볕이 직사광선으로 훈련장을 내리쬐고 있었다. 태양이 가장 힘을 발휘하던 오후 2시 무렵부터 청룡구장의 스프링 쿨러는 쉴새 없이 돌았다.
대표팀 단복 공개 행사로 이날 오전 시간을 보낸 선수들은 이날 오후 한 차례 진행된 훈련에서 피곤한 내색 없이 구슬땀을 쏟았다. 치열한 주전 경쟁이 이미 시작된 가운데 베스트11에 들기 위한 몸짓은 결연해 보이기까지 했다.
훈련시작 전 박주영(29·왓포드)의 주도로 이뤄진 볼키핑 게임에서는 웃음꽃이 끊이질 않았다. 공을 바닥에 떨구면 딱밤을 맞기로 한 게임은 기성용(25·선더랜드)·지동원(23·아우크스부르크)이 함께 했다. 박주영은 일부러 딱밤을 맞아주는 등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
브라질월드컵 대표팀 주장으로 뽑힌 구자철(25·마인츠)은 꼼꼼하게 선수들을 챙겼다. 사전 인터뷰 선수로 선정된 곽태휘(33·알 힐랄)의 인터뷰가 길어지자 코칭스태프에게 빨리 끝내줄 것을 요구했고, 인터뷰를 마친 곽태휘에게 다가가 훈련을 시작해도 괜찮은지 묻기도 했다.
20일 꿀맛 같았던 휴가에서 돌아온 선수들은 전날 강도 높은 패스 훈련으로 몸을 끌어올린 데 이어 이날도 계속해서 패스를 가다듬었다.
지난 12일 첫 소집훈련을 시작했던 홍명보호는 17일까지 닷새간 그동안 떨어진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레크레이션이 겸비된 가벼운 훈련 위주로 몸을 풀면서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에 힘썼다.
하지만 전날부터 다시 시작된 소집훈련은 기존 훈련과는 차원이 달랐다. 홍 감독은 본격적인 브라질월드컵 체제를 가동했다. 훈련이 시작되자 훈훈했던 분위기는 자취를 감췄다.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 그동안 자리했던 웃음기는 빠졌고 진지함이 대신 채워졌다.
빠른 템포의 패스를 강조한 홍 감독의 기조는 변함이 없었다. 공간과 압박이라는 키워드로 대변되는 홍 감독의 축구철학에 맞게 좁은 공간을 뚫어내는 데에는 한 박자 빠른 패스가 필요했다.
약 2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훈련에서 방식만 조금씩 달랐지 모든 세부 훈련에서 '원 터치 패스'만 허용됐다. 홍 감독과 이케다 세이고(54) 피지컬 코치는 훈련 내내 원 터치를 강조했다. 두 번 이상 끌면 어김없이 휘슬이 울렸다.
물 흐르듯 유기적인 패스를 통해 빌드업해 나가는 과정을 반복했다. 한 명이 패스를 내주고 빈 공간을 찾아 들어가면 두 차례의 패스를 거쳐 뛰어들어 가는 선수 발끝에 공이 돌아오는 과정의 훈련 형태였다.
홍 감독은 2007년 핌 베어백(58) 감독 아래서 국가대표팀 코치를 지내는 동안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날 실시한 패스 훈련은 모두 그에게서 물려받은 자산이다.
훈련을 함께 지켜 본 축구협회 관계자는 "현재 대표팀에서 하는 모든 패스 훈련의 기본은 베어백 감독 시절 완성된 것"이라며 "히딩크 감독도 당시 베어백 코치에게 패스 훈련을 일임했다"고 귀띔했다.
한 차례 시도된 롱 패스 훈련에서는 퍼스트 터치를 강조했다. 2인 1조로 나눠 훈련장 양쪽 끝에 선 상태에서 길게 넘어오는 공을 안전하게 자신의 발 앞에 떨구는 연습을 반복했다.
훈련의 하이라이트는 7대7 미니게임이었다. 5분씩 끊어서 30분 간 6차례 미니게임을 벌였다. 흰조끼-노랑조끼-비조끼 등 3개 조로 나누어 돌아가면서 미니게임을 했다.
미니게임 역시 원칙은 원터치 패스였다. 좁은 공간을 빠르고 정확한 원터치 패스로 뚫어나가는 데 주안점을 뒀다. 양질의 패스를 전달받은 손흥민(22·레버쿠젠)과 지동원(23·아우크스부르크)은 날선 슈팅 감각을 자랑하기도 했다.
홍 감독은 패스 훈련을 마친 선수들에게 전력 질주로 훈련장 양 끝을 달리도록 하는 강도 높은 훈련을 주문했다. 가벼운 러닝을 끝으로 마무리하던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대표팀 부주장을 맡은 이청용(26·볼턴)은 훈련을 마친 뒤 "훈련 마지막에 체력적인 부분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를 처음으로 했다. 앞으로 훈련 강도가 더욱 강해질 듯하다. 부상이 없도록 주의해야 할 것 같다"면서 "하루하루 지날수록 월드컵이 다가오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부족한 팀이라 해야 할 일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튿날 훈련은 선수들의 집중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면 비공개로 실시키로 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브라질월드컵 본선 체제를 가동하면서 일주일에 한 차례는 비공개로 진행한다는 홍명보 감독의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