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황선홍(46)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 FC서울전 승리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황 감독이 이끄는 포항은 20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2014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9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 31분 터진 김승대(23)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이날 승리는 의미가 남다르다. 포항은 최근 서울 원정에서 11경기 연속(2무9패) 승리가 없었다. '상암 징크스'에 시달려온 포항은 12번째 도전 만에 설욕에 성공했다.
황 감독은 "상당히 어려운 경기였다. 체력이 많이 떨어진 탓에 전체적인 경기력은 만족스럽지 못했다"며 "징크스를 깨기 위해선 평소보다 배 이상의 힘을 들여야 한다. 때문에 개인적으론 경기 도중 무승부를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선수들이 이기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덕분에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승대의 활약이 심상치 않다. 이날 결승골을 터뜨린 그는 시즌 6호골을 기록하며 리그 득점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또 정규리그 5경기 연속 득점포를 가동하며 절정의 골감각을 과시하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까지 포함하면 올 시즌 10골째다.
황 감독은 "지난 16일 세레소 오사카 원정 이후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팀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김승대가 득점을 해줬다"며 "연속골 기록을 이어나가 게 돼 다행이다. 회복에 집중해서 남은 경기에서도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승대는 "선수들 모두 서울 원정 징크스를 깨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경기에 나섰다"며 "경기 초반에는 서울의 압박 때문에 경기가 쉽지 않았지만 후반전에는 반드시 찬스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 마침 제게 득점 기회가 왔고 골을 성공시켰다. 제 득점으로 경기까지 이기게 돼 정말 기쁘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 3골·6도움(21경기)에 그쳤던 김승대는 올 시즌 이미 6골·2도움(8경기)을 기록 중이다. 불과 1년 새 전혀 다른 선수로 거듭났다.
김승대는 "지난해 어느 정도 골맛을 봐서 그런지 올해는 훨씬 많은 골을 넣을 수 있게 됐다. 제가 득점왕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것 자체로도 기쁘다"며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무조건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올해는 득점에 대한 욕심이 많이 생겼다. 주전 경쟁도 펼쳐야 하는 만큼 최대한 침착하게 플레이하며 많은 골을 넣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포항은 외국인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
김승대는 "포항에는 외국인 선수가 없기 때문에 부진할 것이라는 얘기를 (2관왕을 달성했던)지난해에도 들었다"며 "포항 선수들은 그런 얘기에 전혀 위축되지 않는다. 포항은 특정 선수에 의존하는 팀이 아니다. 지금 멤버들만으로도 충분히 잘할 수 있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남다르다"고 남다른 팀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정규리그 5경기 연속 무승(2무3패)의 부진에 빠진 서울의 최용수(41) 감독은 "전체적으로는 좋은 흐름을 유지하며 경기를 잘 풀어나갔다. 하지만 득점 기회에서 잘 살리지 못한 것이 패인이 됐다"며 "부실한 골결정적 문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공격수들이 조금 더 과감해져야 한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선수들이 조금만 더 집중력을 발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