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미현 기자] 제주4·3 희생자 30명의 명예가 회복됐다.
제주지방법원 제4-1형사부는 6일 오전 검찰의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이 열아홉번째로 청구한 직권재심을 열고 희생자 30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심 대상인 희생자들은 1948년부터 1949년까지 제주도 일원에서 내란죄 또는 국방경비법 위반죄로 불법 군사재판에 회부, 유죄 판결을 받고 형무소 등에서 수형인 생활을 하다 총살 또는 행방불명됐다.
검찰은 이날 "피고인들은 아무런 죄가 없음에도 군·경에 연행돼 군법회의에 의해 처벌받은 것으로 보이고, 달리 피고인들이 내란죄 또는 국방경비법위반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며 재판부에 무죄 판결을 요청했다.
희생자 측 변호인은 최후 변론을 통해 "희생자들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소개령에 따라 움직이였거나 숨어지내던 중 연행됐다"며 "자수하면 목숨 만은 살려준다는 말에 속아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모두 농부였고, 학생이였으며, 행방불명된 가족을 찾다 함께 잡혀간 형제도 있다"며 "범죄를 한 어떤 행동도 없었으며 증거도 없다.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역사 속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날 희생자 유족들은 74년 전 제주4·3 광풍이 몰아치던 당시, 억울하게 희생된 가족들의 사연을 전했다.
고(故) 오찬훈 희생자의 조카 오기철씨는 "삼촌은 결혼하고 나서 한라산 등에서 숨어 지냈다. 그러다 안 나오면 집에 불을 질러버린다는 소리에 나왔다가 잡혀갔다"며 "세월이 지나 삼촌의 얘기를 들었다. 아무런 영문도 모르고 끌려갔던 삼촌이 군사법정에 서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을 알고 나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전했다.
이어 "남은 가족들 또한 연좌제에 의해 고통받고 지냈다"며 "지금에 이르러서 무죄가 선고된다고 하니 다행이다"고 말했다.
고(故) 허경옥 희생자의 아들 허모씨는 "아버지는 살아생전 줄곧 가슴이 아프다며 술만 드셨다.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지, 오늘 여기 계신 분들의 말을 들으니 알 것 같다"며 "자신 때문에 가족들의 희생된 것이라고 생각해 술만 드신 것 같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아들 허 씨에 따르면 제주4·3 당시 군경이 허경옥 희생자의 주거지를 찾아 허 희생자를 확인하려 했지만, 허 희생자는 집에 없었다. 이에 군경은 집 안에 있던 가족들이 허경옥 희생자를 숨겼다고 판단, 그의 부모와 사촌형을 연행했다. 이후 이들은 행방불명됐다.
유족들의 사연을 모두 들은 재판부는 희생자 30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