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조만간 발표될 정부조직 개편안에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는 대신 보건복지부 내에 차관급 '여성가족 본부'(가칭)를 신설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4일 알려졌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여가부 폐지'를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여가부가 담당해온 주요 역할과 기능을 복지부 내 신설 본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가부 업무 중 '여성 고용' 관련 부문은 고용노동부로 이관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일 더불어민주당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관련 기능을 보건복지부 산하 본부로 이관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반발하는 데 대해 "설사 썩 동의하지 않더라도 우리 대선의 공약, 국민들과 한 약속이었다"며 강행 방침을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일은 정부가 하는 것이니까 정부가 어떤 조직을 갖고 일할지는 정부의 결정에 맡겨달라. 민주당의 협조를 요청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여가부는 남녀갈등을 조장하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케이스와 같은 권력형 성범죄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는데 매우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여가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여성단체들의 정치편향논란도 끊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니까 지난해 여가부 페지 청원에 국민 동의가 무려 20만 명을 넘어선 것 아니겠나"라며 "다만 여가부 폐지로 인해 성평등 문제가 소홀히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정부 당국이 새겨듣고 조직 개편 과정에서 세심하게 고려해야 될 것으로 본다. 민주당의 협조를 구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직제상 제 1·2차관을 두고 있다.
여권 일각에선 '여성가족 본부'를 담당하기 위해 복지부 내 차관급 자리가 추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여가부를 폐지하더라도 기능을 그대로 존속시키려는 것"이라며 "이번 정부조직 개편의 핵심은 여가부"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여가부 폐지'는 지난 대선 내내 뜨거운 감자였다. 2030 남성층을 중심으로 해당 공약 선호도와 지지가 높았지만, 여성계와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측에선 격렬히 반대해왔다.
폐지 시 한부모 가정·성폭력 피해 여성 지원 등 고유 업무가 위축될 우려도 만만치 않았다.
당정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간을 거쳐 새 정부 출범 후 지방선거를 치른 뒤에도 아직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하지 못한 것도 여소야대 상황에서 여가부 폐지를 둘러싼 거센 반대 여론의 벽을 넘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 깔렸다.
여가부 폐지가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려면 거대 야당의 동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반대 여론을 고려해 당정은 윤 대통령 취임 후 지속해서 여가부 폐지 공약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최근 윤 대통령의 순방 중 '비속어 논란' 등으로 인한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여권이 '여가부 폐지' 카드를 통해 국정운영 동력을 되찾으려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밖에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에선 국가보훈처의 '국가보훈부' 승격, 재외동포청 신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정부 일각에서 거론된 보건복지부를 '보건부'와 '복지부'로 분리하는 방안, 우주항공청 신설 방안 등은 개편안에 담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정부조직 개편안이 완성되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 동의를 구하는 작업에 나설 방침이다. 당 내부적으론 오는 11월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을 통과시킨다는 목표다.
민주당은 전날 행정안전부로부터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사실상 여가부 폐지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국가보훈부 격상, 재외동포청 신설 등 개편 내용에는 "흔쾌히 동의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감 기간에 개편안이 발표될 수 있다"며 "12월 9일에 정기국회를 마치고 나면 내년 2월로 넘어가 너무 늦어지니 (개편안 발표를) 가급적 빨리하고 정기국회 내 결론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원칙적으로는 정부입법으로 해야 맞는데, 시간이 없고 사정이 있다면 의원입법으로도 (정부조직법 발의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경우, 여당 원내사령탑인 주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