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한국 경제는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환율이 1400원대를 돌파하고, 1100조원에 달하는 나라빚에 최악의 무역수지 적자 등 복합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한국 경제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주요국의 통화 긴축 여파와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고환율 등으로 내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2%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내 민간 소비·교역 회복 흐름 더뎌질 것
지난달 25일 현대경제연구원은 ‘2023년 한국 경제 전망’ 주간보고서에서 “내년 상반기 성장률이 2.0%, 하반기 2.4%로 연간 2.2%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전망치인 2.3%보다 0.1%포인트(p) 낮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시한 2.2%와 같은 수준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의 전망치(2.1%)보다는 0.1% 높다. 올해 성장률은 2.5%로 4월 전망(2.6%)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연구원 측은 “2022년에는 고물가와 고금리가 민간 소비 회복을 제약하고, 글로벌 공급 차질과 금리 인상 등으로 설비 투자가 줄고 원자재 가격 급등에 상품수지 흑자 폭이 감소해 성장률이 2%대 중반에 머물고, 2023년에는 주요국의 고강도 통화 긴축 정책과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국내 민간 소비와 세계 교역의 회복 흐름은 더딜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2023년 전반적인 경기 흐름은 상반기까지 둔화세가 이어지다가 하반기부터 개선되는 ‘상저하고’를 전망했다. 국내는 정부가 긴축재정을 하고 코로나19 안정으로 방역 조치도 점차 완화된다고 가정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올해 말부터 점차 완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과 원자재 수급 불안도 내년부터 완만히 개선될 것”으로 전제했다.
또한 “고금리·고물가에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민간소비 증가율이 내년에는 2.7%로 올해 예상치(3.7%)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가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점차 커지는 데다 고물가로 가계 소비 여력이 축소될 것으로 본 것이다.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에 가계 소비심리가 위축돼 소비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는 증가세를 예상했다. 긴축 재정에 정부 부문의 성장기여도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는 올해 마이너스(-0.8%, -1.7%)에서 각각 2.4%, 2.0%로 증가가 예상된다.
연구원 측은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내년 수출 증가율은 4.0%에 그쳐 올해 예상치(11.3%)보다 크게 둔화될 수 있다”며 “내년 수출은 미국과 유로 지역 등 주요국 경기 둔화에 따른 글로벌 수요 위축 등 영향으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의 경기 둔화세가 빠르게 진행될 경우 대중(對中) 수출 감소가 전체 수출 증가세를 상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 안정’에서 ‘경기 안정’으로 전환해야
연구원 측은 “소비자물가는 이미 공급 측 물가 상승 압력이 다소 완화되면서 7월에 정점을 통과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어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진 만큼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도 점차 약해지면서 물가 상승 폭은 점차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반기 3.5%, 하반기 2.6% 등으로 연간 기준으로는 3.0%를 제시했다.
이어 글로벌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을 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불안 심화 ▲주요 산유국의 감산에 따르는 유가 상승 ▲환율 상승세 지속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부담 등의 리스크도 상존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제 교역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반도체, 배터리 등 최근 이슈가 되는 국내 주력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체계를 재구축하고, 적극적인 외교활동을 통해 원전 등 부문에 대한 수출선을 확보하는 한편 원자재 수급 안정을 위한 공급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복합 불황’ 인한 장기 침체 가능성 사전 차단
국제 유가는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수 있지만 2023년에도 높은 수준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내년 두바이유 가격은 연간 평균 배럴당 91.9달러를 예상했다. 환율은 달러화 강세가 다소 완화되면서 유로화·엔화·위안화 등이 강보합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 경제는 고물가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성장세 약화 됐고, 유로존은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으로 경기둔화 가능성 확대됐다.
미 연준(Fed)이 속도를 조절할 경우 강달러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고 봤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여행수지 악화에도 상품수지가 개선되면서 510억 달러로 올해(413억 달러)보다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국제 원자재 가격이나 우크라이나 사태 등 변수가 여전히 남은 상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국내 경제 성장세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거시경제 안정화를 위한 정책 수단을 강화하는 한편 민생경제의 안정성 확보를 통해 경제 전반의 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금융과 실물이 동시에 침체되는 복합불황이나 이로 인한 장기 침체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