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박진 외교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단독 처리에 나설 전망이다. 해임건의안이 통과되면 여야 충돌이 더욱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표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7일 의원총회를 열고 박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한 데 이어, 28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논란을 계기로 촉발된 거대 야당의 공세가 국정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정기국회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두고 여야가 국회 상임위 곳곳에서 충돌을 반복해 온 상황에서, 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정국은 더욱 차갑게 얼어붙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있었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에서 드러난 문제에 박 장관이 주무장관으로서 책임이 있다고 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조문하기 위해 런던을 방문했으나 참배를 취소해 '조문 없는 조문외교'라는 국민의 비판을 자초했다"라며 "순방 전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미국과 일본이 정상회담에 응했다'고 발표했으나, 이번 순방 중 한·미, 한·일 간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다"고 사유를 설명했다.
또 "윤 대통령은 기시다 일본 총리를 만나기 위해 일본대표부가 있는 건물까지 찾아가는가 하면, 최소한의 형식도 갖추지 못하는 굴욕적인 모습을 보였다"면서 "30분간의 약식회담이 진행됐다는 정부 설명과는 달리 일본은 '간담'이라고 평가절하 하고, 강제동원 등 중요한 현안에 대해서는 진전된 내용이 전혀 없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번 순방에서 윤 대통령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 시간은 회의장에서 스치듯 인사를 주고받은 48초가 전부였다"며 "미 의회와 바이든 대통령을 폄훼하는 듯한 윤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이 국내외 언론에 전파되면서 국격 훼손은 물론 국민이 한미동맹의 악화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장관 등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건의안은 헌법 63조 2항에 근거해, 국회의원 재적 3분의 1 이상이 발의하고 과반수의 찬성이 있으면 가결된다. 169석을 보유한 민주당은 자체적으로 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처리할 수 있다.
박 장관의 해임건의안은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으며, 그 시점으로부터 72시간이 지나기 전 무기명투표로 표결해야 한다. 기한 내에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동으로 폐기된다.
민주당은 이날 정 비대위원장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끝난 뒤 해임건의안 표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박 장관 해임안이 2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면 일사천리로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장관 해임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150명 이상) 찬성으로 의결되는데, 민주당 의석수가 169석에 달하기 때문이다. 다만 해임안이 가결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이에 따를 의무는 없다.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1987년 이후 국무위원 해임안은 모두 80차례 발의됐고, 이중 34차례 표결이 이뤄져 3차례 가결됐다. 특히 야당 우위의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에선 본회의 표결 때마다 예외 없이 해임안이 통과됐다.
다만 해임안 통과의 정치적 파장은 늘 엄청났다. 2001년 9월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만경대 방명록’ 파문으로 촉발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의 해임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자, 김대중 정부 내내 지속되던 DJP 공조가 깨졌다.
2년 뒤 한총련의 미군 장갑차 점거시위로 시작된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현 민주당 의원)의 해임안 가결(2003년 9월 3일)은 이듬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소추와 촛불시위로 이어진 여야의 강경 대치를 불렀다.
김재수 전 농림식품부 장관은 해임안 가결(2016년 9월 24일)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여야 대치가 극심해진 가운데, ‘국정 농단 사건’으로 이어졌다. 정치권이 박진 장관 해임안의 후폭풍을 주시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