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컬렉터들 사이에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장마리아(41)의 작품은 질감과 컬러감이 매력적이다. 두텁게 쌓아올린 마티에르(matière)를 통해 물성을 표현하고, 이를 통해 본인만의 조형 언어를 찾고자 끊임없이 새로운 주제와 표현 소재를 연구하고 변주해왔다.
가나아트센터가 26일까지 펼치는 장마리아 개인전 <Iridescent(무지개빛)>에서도 그의 이런 매력은 충분히 맛볼 수 있다. 특히 올해는 무지갯빛에 영감을 받아 종전보다 화려해진 색감의 작품들을 내놓았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신작 'Permeation(침투)' 연작을 중심으로 평면 작품 6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스타들과 MZ세대 컬렉터들에게 인기가 많은 그의 작품은 이미 오픈 첫날 모두 완판을 기록했다.
작가는 마사 천 위에 젤스톤과 회반죽, 모래 등 양감을 표현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 갖가지 경쾌한 색감을 통해 리듬감 있는 화면을 구성한다. 평면의 캔버스 위에서 보다 입체적인 표현을 통해 조각과 회화의 경계를 보여줌으로써 시각과 촉각을 두루 만족시켜준다.
그의 원래 전공은 섬유미술패션디자인(홍익대). 대학 시절 조소 연구도 많이 했다고 한다. 미국 애틀랜타컬리지 영아티스트상(1998-1999) 수상 이후에도 한국섬유미술대전 입선(2003)과 특선(2004), 대동벽지 특선(2004), 'Finding New Textile Design Project' LG CHEM HAUSYS(2007) 등 텍스타일쪽 수상 경력이 돋보인다. 이러한 그의 노력은 정해진 장르나 형식의 경계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작업과 무관하지 않다.
가나아트와 두 번째 협업인 <Iridescent>전에서 장마리아는 여전히 회화와 조각의 영역 어디에도 쉽게 편입되
지 않는 그만의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멋지게 펼쳐내었다.
가나아트센터에서 만난 장마리아는 전업작가가 된 후 스트레스로 한쪽 눈이 거의 안보이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실명 위기의 심리적 불안 속에 자화상 시리즈를 시작했다"는 작가는 "당시는 심리상태도 어두워 캔버스를 회색조로 뒤덮을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아직도 한쪽눈이 불편하다는 그지만, 심리적으로는 치유되어 ‘In Between-Spring Series(사이-봄 시리즈)’의 색채는 한층 경쾌하고 밝아졌다.
"주로 이른 새벽에 작업을 시작하는 패턴이 있기에, 아침 햇살에 비치는 찬란한 무지갯빛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사람 관계에서 영향을 주고받고, 물들고 스며드는 것을 작품 속에서 번짐 효과로 표현하고자 했어요. 이전보다 좀 더 자유롭게 서로 물들게 하는 시도를 하게 됐습니다.”
“작품을 할 때 즐기는 마음으로 임한다”는 작가는 “작업을 한다는 것은 내 의지로 그린다기보다 존재했어야 하는 그림을 내가 이뤄준 것뿐이라 생각한다. 또 이번 연작은 자유롭게 날다가 균형을 잡고자 하는 그 중간쯤의 단계를 표현하는 ‘사이’를 나타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그가 재료를 두텁게 쓰다보니 작품 완성에는 최소 3~4주는 걸린다. 1.5주~2주 정도는 양지에서, 1.5주~2주는 음지에서 말리면서 안료에 금이 가지 않도록 하는 과정을 거쳐 작품이 완성된다.
신작 ‘Permeation’ 시리즈에서는 무지개의 일곱 빛깔이 뚜렷한 경계 없이 조화를 이루는 것에서 영감을 받아 각기 다른 색의 안료가 서로 스며들거나 어우러지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연작을 완성했다. 이 시리즈에서 그는 화면을 물감으로 물들이듯 채색해 주로 단색조였던 전작들과의 차별점을 보여준다.
장마리아는 ‘2022 화랑미술제’에서 개장 직후 모든 작품이 완판되며 인기를 증명했다. 그의 작품은 2021년 하반기 국내 경매시장에 첫 등장을 시작으로, 2022년 현재에도 작품 거래량과 거래가가 상승 중이다. 한편 프랑스 와이너리 엠 샤푸티에와 콜라보레이션 와인을 선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