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IPTV 판매 수수료 대부분 대신 부담
자사 평가 지표 포함하며 적극적 지원해
"법 위반 우려" 알면서도 부당 지원 계속
공정위 "SKT 지원 SKB 시장 점유율 상승"
SKT "이통시장 경쟁 대응 조치…제재 부당"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SK텔레콤이 자사의 이동 통신 상품을 인터넷 텔레비전(IPTV) 등과 결합 판매하는 SK브로드밴드의 판매 수수료 중 200억원가량을 대신 내줬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SK텔레콤은 공정위의 제재에 유감을 표하며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기업 집단 SK 소속 계열사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부당 지원해 공정거래법(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을 어긴 행위에 시정(향후 금지) 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63억96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별 과징금은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각 31억9800만원씩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 2012년부터 자사 대리점을 통해 SK브로드밴드의 IPTV 상품을 결합 판매하면서 대리점에 주는 판매 수수료 일부를 2016~2019년 기간 대신 부담했다. 특히 이 수수료 총액이 늘어나더라도 SK브로드밴드는 일정 금액(2016년 기준 약 9만원)만을 내 적게 부담했다는 전언이다.
공정위는 "SK텔레콤의 이동 통신과 SK브로드밴드의 IPTV 결합 상품을 팔았을 때 대리점에 주는 판매 수수료가 50만원에서 70만원으로 늘어나더라도 SK브로드밴드는 항상 9만원만 부담했다"면서 "41만원에서 61만원으로 늘어난 나머지 금액은 모두 SK텔레콤이 부담했다"고 했다.
이렇게 판매 수수료 일부를 대신 부담하는 형태로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부당하게 지원한 금액은 총 199억92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공정위는 평가했다.
SK텔레콤·SK브로드밴드는 이런 부당 지원 문제가 외부에 노출될 것을 우려해 2016년 사후 정산 방식으로 판매 수수료 비용을 분담하기로 했지만, 실질적으로 나누지는 않았다. SK브로드밴드는 2016~2017년 109억원가량을 분담한 뒤 SK텔레콤으로부터 99억원 상당의 광고를 받았다.
공정위는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의 사후 정산 부담액에 상응하는 광고 매출액을 지급하기로 상호 협의하고, 이런 손실 보전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는 정산을 하지 않았다"면서 "2018~2019년은 사후 정산을 하지 않다가 지난해 11월 공정위가 이 사건을 (전원회의에) 상정하자 뒤늦게 정산하기도 했다"고 했다.
SK텔레콤은 IPTV 위탁 판매를 자사의 조직 평가 지표에 포함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그 결과 SK텔레콤을 통한 IPTV 판매량은 SK브로드밴드 전체 판매량의 49%(2019년 기준)에 이를 정도로 많았다.
SK텔레콤은 계열사인 SK브로드밴드 IPTV 상품의 경쟁력과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재무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지원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가 조사 과정에서 입수한 내부 자료에는 "순이익 축소로 인한 성장 정체 우려로 SK브로드밴드 신용 등급 하락을 우려" "신용 등급 하락 시 연 이자비 약 ○○○억원 증가 예상"이라고 적혀 있었다.
특히 SK텔레콤은 이런 거래 형태가 부당 지원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고, 이를 SK브로드밴드와 공유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내부 자료를 통해)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에 '현재의 거래 구조를 유지할 경우 부당 지원(으로 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공정위는 이 지원 행위를 통해 SK브로드밴드는 디지털 유료 방송 시장에서 유력 사업자 지위가 유지됐거나 강해졌다고 봤다.
시장 점유율 상승 및 견지, 재무 실적 개선, 경쟁상 지위 강화 등의 효과를 누렸고, 이 기반이 된 IPTV 경쟁 우위 효과는 이동 통신 시장에서 SK텔레콤이 지닌 영향력과 자금력에서 나왔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은 이런 공정위의 제재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SK브로드밴드와의 판매 수수료 분담은 양사 간 논의를 거쳐 객관적·합리적으로 정했고, SK브로드밴드도 자사의 몫을 모두 부담했으므로 부당 지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공정위가 200억원 수준으로 책정한 SK텔레콤의 지원액 규모에 관해서는 홈쇼핑 송출 수수료·광고 매출액 등 '비요금 수익'까지 산입해 전체 매출을 과다하게 계상했다고 맞받아쳤다.
SK텔레콤은 "IPTV 결합 상품 판매 수수료를 자사가 부담한 것은 이동 통신 시장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지 SK브로드밴드를 부당 지원하기 위함이 아니다"라면서 "향후 의결서를 받은 뒤 구체적으로 분석해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