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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ㆍ제약

규제 완화한다더니…배아줄기세포 · 유전자치료 논의 ‘공회전’

생명윤리 논의 플랫폼 · 바이오기술 안전관리 구축돼야
국가생명윤리심의위, 정기 회의서 주요안건 모두 ‘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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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김영욱 기자]  생명윤리 논란으로 오랫동안 막혀있던 배아줄기세포와 유전자치료 연구 등 바이오 분야 규제 개선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우선 정부가 사회적 쟁점이 되는 생명윤리 현안을 두고 시민과 과학자, 정부 사이의 소통을 활성화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다양한 생명과학 기술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키로 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2일 영상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기본정책’을 의결했다. 이날 확정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기본정책은 2005년 생명윤리법 시행 이후 처음 수립된 것으로, 생명과학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른 윤리와 안전 정책의 기본방향이 담겼다.

 

생명과학 기술 안전관리 체계 마련해야


기본정책의 핵심 목표로는 ▲공공생명윤리 확립을 위한 제도적 기반 구축 ▲새로운 생명윤리 의제에 대한 사회적 대응 체계 마련 ▲생명윤리 가치와 규범의 실질적 구현 등 세 가지다.


우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생명윤리 정책 심의 기구인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위상을 ‘공공생명윤리 허브’로 재정립키로 했다. 다수가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공생명윤리 플랫폼’도 구축하기로 했다.


또 새 생명윤리 의제에 대한 사회적 대응체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생명과학 신기술에 대해 위험성 평가를 하고 안전관리 체계도 갖추기로 했다. 위원회는 생명윤리법에서 제시하는 기본원칙을 중심으로 국내외 규범을 재정립할 것도 제안했다.


생명윤리 가치와 규범의 구현을 위해서는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역할과 기능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내용이 기본정책에 담겼다. 아울러 기본정책에는 배아 · 생식세포 · 인체유래물 관리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강화하고 유전정보 · 건강정보 등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현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부분도 포함됐다.


이 밖에 위원회는 공공생명윤리 확립을 위해 ▲ 생명윤리 의제와 정책에 대한 시민참여 증진 ▲ 시민-과학자-정부 사이의 소통 활성화 ▲ 사회 구성원의 생명윤리 역량 강화 등 세 요소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이 생명윤리 기본정책을 바탕으로 중장기 차원의 시행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윤성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생명과학 분야 신기술이 급속히 발전되면서 파생되는 다양한 문제로 인해 윤리와 안전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본정책의 수립은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현안은 물론이고 앞으로 우리에게 던져질 다양한 생명윤리와 안전, 인간 존중 및 인권, 생명에 관한 다양한 갈등이 슬기롭고 차분하게 논의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바이오 업계 “유전자검사 허용 항목 더 확대해야”


한편 국가생명윤리심의위는 이날 ‘2021년 IRB 평가 · 인증제 추진계획’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IRB 평가·인증제는 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역량을 평가해 인증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로, 내년에 정식 도입된다. 적용 대상 기관은 전국 약 680여 곳이다.


위원회는 또 ‘소비자 직접 의뢰’(DTC · Direct To Consumer) 유전자 검사기관 인증제 개선 상황과 생명윤리법 개정 결과, 체세포 복제 배아연구의 연구계획 변경승인 신청건에 대해서도 보고를 받았다. 그동안 ▲유전자치료 연구 제도 개선 ▲DTC(Direct-To-Consumer) 유전자검사 제도 개선 ▲잔여 배아 이용 연구 제도 개선 등 3가지 쟁점 안건에 대한 심의를 진행한 결과, 3개 안건을 모두 ‘유보’하기로 했다.


‘DTC 유전자 검사’는 기존에 의료기관을 통해 검사할 수 있었던 유전자 검사를 소비자가 직접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앞서 법 개정을 통해 제한적으로 허용했으나 이를 두고 이해관계 등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가 제기돼왔다.


유전자검사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하는 스타트업 등 바이오 업계에서는 유전자 검사 허용 범위(항목)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현재 체질량지수, 콜레스테롤, 혈압, 혈당, 모발굵기, 피부노화, 카페인대사 등 12개 항목(유전자 46개)에 대해서만 허용하고 있는데, 시장에서 큰 수익을 거두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 건강 증진 차원에서 질병 예방 예측에 관한 보인자 검사와 웰니스 관련 유전자 검사를 확대해야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업체 대표는 “복지부가 허용한 12개 항목 모두 큰 의미가 없는 유전자만 골라 규제를 완화하는 시늉만 한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가 허가한 제품군으로는 세계 시장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큰 수익을 거두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반면 병원 등 의료계에서는 ‘DTC 검사기관에 대한 정확도 등 질 관리 필요성과 함께 웰니스 항목의 경우 과학적 근거가 빈약하다’는 등의 지적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DTC 검사기관이 시행하는 검사의 정확도 검증 등 질 관리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는 DTC 검사가 무분별하게 시행될 우려가 있다”며 “질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2005년 ‘황우석 사태’ 이후 생명과학 연구에 대한 법과 규제를 강화하는 분위기가 이어져왔다. 하지만 최근 유전자 치료제와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이 다시 활기를 띠면서 ‘생명윤리법’ 개정이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 정기 회의서 주요안건 모두 ‘유보’


‘생명윤리법’은 인간 배아줄기세포나 유전자 치료 등 생명과학을 연구할 때 지켜야 할 사항을 규정하는 법으로 2004년 제정됐다. 이후 몇 차례 일부 개정됐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 기준이 엄격해 ‘생명과학 연구에 족쇄가 되고 있다’는 학계 · 바이오업계의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과 유럽(EU), 일본 등 해외 주요 국가들은 유전자치료 연구 시 대상 질환을 제한하지 않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현행 생명윤리법 47조를 통해 ‘유전질환,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그 밖에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장애를 불러일으키는 질병’ 등에 한해서만 연구를 허용하고 있다.


게다가 벨기에, 프랑스, 영국, 일본 등 해외 각국에서 ‘잔여배아’ 연구 대상 질병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반면 우리나라는 연구 허용 대상 질병을 제한하고 있다. 잔여배아는 체외 수정 목적으로 생성된 배아 중 임신 목적으로 이용하고 남은 배아를 칭한다. 동결 보존된 잔여배아를 보관 기한인 5년 후 또는 폐기 시점에서 연구 동의를 받으면 연구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잔여배아에서 유래된 배아줄기세포를 수립하는 연구는 근이영양증 등 희귀 · 난치 연구 등 대상 질병(22종)에 따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생명공학 기술을 갖추고 인간 배아 연구를 진행할 수 없어 외국으로 나가 실험을 진행하는 실정이다.


바이오 업계는 생명윤리법 개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규제 완화 논의는 기대와 달리 큰 진전 없이 논의가 공회전하고 있는 것 같아 허탈하다”고 말했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인간대상연구,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 및 인체유래물연구 등 국가의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기본 정책을 수립하고 사회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사항 등에 대해 심의하는 기구다. 위원장 1인, 부위원장 1인을 포함해 과학계와 윤리계를 대표하는 민간위원 14인, 보건복지부장관을 포함한 정부위원 6인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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