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미국의 두 번째 여성 연방대법관이자 진보의 아이콘이었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18일(현지시간) 향년 87세로 타계한 가운데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벌써부터 그의 후임 자리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고인이 타계 며칠 전 손녀에게 "가장 바라는 것은 새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 내가 교체되지 않는 것"이라고 했지만 미 대선이 5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빈자리는 미 의회를 정치적 격랑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 더힐 등에 따르면 공화당은 후임 인준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한 반면 민주당은 대선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고인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신속하게 성명을 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관 후보에 대해 상원이 표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다만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미 언론들은 매코널 원내대표의 이날 주장은 4년 전과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NYT는 "4년 전 후임 대법관을 임명하기 위해선 대선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선언하며 갈런드 지명자를 저지했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 몇 분 만에 트위터를 통해 "미국 국민들은 차기 연방대법관을 선택하는데 있어 발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며 "이번 공석은 새 대통령을 맞을 때까지 채워선 안 된다"고 반대했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후임 인선 시기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새 대법관이 평등과 기회, 정의에 대한 긴즈버그 대법관의 헌신을 유지하도록 함으로써 그의 업적과 강력한 유산을 지켜야 한다"면서 우회적으로 대선 후로 미뤄야 한다고 피력했다.
미 연방대법관은 총 9명으로, 진보 성향 긴즈버그 대법관의 타계로 보수 5명, 진보 3명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보수 성향 닐 고서치 대법관과 브렛 캐버노 대법관이 임명되면서 보수 우위 구도가 만들어졌다. 대선 전 새 대법관이 정해질 경우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크게 기울어지게 된다.
공화당이 인준 절차를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18일 워싱턴 자택에서 췌장암 전이로 인한 합병등 등올 별세했다. 지난 1999년과 2009년 결장암과 췌장암 진단을 받았고 2018년엔 집무실에서 넘어져 갈비뼈가 골절돼 입원 치료를 받은 바 있다. 그는 인종차별에 반대하고 여성과 성 소수자 권리를 옹호해 온 대표적인 진보 성향 대법관으로, 27년 간 대법원에서 복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