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한적한 강, 시내, 호수 등 수변을 거닐며 한여름의 더위를 잊어보자. 걷기 좋은 강이나 하천이 많아 접근이 쉬울 뿐 아니라, 대면을 최소화하는 여행으로도 권할만하다. 잔잔한 호수와 초록을 품은 숲, 강바람과 그 바람이 전해주는 풀내음 속에서 사색과 휴식을 즐기는 걷기 코스를 추천한다.
강과 공원 사이 절벽 산책길
해반천과 가야의 거리는 김해지역의 대표적인 생태하천길 중 한 곳이자 가야왕도 김해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과 경남의 걷고 싶은 길 25선에 뽑히기도 했다. 화정글샘도서관을 시점으로 걷다가 연지공원을 반바퀴 돌아 다시 국립김해박물관, 김해시민의 종, 대성동고분박물관에서 잠시 해반천길을 벗어나 수릉원, 수로왕릉, 한옥체험관, 봉황동 유적지를 둘러보고 다시 해반천길을 따라 전하교에 도착하는 5㎞ 코스로 2시간이 소요된다.
춘천의 ‘봄내길’은 총 8개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4코스인 의암호 나들길은 잔잔한 호수와 초록을 품은 숲, 그 뒤로 병풍처럼 능선이 이어진다. 길을 걷다보면 춘천문학공원에서 춘천이 자랑하는 청년작가 김유정의 흔적도 만날 수 있다. 문학공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곳곳에 시가 새겨진 시비(詩碑)를 볼 수 있다. 공원과 맞닿은 의암호의 절경도 ‘의암호 나들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부다. 의암호 저편으로는 춘천의 명산 삼악산이 한 폭의 그림처럼 자리한다. 강바람과 그 바람이 전해주는 풀내음이 답답했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경남 산청군청 뒤편 산엔청공원 ‘항노화 청춘길’은 경호강과 공원 사이 절벽에 조성된 산책길이다. 이 길은 경호강의 수려한 경관과 산청약초시장 방향의 강변을 한눈에 내려다 보며 걸을 수 있다. 산엔청공원 항노화 청춘길은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국토부의 맞춤형 지역개발 공모사업으로 조성하는 ‘항노화 산들길’과 이어져 산청읍을 한 바퀴 다 둘러보기에 안성맞춤이다. 군은 올해말까지 경호강변 걷기길인 ‘느림의 길’과 꽃봉산 트래킹 코스인 ‘청춘의 길’, 산청향교에서 산청공원으로 이어지는 ‘명상의 길’ 등 총 6.5㎞ 길이의 걷기길을 조성중에 있다.
낙동강 야경을 만끽하다
낙동강 변을 따라 19~42㎞의 코스에서 밤새 진행되는 워킹 레이스 ‘나이트워크42K’가 부산에 상륙한다. 오는 8월15일부터 이틀간 부산 삼락생태공원과 낙동강 일대에서 진행된다. 2016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는 행사로, 이번에 비수도권에서는 처음으로 ‘제2의 도시’ 부산에 입성하게 됐다. 19~42㎞에 이르는 긴 거리를 걸으며 걷기의 깊은 매력을 느낄 수 있고 낙동강이 지닌 생태공원으로서 진면목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대동 화명 대교와 낙동강 하구둑을 오색으로 밝힌 조명은 참가자들의 발길을 잠시 멈추게 하기 충분하다.
낙동강 장거리 걷기는 마라톤에 뒤지지 않는 운동량을 소화하면서 자연을 천천히 걷고, 그 안에서 명상을 즐기고 내 안의 나와 대화하며 자연과 함께 누리는 최고의 휴식을 누리는 시간이 될 것이다. 늦은 저녁부터 동이 틀 때까지 낙동강의 다채로운 야경과 주변의 풍경을 오롯이 마주하며 일상에서 도달할 수 없는 깊은 사색에 빠져서 걷다 보면 ‘걷기’만이 가진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선선한 새벽 공기 속에 해돋이를 바라보며 42㎞ 결승점을 통과할 때 감동은 짜릿함 그 자체일 것이다.
호반을 끼고 이어지는 숲길
경북 성주의 명소 무흘구곡과 성주호 둘레길의 여정은 영모재 근처에 있는 놀이시설 아라월드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아라월드 입구에 들어가면 만나게 되는 성주호 둘레길은 호반을 끼고 이어지는 숲길이지만 시작은 가천삼거리에서 부터다. 강정교와 성주댐, 아라월드와 영모재를 지나 성주호 전망대·미륵사를 지나 백운정까지 24㎞가 이어진다. 길은 숲으로 호수로 꾸불꾸불 이어져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성주댐을 지나 김천시 증산면 청암사 계곡으로 이어지는 길의 입구를 지나면 한강(寒岡) 정구 선생이 남송시대 주자가 지은 무이구곡을 차용해 이름 붙인 무흘구곡을 만날 수 있다. 정자가 그림처럼 올라 있는 배바위는 선비들이 시도 짓고 풍류를 즐기던 곳으로 기암괴석에 계류가 어우러져 여름에는 야영객과 피서객으로 붐빈다.
충북 단양군 느림보길은 느림보강물길과 느림보유람길, 소백산자락길 등 세 가지 코스로 이루어져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자연 절경을 감상할 수 있어 트래킹족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느림보강물길은 단양호반을 따라 조성된 15.9㎞ 친환경 도보길이다. 삼봉길(1코스)과 석문길(2코스), 금굴길(3코스), 상상의 거리(4코스), 수양개역사문화길(5코스)로 구성됐다. 유명한 단양강 잔도는 수양개역사문화길에 포함돼 있다.
느림보유람길은 선암골생태유람길(1구간)과 방곡고개넘어길(2구간), 사인암숲소리길(3구간), 대강농촌풍경길(4구간) 등 36.6㎞ 순환 코스다. 물소리길로도 불리는데, 상선암·중선암·하선암 주변 야생화와 계곡이 만드는 풍경화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