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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과사람】‘갈등’과 ‘차이’는 왜 발생하나《선을 지키는 사회, 선을 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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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함-느슨함으로 보는 국가와 사회의 속살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우리는 다양성을 찬양하면서도 분열을 규탄하지만, 이 둘의 기저가 되는 ‘문화’에 관해서는 충격적일 정도로 무지하다. 우리는 이러한 문화 차이가 왜 발생하는지, 서로의 문화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는 거의 진전을 보지 못했다. 

 

 

서로 다른 문화


지구상의 모든 나라, 사회, 조직, 가정에는 각자의 ‘문화’가 있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예로 들어보자면 한국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고 사람 간의 거리가 가까운 편이며,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규칙을 알아채는 ‘눈치’를 중요시하는 문화가 있다. 또 어떤 조직에는 구성원들의 이름을 부를 때 직급 없이 별명으로 부르는 문화가 있을 것이고, 반대로 어떤 조직에는 절대로 회식에 빠질 수 없고 상사의 말에 복종하는 문화가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의 보도는 티끌 하나 없을 정도로 깨끗하지만, 미국의 거리에서는 쓰레기가 질서 없이 버려진 모습을 흔히 접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열차가 늦게 도착하는 법이 거의 없지만, 브라질에서는 시간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마약을 소지하면 사형을 당할 수도 있지만, 네덜란드에서는 대마초를 커피숍에서 합법적으로 판매한다. 독일에서 일요일이나 휴일 저녁에 잔디를 깎거나 세탁기를 돌리는 등의 소음을 내면 이웃에게서 불평을 듣지만, 이스라엘에서는 사람들이 지하철에서 고함을 질러대는 탓에 교통부가 직접 사람들에게 ‘조금만 영국인처럼 되자’고 애원하는 동영상을 제작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문화에서 살다가 온 사람들이 마주치면 분열과 갈등이 생긴다. 독일의 자동차 회사 다임러와 미국의 회사 크라이슬러가 합병했을 때, 조직 문화와 구조를 통합하는 데 실패하면서 결국 큰 손해를 보고 다시 갈라서야 했다. 미국의 느슨한 문화에 거부감을 느낀 젊은이들은 극단적으로 빡빡한 문화인 ISIS에 가담하기도 했다. 


사회 규범의 강도


세계적인 심리학자인 저자는 문화의 속성과 차이에 대해 20년 동안 깊이 연구한 결과, 인간의 사고와 행동은 ‘빡빡한(tight)’ 문화에서 사느냐, ‘느슨한(loose)’ 문화에서 사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빡빡함과 느슨함이라는 코드를 이해하는 순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목격했던 문화 갈등의 형태가 놀랍도록 단순해진다. 


빡빡함과 느슨함은 사회 규범의 강도를 의미한다. 모든 문화에는 구성원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 규범, 즉 용납할 수 있는 행동에 관한 규칙이 존재한다. 빡빡한 문화는 이런 사회 규범이 강하고 단속이 엄격하며, 느슨한 문화는 그 반대다. 빡빡한 문화에서는 지켜야 할 규칙이 많지만, 체계가 잡혀 있어 안전하고 질서정연하다. 또한 구성원들이 공통된 시각과 경험을 가질 확률이 높아 변화에 적응하는 데는 느리지만 협력이 수월하며 자제력이 강하다. 느슨한 문화에서는 규칙 자체도 적고 규칙을 지키지 않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예측할 수 없고 무질서하다. 구성원들이 변화에 열려 있고 창의적이지만 자제력과 협동심이 낮다. 


빡빡함-느슨함이라는 이 코드를 이해하면 우리가 지금까지 갈등을 빚어왔던 다른 사람 또는 집단의 사고와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 빡빡함-느슨함은 회의실, 교실, 침실, 협상 테이블, 저녁 식탁에서도 드러나며, 우리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나 아이를 키울 때나 친구 또는 파트너나 자녀와 갈등을 겪을 때처럼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상호작용을 형성한다. 개인에서 국가에 이르기까지, 특정 지역에서 전 세계에 이르기까지 우리 일상의 모든 측면에 이 코드가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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