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국정농단'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서원(64·개명 전 최순실)씨가 회고록을 통해 자신은 짜여진 각본에 따라 협박에 가까운 검찰 조사를 받았다며 앞으로는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6일 최씨의 회고록 '나는 누구인가'에 따르면 그는 "재판을 받을 때보다 검찰에 수사를 받을 때가 더 힘들었다"며 "하루종일 이어졌던 수사 과정은 마치 긴 터널에 갇힌 듯 악몽같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씨는 "제일 사악하고 잔혹했던 검사는 C여검사였다"며 "변호사 접견도 시켜주지 않고 A4용지를 주면서 그냥 생각나는 걸 쓰라며 교도관이 감시하는 방에 나를 처박아 두었다. 변호사를 불러 달라고 계속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C검사가 변호사를 형식적으로만 조사에 참여시켰고, 이후 변호사를 바꾸라는 이야기도 했다며 "정말 막무가내에 안하무인인 인물"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검찰과 특검 수사가 각본에 따라 꾸며진 것이라는 게 회고록 주장 취지다. 그는"주변인들을 마구잡이로 불러들여 증인으로 들이대면서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수사를 끌고 갔다. 그리고 나에게는 회유와 협박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죽을 수도 살 수도 없는 힘든 상황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연관성"이라며 "단지 사적인 인연만 있을 뿐인 나에게서 더 이상 건질 것이 없다고 생각한 그들은 내 가족들을 끌어들였다"라고도 적었다.
또 "딸을 구하려면 무엇이든 자신들이 요구하는 대로 답하라고 압박했다.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무엇을 택하느냐가 나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있었다"며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그날 이후로 약을 많이 먹어야 겨우 몸을 가눌 수 있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무너지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최씨는 "특검에서도 박 대통령과 나를 엮으려는 그들의 술수와 조사 방법은 도를 넘어 거의 협박 수준이었다"며 "이런 수사는 정말 민주국가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다"며 "이제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구치소에서 교도소로 이송된다지만 어딜 가도 나는 앞으로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옹호도 이어갔다. 최씨는 "평범한 국민이라면 박 대통령이 뇌물을 받을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라며 "그래서 저들은 그 믿음을 깨기 위해 나를 엮은 것"이라고 했다.
한편 최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곁을 떠나라'는 남편 정윤회 전 비서실장의 계속되는 권유에 이혼을 선택했다고 회고했다.
최씨는 회고록에서 이같이 설명한 뒤 "그것이 비극적인 내 운명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고 적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 입성 이후 "정 전 실장과 수시로 갈등을 겪었다. 박 전 대통령을 옆에서 보좌하는 것이 문제였다"고 돌아봤다.
최씨는 "정 전 실장은 아버지(최태민)와 박 전 대통령에 엮여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을 극도로 꺼려 나에게 '제발 박 대통령 곁을 떠나라'며 수차례 권유했다"면서 "박 전 대통령을 떠나자니 의리를 저버리는 것 같고, 그대로 있자니 세상이 그냥 놔두지 않을 것 같고. 그래서 결국 그를 최태민의 사위에서 놓아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전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최씨에게 만나자고 연락을 했고 최씨는 "곁에서 가족처럼 수발해줄 사람이 필요했다"며 "가족도 없는 그분의 허전한 옆자리를 채워드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려면서도 "나는 청와대에 들어갈 때 투명인간이 돼야했고, 비서 외에는 누구에게도 노출되지 않았다"며 "그분(박 전 대통령)이 그걸 싫어하셨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은 나의 개인사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조차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은 섭섭함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다"며 "내가 뭘 먹고 사는지, 이혼을 했는지, 마음은 어떤지 이런 건 대화의 소재가 되지도 않았다"며 "나는 내 입으로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얘기한 적이 없다. 그런데 세상엔 비밀이 없는지 저들이 스스로 알고 나에게 머리를 숙였다. 나를 이용해 뒤에서 다른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는 사실에 통탄할 뿐이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