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마다 등장하는 계획인 다이어트는 왜 실패하기 쉬울까? 다이어트에 대한 요령이 쏟아지는 시대지만, 그대로 실천하기는 어렵다. 또한, 우리 몸의 생태와 환경을 무시한 마음만 지나치게 앞서고 욕심만 내는 다이어트 법이 만연한 것도 원인이다. 실패를 줄이기 위한 다이어트를 위한 몸의 과학에 대해 알아보았다.
강박은 비만을 부른다
한국은 비만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습관적으로 다이어트의 필요성을 느끼고 시도하는 현 시대의 풍경은 먹을거리가 부족하던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더 이상 배고파서 먹는 시대가 아닌 만큼 음식이 몸보다 심리적 만족을 우선시하는 대상이 됐다. 바꿔말하면,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심리적 변화나 치료가 절실하다는 뜻이다.
배가 불러도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를 멈출 수 없거나 달달하고 고소한 간식을 입에서 뗄 수 없다면, 또한 치킨, 피자, 햄버거 같은 고열량 음식의 유혹 때문에 다이어트에 계속 실패한다면 음식중독을 의심해야 한다.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심지어 배가 부른데도 음식을 먹고 싶다는 욕구가 일어난다는 것은 병적 상태임을 이해해야 한다.
이 같은 음식 중독의 원인은 과도한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농도를 낮춘다. 우리 몸은 세로토닌의 농도를 높이기 위해 고지방, 고열량, 고염분 음식을 요구하게 된다. 우울할 때 폭식을 하면 실제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이 같은 원리 때문이다. 하지만, 그 쾌감은 일시적이고 곧바로 다시 우울지기 때문에 더 큰 폭식을 부르고 결국 비만은 물론, 정신적 불안감과 우울감을 키우는 결과를 불러온다.
문제는 음식중독의 교정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다이어트에 대한 지나친 강박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불러와 음식중독의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비만보다 다이어트 강박이 불러오는 건강의 문제가 더 많다는 주장도 있다. 따라서 다이어트를 계획한다면 지나치게 강박적이지 않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다. 어떤 특정 음식을 좋아한다면 그 음식만은 허용한다던가 하는 적당한 보상과 느슨함이 필요한 이유다. 무엇보다 스트레스나 우울감을 폭식이 아닌 산책이나 운동 등의 신체적 활동이나 수다 등의 인간관계로 풀어내는 습관의 교정이 우선이다.
매 끼니 별로 칼로리를 줄여라
섭취 칼로리를 줄이는 경우, 하루 단위로 최저 칼로리를 정하는 것보다 매 끼니 별로 줄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미시간대에서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칼로리를 1일 단위가 아닌 매끼 식사별로 낮춰 잡았을 때 최소 100칼로리 이상 더 줄일 수 있었다. 이는 5주일마다 450g, 1년에 5kg 가까이 체중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효과다.
대체로 하루 단위로 칼로리를 줄이려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장 잉여 칼로리를 많이 섭취하고 있다고 느끼는 간식이나 과자류의 칼로리를 먼저 줄이려고 생각하지 다른 식사들의 칼로리를 줄일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다. 반면에 식사를 단위로 칼로리를 계산하는 사람들은 하루에 먹는 모든 식사의 칼로리를 줄이기 때문에 끼니 단위 열량 감소가 즉시 이뤄지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또 하루 단위로 칼로리 감량을 설정하더라도, 실천은 끼니 단위로 나눠서 한다면 더 칼로리 섭취량을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과는 음식을 먹는 양이나 흡연 또는 음료 섭취량 등, 사람들이 양을 줄이려고 하는 모든 부문에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것이 드러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체중 감량 그 이상의 효과
간헐적 단식은 최근 몇 년간 가장 트렌디한 다이어트법이다. 간헐적 단식의 논란은 다이어트에 대한 효과보다도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것이 많았다. 간헐적 단식으로 인한 건강에 유익한 효과도 체중을 줄임으로써 얻게 되는 결과로 보통 인식됐다. 즉, 간헐적 단식으로 개선되는 혈압이나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반응은 다른 방식으로 살을 빼도 마찬가지인데, 간헐적 단식이 이상적인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평소 위가 나쁜 사람에게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학자들의 지적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인에게 간헐적 단식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일면이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최근 연구를 통해 간헐적 단식이 혈압을 낮추고 체중을 줄이며 장수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끔 하루에 16∼18시간 아무것도 먹지 않고 굶는 것이 비만뿐 아니라 암, 당뇨병, 심장질환 등을 예방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대표 집필한 존스홉킨스대 신경과학자 마크 맷슨 교수는 하루에 6∼8시간 음식을 섭취하고 16∼18시간 아무것도 먹지 않거나 1주일에 5일은 정상적으로 식사를 하되 이틀은 500칼로리만 섭취할 경우 몸의 변화를 조사했다.
맷슨 교수는 그러나 간헐적 단식이 대사 전환을 일으켜 세포 속에 저장됐던 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함으로써 세포의 건강을 회복시킨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간헐적 단식은 또 심장을 튼튼하게 해주고 소화 기능을 향상시켜 수명을 늘리는데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수 지역으로 널리 알려진 일본 오키나와 지방에서의 식습관이 간헐적 단식과 비슷하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그러나 간헐적 단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한 연구는 이제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나타낼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체중보다 체지방량을 봐야
다이어트를 단순히 미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 보기에 마르거나 체중이 많이 나가지 않는다고 해도 의학적인 비만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이른바 ‘마른비만’인데, 이 경우 비만에 의한 건강상의 문제는 안고 있지만,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해 관리가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 마른 비만이란 체중은 정상이지만 체지방량이 과도하게 많은 상태를 일컫는다. 체중이 정상이라도 체지방률이 높으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마른 비만 성인의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정상 체중·체지방률 성인의 4배에 달했다.
서울여대 식품영양학과 김정희 교수팀의 조사에 의하면 젊은 여성 10명 중 3명이 ‘마른 비만’ 체형인 것으로 밝혀졌다.
마른비만 여성은 스스로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았다. 평소 ‘배부르게 먹는다’는 응답률도 높게 나타났다. 식사 속도는 비만 여성 다음으로 빨랐다. 해조류는 가장 적게 섭취했다.
라면 등 인스턴트 음식을 매일 1회 이상 먹는 비율은 가장 높았다. 맵고 짠 음식을 주(週) 4회 이상 섭취한다는 응답률도 최고였다. 단맛 나는 간식을 주 1∼6회 섭취하는 비율도 가장 높았다. 논문은 마른 비만 여성이 바람직하지 않은 식행동을 계속 유지하면 노후에 대하증후군과 심혈관질한 등에 걸리기 쉽다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외모지상주의적 풍토에 의해 부적절한 방법으로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면서 체중은 감소하지만, 운동량이 줄면서 근육량은 적고 체지방이 많은 마른 비만 체형이 된다는 문제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