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공정한 경쟁이야말로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와 평등을 조화시키는 정의다.”
7월 25일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사에서 한 이 한마디가 시장을 교란하는 반칙행위를 엄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사정 칼날이 향할 ‘1호 기업’이 어디가 될 것인지 재계가 숨죽이고 있다.
우선 수사 대상으로 오르내리는 기업은 효성,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기아자동차, 대우조선해양, 코오롱 등이다.
효성=신한울 원전공사 장비 입찰 담합 의혹
효성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경북 신한울 원전공사 장비 입찰 담합 의혹을 받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효성은 신한울 초고압차단기 외에 월성, 신고리 원전 건설 과정에서도 사전 모의를 통해 순차 입찰, 들러리 입찰 등 부당 공동행위를 한 의혹이 있다. 한수원은 이를 알고도 묵인해 낙찰기업들은 최대 수백억 원대 부당이익을 취한 정황이 있다.
7월 16일 경기도는 효성을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효성은 사실무근이라며 법적대응을 시사했다. 효성 측은 “(경기도가) 브리핑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담합된 것인지 근거도 밝히지 않으면서 당사 사명을 공개 노출해 브랜드 이미지, 영업 타격이 막대하다”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수사 이끈 한동훈 검사 반부패·강력부장 발령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는 고의 분식회계 의혹을 사고 있다. 의혹은 삼바가 2011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내다가 2015년 1조9,000억 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불거졌다.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를 자회사에서 관계사로 변경하면서 에피스 지분가치를 2,900억 원 대에서 4조8,000억 원으로 재평가하고 이 같은 회계상 투자이익을 장부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에피스는 미국 바이오젠(Biogen)과의 합작사로 당초 삼바가 지분 91.2%를 보유했다. 삼성 측은 에피스의 관계사 변경에 대해 바이오젠이 지분 50%-1주를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져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기준 변경은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통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그룹 승계를 위해서라는 주장이 있다. 제일모직은 삼바의 지분 46%를 가졌는데 기준을 바꿈으로서 제일모직 가치를 부풀려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검찰은 작년 12월 삼바, 에피스 본사 및 삼정, 안진 등 회계법인 4곳을 압수수색하면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올해 3월에는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에 관여한 삼성물산 핵심 관계자들 사무실과 삼바 상장을 관할한 한국거래소까지 압수수색했다. 4~5월에는 증거인멸 혐의를 받는 에피스 임직원 등이 대거 구속됐다.
삼바 수사를 이끌던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가 윤 총장 취임 이튿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발령나면서 수사 고삐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바 측은 회계 조작을 할 동기도 없고 얻는 실익도 없다면서 혐의를 강력 부인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부품 결함 은폐 혐의...법인, 전 품질담당 부회장 등 기소
2016~2017년 국토교통부 등은 부품 결함 은폐 혐의가 있다며 현대차를 고발했다. 세타2 GDI 엔진 결함을 알면서도 당국 조사가 있을 때까지 숨기고 리콜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엔진 외에 싼타페 조수석 에어백 미작동, 제네시스·에쿠스 캐니스터 결함 등 7건의 부품 결함 의혹도 조사했다. 검찰은 올해 7월 23일 현대차 법인을 기소하는 한편, 전 품질담당 부회장 신모 씨 등 3명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현대차 측은 “자동차관리법은 리콜 관련 규정이 명확치 않다. 불명확한 리콜 요건을 근거로 형사처벌을 부과하고 있어 위헌성이 있다”고 반발했다.
대우조선해양=하도급업체 15곳 대금 1,484억 원 못 받아
올해 7월 29일 대우조선해양 하도급업체들은 대우조선을 대금 미지급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전국조선해양플랜트 하도급대책위에 따르면, 하도급업체 15곳은 대우조선으로부터 대금 1,484억 원을 받지 못했다.
앞서 2017년 7월 대책위는 대금 미지급 혐의로 대우조선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대우조선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08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해 사건은 통영지청에 배당됐지만 대책위는 수사 진척되지 않는다며 직접 고소했다. 대책위는 공정위가 조사에 나서자 대우조선이 3년 전 자료를 삭제해 하도급 미지급 규모를 숨기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코오롱=인보사 소송, 원고 2900명, 손배만 700억대
코오롱은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관련 손해배상 소송을 겪고 있다. 올해 7월 28일까지 원고는 소액주주, 투약환자, 보험업계 등 2,900명 이상이다. 손배소 규모도 700억 원을 넘는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보사의 국내 판매·유통을 중단시켰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식약처 허가를 받기 위해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실은 신장세포라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은 인보사 인허가 과정에서 코오롱이 상장으로 부당이익을 챙겼는지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코오롱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