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오주한 기자] 일본의 대한(對韓) 경제제재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문재인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방침을 나타냈다. 일본은 ‘군사 전용(轉用) 가능성 부품 수출 제한’ 검토로 맞불을 놨다.
일본 정부는 4일 반도체 핵심부품 등의 한국 수출을 규제할 예정이다. 반도체산업은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때문에 업계는 물론 국가 단위의 경제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마땅한 대응카드가 없는 가운데 WTO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신조(安培晋三) 일본 총리는 여야 당수토론회에서 “(제재는) 당연한 결정”이라며 국제협약 위반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일본은 나아가 한국에 ‘추가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2일 교도(共同)통신 보도에 따르면 군사 전용이 가능한 전자부품, 소재가 수출 규제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현지에서 제기되고 있다.
통신은 “일본 정부 내에 신중론도 있다”면서도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의 (한일청구권협정에 기반한) 빠른 해결을 (문재인 정부에) 촉구하기 위해 보다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군사 전용 품목 수출규제는 북한 등 ‘자유진영에 적대적인 세력’에게나 적용되는 제재다. 쉽게 말해 ‘저 나라는 우리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검토를 두고 일본과 자유진영 맹주인 미국이 한국, 북한을 ‘동일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핵보유국 인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 정국에서 북핵 폐기를 고집하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 체제보장’ ‘영변핵시설만 폐기 시 CVID(완전·검증가능·불가역 핵폐기) 인정’ 등을 주장하면서 한미합동군사훈련 축소 또는 중단을 미국에 요구해 관철시켰다. 북한은 최소 5개의 핵시설을 가동해 이미 20~30기의 핵탄두를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판문점회동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넣는 북한 단거리 핵탄도미사일 KN-23 사격에 대해 ‘미국만 공격하지 않으면 문제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이같은 불안정한 한미관계, 일본의 대한 제재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국 자유진영 퇴출설(說)’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 화해치유재단 해산 외에 여권의 ‘토착왜구’ 유행어도 제재 원인이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왜구’는 일본인을 극도로 비하하는 단어다. 이같은 용어가 집권여당 차원에서 한국에 유행하는 게 일본 국민 정서를 자극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초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토착왜구’ 단어를 사용했다. 지난달 28일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대해 “토착왜구 같은 시각”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현상은 다르게 말하면 일본 집권여당(자민당)·내각 관계자들이 공공연히 “조센징(朝鮮人)”을 언급하고 다니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