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오주한 기자]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후배’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에게 쓴소리를 내놨다. “대변인은 앵무새가 아니다”며 “허튼 주장의 근거를 댈 수 없다면 자리에서 내려와라”고 충고했다.
민 대변인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한(訪韓)을 사정했던 정황이 드러났다”며 “우리 당의 강효상 의원의 이같은 폭로를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했던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이라고 했다.
그는 “대변인이라는 자리가 남이 써준 원고를 앵무새처럼 읽기만 하면 되는 자리가 아니다”며 “이제 강 의원 주장의 근거가 나왔으니 자신의 허튼 주장의 근거를 대라. 댈 수 없다면 책임을 지고 그 자리를 내려오라”고 요구했다.
고 대변인은 민 대변인의 KBS, 청와대 ‘후배’다. 민 대변인은 1992년부터 KBS에서 보도국 정치부 데스크 등을 역임한 뒤 2014년 청와대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고 대변인은 2004년부터 KBS 아나운서로 일하다 지난달 청와대 대변인에 발탁됐다.
강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5월 하순 일본 방문 후 잠깐이라도 한국을 방문해달라고 요청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돌아가는 귀로에 잠깐 들르는 방식이면 충분할 것 같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구걸외교’ 등 논란이 사회 일각에서 발생했다. 2차 미북정상회담이 공교롭게도 지난 2월 27일 한국당 전당대회 일정에 맞춰 열리는 등 한국당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트럼프 대통령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홍준표 전 대표는 “한국당 전당대회 효과를 감살하려는 술책”이라고 주장했다.
고 대변인은 강 의원 기자회견 당일 브리핑에서 “강 의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부당국이 강 의원 정보원에 대한 ‘색출작업’을 벌였다는 한 언론 보도가 최근 나오면서 강 의원 주장이 사실 아니냐는 의혹이 발생하고 있다.
강 의원은 정보원이 미국 주재 한국대사관 직원 A씨가 아니냐는 관측과 관련해 22일 “정보원은 밝힐 수 없고 그 사람도 아니다”고 부인했다. 또 “청와대가 사실무근이라고 해놓고 무슨 기밀 운운을 하는지 어처구니 없다”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A씨에게 외교상기밀누설죄 위반 혐의 적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은 A씨 처벌에 강력반발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23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밖으로는 구걸, 안으로는 (국민을) 기만하고 (공무원을) 탄압하는 정권”이라며 “반복되는 공무원 휴대전화 사찰 등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