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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과사람] 동물 진화사는 젠더 투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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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관찰에서 시작해 인간의 진화에 이르는 <아름다움의 진화>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동물들 사이에서 자행되는 강제교미와 인간의 강간은 다르게 취급돼왔다. 과연 그럴까? 예일대학교 조류학과의 교수인 리처드 프럼은 현존 하는 동물들의 신체에는 그 지난한 싸움의 역사가 ‘진화’라는 형태로 아로새겨져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동물의 진화사는 젠더 투쟁의 역사임을 증명한다.

성적 자기결정권과 자율성 확보

어떤 종의 오리는 32센티미터라는 평균적인 암컷의 몸길이를 훌쩍 뛰어넘는, 최장 42센티미터라는 어마무시한 길이의 페니스를 자랑한다. 반면 암컷의 생식기는 구불구불하고, 험난해 나아가기 어렵다.

이것은 강제교미를 자행하려고 하는 수컷과, 이를 어떻게든 막아내려고 했던 암컷의 치열한 군비경쟁의 결과다. 침팬지 암컷은 강압적인 우두머리 수컷을 피해, 자신이 고른 수컷과 달콤한 밀월여행을 떠난다. 구애행동을 위해 수컷이 무대를 만드는 바우어새의 경우, ‘비상탈출구’가 마련되지 않은 무대에 는 암컷이 얼씬도 하지 않는다. 강압적으로 일어나는 데이트 폭력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저자는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동물이 성적 자기결정권과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나름의 전장에서 싸우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추론에 따르면, 성적 강제와 물리적인 억압이 성행 하던 시절에는 ‘아름다움’이란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조류와 영장류를 불문하고. 왜냐하면 ‘아름다움’에는 어떠한 실질적인 쓸모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물이 성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비로소 ‘아름다움’에 의미가 생겼다. 이제 데이트 폭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바우어새 수컷은 암컷을 맞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무대를 꾸미고, 수컷들끼리 군무를 준비한다. 인간 또한 성별을 불문하고 서로의 마음에 들고자, 아름다움의 기준과 신체 자체를 진화시켜 나가고 있다.

한 종 안에서 양성의 성적 자율성이 담보될 때, 배우자선택의 기준으로 남는 것은 결국 순수한 ‘아름다움’인 것이다. 생존에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퇴폐적인 아름다움 말이다!

새들이 선보이는 진화적 역동성

’새 덕후‘로서 30여 년 동안 현장을 답파하며 새의 생태를 관찰해온 리처드 프럼의 연구 성과는, 실험실에서 쌓아올린 이론을 기반으로 공고한 체계를 구축하는 데 이르렀다. 섬세한 세밀화와 함께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현존하는 새들의 생태, 서식지, 구애행동만이 아니라 그들의 조상 이야기에 까지 다다르며, 나아가서는 유인원 그리고 종래에는 인간 사회의 문화와 섹슈얼리티까지도 두루 섭렵한다. 

‘조류관찰 이야기’ 의 재미에 빠져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상상하지 못했던 곳에 이른다. 각양각색의 새들이 아름다움을 뽐내는 숲속에서 시작해 종래에는 인간의 진화와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창세기>에서 여호와가 이브를 만들 때 사용한 것은 정말 아담의 ‘갈비뼈’일까? 왜 인간은 다른 영장류와 비교했을 때 몸집 대비 ‘엄청나게 거대한’ 페니스를 발달시켰을까? ‘이성애자 여성-동성애자 남성 간 우정’은 흔히 소비되는 이미지인데 왜 ‘이성애자 남성-동성애자 여성 간 우정’은 낯설게 느껴질까? 

오리, 바우어새 등 다양한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인간 또한 여성의 선호를 통해 형질을 진화시켜왔다. 그리고 인간은 ‘빈번하게 영아살해를 일삼는 잔인한 영장류’에서 ‘사회적 지능을 갖추고 배우자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돌봄이’로 거듭났다. 

저자는 이 지난한 군비경쟁은 신체적 물리적으로 성적 강제와 폭력, 억압에 시달리기 쉬웠던 여성이 ‘평화’를 도모해온 결과가 지금 인간의 신체라고 말한다. 이는 역사시대 이전부터 내려오는 장구한 정전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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