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북유럽 감성의 청각 스릴러

URL복사

전화기 너머의 소리 만으로 사건을 파헤치는 문제적 1인극 <더 길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긴급 신고 센터에서 근무중인 경찰 아스게르는 심상치 않은 전화를 받는다. 반말에 횡설수설하는 여자의 말투에 처음에는 장난 전화로 생각했으나 직감적으로 납치 상황임을 눈치채고 재기와 전문성을 발휘해 전화만으로 피해자를 구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스웨덴 출신 구스타브 몰러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제34회 선댄스영화제 월드시네마 관객상을 수상한 덴마크 영화다.

마치 눈으로 본 듯 생생하게

112 콜센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1인극이다. 주인공 아스게르를 제외하고는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은 모두 목소리를 통해 등장하며 단 한번도 영상은 콜센터를 벗어나지 않는다. 한정된 공간의 스릴러는 영화라는 장르가 가진 강점을 활용한 고전적 장치로 그 자체가 새로운 실험은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밀폐 스릴러의 장르적 문법을 따르면서도 목적을 완전히 달리하며 오히려 수많은 비슷한 영화들을 통해 학습된 관객들의 선입견을 뒤엎고 법칙들을 깨트린다.

아스게르는 오직 전화로만 상황을 판단하고 사건을 이해한다. 이것은 극히 제한된 정보인데, 이는 관객에게도 마찬가지다. 관객은 아스게르와 같은 입장에서 전화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을 통해 머릿속에서 영상을 그
려나가고 스토리를 이어붙인다. 서스펜스의 기본 원리가 그렇듯, 부분적 정보의 노출이라는 조건은 긴장감과 불안감을 고조시킨다.

한 장소에 한 인물만 끈질기게 등장하는 이 영화가 관객을 붙들어놓는 힘은 이처럼 소리에 의한 상상력이다. 심지어 비슷한 설정의 다른 영화들과 달리 <더 길티>는 음악은 배제돼 있으며, 대사마저도 극히 절제돼 있다. 마치 도서관에서 청각이 곤두서듯 관객은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지고 미세한 소음과 침묵에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잡음에서 대사까지 그 모든 소리들은 사건과 상황에 대한 단서로 작동된다. 

다양한 클로우즈업과 조명의 작은 차이 등 절제된 시각적 표현들도 관객의 심리를 조여온다. 아스게르의 손동작 등 세밀한 움직임과 콜센터 전화가 왔을 때 들어오는 붉은 조명 등 일상적 감각 자극 하나 하나가 언어가 된다.

관객은 전화 너머의 사건 뿐 만아니라, 주인공인 아스게르에 대해서도 단편적 정보만으로 판단해야 한다. 아스게르는 내일 중요한 재판을 앞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인 초과근무까지 자처하며 납치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일시적으로 좌천된 강력계 형사라는 그의 신분은 더욱 그의 문제 해결 능력을 신뢰하게 만든다. 

피해자의 목숨이 위태롭다고 판단한 아스게르는 많은 절차를 무시하고 원칙을 어기며 직업적 한도 이상으로 사건에 개입한다. 피해자와 피해자 딸의 정신적 상처 치유를 돕고, 가해자에게 분노에 찬 말을 쏟아내는 아스게르의 피해자와의 공감능력, 정의에 대한 거침없는 행동에 관객은 동질감을 느낀다. 

그에 반해 사건에 대한 감정 없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주변 인물은 시스템의 한계를 절감하게도 만든다. 심지어 사소한 사건으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걸림돌로 인식하고 신고자에게 면박을 주는 거친 대응법도 수긍된다.

현대인에 대한 은유

아스게르가 이렇게까지 사건에 몰입하는데에는 5세 밖에 안된 납치 피해자 딸과의 약속 때문이며,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죄책감과 연관된다. 하지만, 아스게르는 헐리우드물처럼 사건을 해결하고 피해자들을 구원하는 수호자가 아니다. 사건의 해결을 통해 죄책감을 스스로 구원한다는 공식적 전개도 철저히 배반한다.

<더 길티>는 냉정한 이성과 원칙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강력한 철학적,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 영화에서 그렇듯, 파편적 정보의 체험은 마치 직접 본듯한 생생한 추측과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그 정보들을 통해 사건을 단정짓고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 여기에서 영화가 소리만으로 관객의 상상력을 그토록 자극했던 것은 단지 긴장감 유지나 장르적 쾌감을 주는 것 이상의 목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은 판단 과정을 통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의를 위해, 남을 돕기 위해 옳은 행동을 선택하거나 지지한다. 하지만 세상은 왜 그다지 정의롭지 않을까? 영화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처럼 보이기도 한다.

주인공은 초반부터 반사회적 인물, 또는 그렇게 판단되는 신고자에 대해 퉁명스러운 태도를 드러낸다. 납치자에게도 공격적인 분노를 쏟아낸다. 아스게르는 마치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TV를 통해 세상의 모든 것을 바라보는 현대인들처럼 의자에 앉아 전화기 너머의 인물들에 대해 강한 분노, 책임감 등의 감정이입을 보인다. 전화기만으로 소통하는 모습은 직설적 은유다. 

현대에 만연한 선입견과 편견, 혐오의 감정은 문을 걸어 잠그고 블라인드를 내리고 갇혀서 세상을 보는 우리 자신에게 그 책임이 있음을 영화는 말한다. 자신의 잘못을 잘 알지 못하는 이미지화된 타인에게 전가해서 분노를 쏟아내고 대리 행동원들에게 이런저런 요구들을 하고 불만을 갖지만, 정작 본인이 직접 행동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그 누구도 만나지 않고 가보지 않고 잘 알지 못하는데 모든 것을 안다는 망상에 빠진다. 그리고 그 망상과 환각은 죄를 짓게 만들거나 억울한 피해자를 만든다.

관객과 아스게르가 동일화되도록 만든 연출은 매우 섬세하고 영리하다. 그것은 영화적 몰입도를 높이는 효과적 방식일뿐아니라, 아스게르가 느낀 충격 또한 관객 스스로가 고스란히 받도록 만든다. 자기 감정의 투여와 선입견으로 세상을 판단하고, 자신의 판단을 신봉하고 주장하는 현대인들은 사실 망상과 환각에 시달리는 위험한 정신질환자들이라는 구스타브 몰러 감독의 강렬한 메시지는 관객에게 자기 반성과 각성의 숙연한 감정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美해경 "볼티모어 사고 화물선, 교량충돌 직전 항구서 엔진 수리"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미해안경비대는 27일 (현지시간) 미국 볼티모어항의 교량 아래에서 동력을 잃고 교각에 충돌한 사고 화물선이 사고 전에 "정기 엔진수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발표했다. 교각이 무너지면서 다리 위에서 일하다 물속으로 빠진 6명의 인부가운데 2명의 시신이 이날 수습되었다. 나머지 희생자는 이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해안경비대는 모든 구조 노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26일 프란시스 스콧 키 브리지에 충돌한 선박에 대해 수사하고 있는 수사관들은 27일 선박의 증거물 수집에 나섰다. 희생된 두 남성의 시신들은 이 날 오전 교량의 중간 지점의 7.6m깊이의 물속에서 빨간색 픽업 트럭 안에 탄채로 발견되었다고 메릴랜드주 경찰국의 롤란드 버틀러 경감이 저녁뉴스 시간의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새로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멕시코 이민 출신으로 볼티모어에 살고 있던 알레한드로 푸엔테스(35)와 과테말라 이민으로 메릴랜드주 던도크에 살던 도를리안 로니알 카스티요 카브레라(26)로 확인되었다. 수색팀의 구조는 일단 끝났지만 앞으로도 음향 탐지기 등을 통해서 무너진 다리 밑 부근에 침몰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희생자들의 차량을 계속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인천 총선 사전투표소에 불법카메라 설치한 유튜버 체포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인천의 4·10 총선 사전투표소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로 40대 유튜버가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논현경찰서는 건조물 침입, 통신비밀보호법위반 혐의로 유튜버 남성 A씨(40대)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은 이 유튜버가 경상남도 양산에 통신 기기로 위장한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용의자와 동일범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유튜버로 활동하는 A씨는 최근 인천 남동구와 계양구 등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 몰래 침입해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인천 장수·서창동, 계산1·2·4동 행정복지센터 등 총 5곳의 사전투표소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불법 카메라 설치 신고를 받고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는 등 수사를 벌여 전날 오후 9시10분께 A씨를 경기도 고양 소재의 주거지에서 검거했다. 앞서 경남 양산시의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통신 기기로 위장된 불법 카메라가 먼저 발견됐다. 행정안전부는 이날까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사전투표소에 대한 긴급 요청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가 양산시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했을 가능성과 추가 공범이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문화

더보기
중국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고 대응해야 할까? <중국과 한반도의 미래>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른북스 출판사가 정치/사회 신간 ‘중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펴냈다. 중국은 우리가 만만하게 볼 수 있는 나라일까? 남중국해, 대만 등에서 끊이지 않고 영토 분쟁을 일으키는 중국의 본심은 어디에 있을까? ‘중국과 한반도의 미래’의 저자는 중국이라는 나라는 우리가 결코 쉽게 볼 수 없는 국가라고 말한다. 그들은 내면에는 수천 년의 역사를 통해 중국이 한반도를 지배했다는 DNA가 새겨져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지금은 대만 문제가 현재진행형이기에 잠잠하지만, 대만만 중국의 손아귀에 넣고 나면 본격적으로 한반도를 향한 야욕을 드러낼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중국과 한반도의 미래’의 저자는 중국에서 자신이 느꼈던 중국의 저력과 문화적 본질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시시때때로 한반도를 향한 야욕을 드러내고, 이를 현실화하는 것이 중국의 힘이기 때문에 중국을 제대로 알아야 적절히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 1부에서는 중국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중국인의 생활, 문화, 역사와 관련한 이야기가 제시되고, 2부에서는 남북한 이슈, 국내외 정치 등 중국과 한반도를 둘러싼 저자 나름의 정세 분석이 담겼다. 진정한 한반도의 평화,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가성비보다는 가심비 챙기는 삶 되어야
아빠와 딸이 자동차를 번갈아 운전하며 여행을 가고 있는데 기름이 바닥났다는 경고등이 켜지자 아빠와 딸은 주유소를 찾아 기름을 넣어야 한다며 근처 주유소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검색 결과 바로 2~3분거리에 주유소가 있는데 휘발류값이 상대적으로 다른 주유소에 비해 많이 비쌌고 반면 10~15분 정도 거리에는 휘발류값이 상대적으로 많이 저렴한 주유소가 있었다. 기성세대(꼰대)인 아빠는 당연하다는 듯이 10분, 15분 정도 가는 수고를 감수하고서라도 값이 많이 싼 주유소를 가겠다고 주장했고, MZ세대인 딸은 눈앞에 주유소를 두고 왜 멀리 떨어져 있는 주유소를 가냐며 결국 언쟁을 벌이다 아빠의 주장대로 값이 싼 먼거리의 주유소로 가서 주유를 하게 됐다. 그런데 값이 싸다는 이유로 주유 대기를 하는 차는 많았고 오랜 기다림 끝에 겨우 주유를 하게 되었는데 딸이 아빠에게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 아빠는 가성비만 알고 가심비는 모르냐?”고 쏘아붙인다. 주유를 마친 아빠와 딸은 마침 식사시간이 되어 근처 식당을 가게 됐다. 메뉴판에 있는 많은 음식들 중에 아빠의 눈에 들어온 것은 메뉴 중 거의 제일 저렴하면서도 대중적인 김치찌개, 된장찌개였고, 딸의 눈에 들어온 메뉴는 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