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진화심리학의 이론적 토대와 최신 연구 동향을 담은 대중서다. 저자는 대중에게 그동안 발전한 진화심리학의 성과들을 소개하고, 진화심리학을 바라보는 의심스러운 눈초리, 오해와 편견에 정면으로 맞선다. 진화심리학이 우리에게 어떠한 쓸모가 있는지, 인간의 마음과 행동, 본성은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본격적으로 풀어놓는다.
본성의 그늘을 통제하는 길잡이
첫 저작인 <오래된 연장통>으로 현대 도시인의 일상을 진화적 시선으로 바라보며 친절하고 재미있게 진화심리학을 안내 했고, 두 번째 책인 <본성이 답이다>에서 진화심리학자의 눈으로 사회적 현상들을 분석한 저자는, <진화한 마음>에서 생존, 성과 짝짓기, 가족과 혈연, 집단생활, 리더십, 평판, 우정, 폭력, 학습, 문화, 정치, 도덕 등 본격적으로 다양한 연구 주제를 다룬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예로 들며 남녀가 원하는 이성의 조건을 이야기하거나, 하나의 캐릭터일 뿐인 카카오프렌즈의 ‘라이언’에 열광하는 대중들의 심리를 설명하고, 세월호 참사에서 100만 원가량의 사비를 털어 실종자 가족들의 끼니를 챙기는 ‘함께버거’ 아저씨 등 대한민국의 사례를 들어 더 가깝고 생생한 인간 심리에 관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뿐만 아니라 진화심리학이란 학문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루면서 에드워드 윌슨의 <사회생물학>과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어떻게 다른지, 사회생물학은 왜 인종차별주의, 극우 이데올로기라는 비판을 받았는지, 진화심리학을 대표하는 이론의 흐름과 논쟁의 역사를 담고 있다.
진화심리학은 하나의 심리학 세부 분과가 아니라 인간의 ‘모든 심리’ 현상을 진화적으로 설명하는 하나의 접근법이다. 또한 인간의 심리가 환경에 맞게 적응한 특징들을 찾아내고 검증하는 과학이다. 우리의 ‘진화한 마음’이 어떤 기능을 하게끔 설계된 것인지 설명하는 진화심리학이야말로 인간 본성의 그늘을 통제하는 새로운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행동을 만들어내는 진짜 마음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설명하는 데 동원돼 오해와 논란의 중심에 서있기도 하다. 진화심리학자들이 연구하는 인간의 행동 가운데 일부는 법적으로 또는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동임이 분명하다. 예컨대 폭력, 외부인에 대한 편견, 포르노그래피에 빠지게 하는 성욕 등 우리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는 인간 본성의 여러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인간 본성의 일부로 사려깊은 이성적 판단 능력도 진화했기 때문에 본능을 제어하는 일 또한 ‘진화한 마음’의 설계도를 제대로 이해할 때 가능해진다.
우리는 행동으로써 자신을 표현하는데, 그 행동을 만들어내는 진짜 마음을 알아야 한다. 진화심리학자들은 행동보다는 ‘진화된 심리 기제’가 주된 탐구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무언가를 역겨워하는 행동 그 자체를 놓고 좋다거나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왜 역겨워하게 되는지, 외부에서 주어진 정보를 마음속에 서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중요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자연선택은 ‘행동’ 그 자체를 선택할 수 없으며, ‘행동의 바탕이 되는 마음’을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즉, 인간의 마음은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한 ‘진화의 산물’이라는 의미다. 마음이 어떠한 목적을 수행하게끔 만들어졌는지 안다면 인간의 다양한 심리 현상을 하나의 원리로 통합해서 설명할 수 있다.
진화심리학은 우리의 뇌가, 호르몬이, 이성과 감정이 왜 하필이면 그런 식으로 작동하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