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계포일락(季布一諾)이란 약속한 이상 그 약속을 끝까지 지킨다는 의미로 초(楚)나라 장수이자 한(漢)나라의 장수였던 계포(季布)의 신실성에 유래한 고사성어다. (주) 세원기연 최고경영자이자 국제특공무술연합회 총재인 김용정 회장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이기도 하다. 김용정의 행적을 추적하다보면 단 한가지로 귀착됨을 발견하게 된다. ‘신용’, 자신이 믿는 인연(因緣)에 있어서는 오래토록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정부부처나 공공기관 등에 공조기기를 제조, 시공, 납품까지 하는 중견기업 3곳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인이다. 태권도, 유도, 특공 무술 등 도합 21단에 이르는 무술 고수이기도 하다.
그가 운동을 하게 된 계기는 가정형편 때문이었다. 공부가 하고 싶었지만,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골 농가 9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던 관계로 비싼 등록금을 내며 학교를 마칠 길은 요원했다.
“잘 살고 말겠다는 꿈을 포기한 적이 없었요. 고민 끝에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었던 운동을 선택했죠.”
무일푼, 신용으로 일궈낸 사업
그는 체육특기생 출신으로 전액 장학금을 받아가며 대학을 졸업했다. 그렇지만 졸업후 사회 생활을 하던 그에게 공부는 늘 천추의 한이었다. 자투리 시간을 쪼개가며 공부를 손에 놓질 않았다. 이런 노력으로 대학원을 졸업하고, 경영학 명예박사 학위를 취득하는데 성공했다. 이런 우직함은 사회생활에서도 이어졌다.
“제가 무뚝뚝해요. 하지만 운동 출신이 그렇듯 한번 내뱉은 말 도로 담은 적은 없습니다.”
김 회장의 성실성은 업계에서도 평판이 자자하다. 약속은 천지가 개벽해도 지켰고, 미팅 시간도 남들보다 20분 먼저 도착하는 수고를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그가 기업가로서 첫 발을 내딛었을 때 결실로 나타났다.
“땡전 한 푼 없이 시작했던 사업이에요. ‘그저 저를 믿고 일감을 주세요’라고 읍소했죠.”
1990년대 그 어렵던 경제시기였지만, 그의 성실성을 지켜본 기관과 기업가들이 일감을 맡긴 것이다. 그의 성실성은 돈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기업 활동을 해오는 동안 단 한 번도 돈을 연체해 본 적이 없다.
사실 그의 사업은 낮은 마진율로 인해 큰 돈을 버는 업종이 아니다. 매년 건실하게 실적을 올려 업계에서 손꼽히는 회사로 성장해온 것이다.
청소년가장들의 아버지, 독거노인들의 아들
이런 와중에도 그는 남 돕는 일이라면 돈을 아끼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서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평소에도 자원봉사나 불우이웃돕기 등을 통해 독거노인이나 청소년 가장들을 돕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봉사를 시작한데는 김 회장의 어려웠던 어린 시절과 무관하지 않다.
“내가 어렵게 자라다보니, 환경 탓에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이 너무 안타까웠죠.”
특히 외환위기로 어려웠던 1990년대부터 경찰청과 자매결연을 맺고 시작한 소년소녀 가장 돕기를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다. 이런 식으로 그가 대학교 졸업 때까지 후원해준 이가 60여명. 공개할 수는 없지만, 그가 도운 이들 사이에서는 제법 이름이 알려진 명사도 제법 있다.
“지금도 거의 연락하고 지내고 있죠. 사회생활 잘하는 아이들 보면 정말 보람되고 고마워요.”
운동을 등한시 한 적도 없다. 전국 500여개의 체육관이 회원사로 있는 국제특공무술연합회 총재를 역임하면서, 세계화를 위한 보급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가 이런 노력으로 2016년 10월, 당시 미국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트로트 작사가라는 숨은 이력
그에겐 또다른 흥미로운 이력이 있다. 바로 현직 가수의 노래를 지은 공식 작사가라는 점이다.
“넘어지면 일어난다 또 일어난다. 내일은 해가 뜬다…” 가수 배일호 씨의 노래로 팬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뜬다 뜬다’. 이 노랫 말을 만든 이가 다름아닌 김 회장이다. 또한 배일호 씨의 ‘어찌하오리까’도 그의 작품이다.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작사를 하게 됐죠. 노래가 탄생하려면 작사가와 가수의 성향이 맞아야 해요. 배일호 씨와는 오랜 지기이다보니 노래말을 주게 됐죠.”
그의 트로트 열정은 대단하다.
“저는 다른 노래를 안불러요.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오로지 트로트만 좋아해요.”
물론 본연의 길은 기업가임을 잘 안다.
“운이 좋아 2곡을 세상에 내놓았지만, 앞으로는 기업 경영에 더욱 열중할 겁니다. 기업을 착실히 운영하면서 소년소녀 가장들은 물론 혼자 외롭게 사시는 어르신들을 돕기 위한 봉사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겁니다.”
현재 국내 기업을 둘러싼 환경변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지금, 획일적인 무사 안일주의와 권위, 파벌을 양산하던 보스들의 시대는 종식되고 있다. ‘신용’과 ‘인정’이 갖는 무게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김 회장. 그는 위기의 시대가 요구하는 앞장서고 책임지는 성실한 리더십의 표본이라 할만하다.